세계적으로 경제가 가장 발달한 나라라 해도 젊은이의 실업문제를 쉽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서유럽 국가들은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고, 막 발전하고 있는 중국도 대졸자 실업을 점점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십대의 실업이 특히 사회문제로 부각되는 나라들은 지구상에서 잘 사는 나라들, 산업이 가장 발달된 나라들에 두드러진다. 이 문제는 산업분야와 각종 사회복지제도가 고도로 발달했다는 OECD 국가들의 골칫 거리이기도 하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대학 내에서 가장 민감하게 감지된다. 대학생활 내내 학생들의 관심사는 취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그들의 활동의 대부분이 좋은 직장을 가지기 위한 준비과정과 결부된다. 70~80년대 대학생들이 하던 농촌봉사활동이나 야간학교 교사 노릇은 소위 취업용 스펙을 위한 봉사활동이나 체험 활동으로 대치된 지 오래되었다.

그뿐이 아니다. 많은 대학생들이 2, 3학년 때부터 각종 고시나 공무원시험 준비에 매달리고 있 어서, 교양과 전공의 균형 있는 학문연구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20~30년 전만 하더라도 군 입대외에는 거의 없었던 휴학이 지금 대학생들에게는 다반사가 되었고, 휴학의 이유가 대게 취업준비를 위한다거나, 취업용 스펙 쌓기에 몰두하기 위해서라는 사실이 그들의 불안을 말해준다.

대학생이 되면서 의당 독립하던 80 ~ 90년대의 유럽 젊은이들과 달리, 직업을 구하지 못한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젊은이들이 30세가 다 되록 부모 곁을 떠나지 않으려 해서 새로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의 실업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그들이 집에 머물수록 가뜩이나 팍팍해진 부모들의 노후생활까지 덩달아 어려워지는 것이 사회적으로 큰 골칫거리라 한다.

이웃 국가의 우수한 인재를 받아들여 경제를 더욱 활성화시키는 나라. 막대한 교육비를 투여해 키워 낸 젊은이들에게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여, 인재를 잃고 경제위기를 벗어나는데 더욱 더딘 나라들. 그래서 자국의 미래가 이웃 나라로 흘러 가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다는 점. 이들 국가들의 경쟁력이 점점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남유럽 국가들이 처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이런 것이 먼 나라만의 고민 거리가 아닐진대, 젊은이더러 능력 있으면 외국에 나가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라고 등을 밀지나 않는가. 우리의 젊은이들을 사회의 짐이 아니라 미래의 희망으로 키우려면, 이들에게 자유분방함과 꿈을 좇는 열정을 부추기려면, 이들에게 무한경쟁을 강요하는 우리 사회부터 생각을 달리 해야 할 것이다. 이들을 위해 부모들은 남이 부러워하는 직장만 강요해서도 안 될 것이고, 대학 당국은 취업률이라는 지표에 매달려 직업 양성소로 전락해서도 안 될 것이다. 또 지원서에 어학 점수와 자격증 기재란을 아예 없앤 금융공기업의 때늦은 반성에서 보듯, 기업체는 지원자들이 넘쳐난다는 핑계로 터무니없는 지원조건을 내세워서도 안 될 것이다. 물론 이 모든 지나침을 바로잡을 균형자와 조정자의 역할 이 정부, 또는 교육부의 몫임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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