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풍자 화가 제임스 길레이(James Gillray), <벽 위의 필적(Hand Writing upon the Wall)>(1803).

렘브란트의 <벨사살의 연회>(1635) 이 세속적 만평을 인용한다. 나폴레옹의 만찬장. 식탁에 올라 있는 성(城)을 통째로 입에 넣으려는 장군, 귀인의 비만, 유두를 드러낸 여인들, 모두의 앞에 놓여 있는 포도주들, 도열한 군인들, 그들의 칼끝을 물들인 피들. 그 모든 것들의 위에 있는 신의 두 손. 지금‘ 나폴레옹’이라는 신성제국으로 신의 한 손이 신의 문자‘ 메네 메네 데겔 우바르신’을 쓰고 있는 중이다. 그와 동시에 신의 다른 한 손은 심판의 저울로 왕관의 무게를 재는 중이다. 나폴레옹의 저 상기된 옆얼굴을, 놀란 눈을, 벌어진 입을 보라. ‘세계정신’은 신의 문자 속에서 거듭 세어지고 달리고 재어짐으로써 매번 쪼개지고 매회 끝난다. 나폴레옹의 저 만찬장은 어디인가. 축적의 만찬이 벌어지는 어디든 거기다. 오늘 이곳은 축적의 만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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