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의 충격에서 헤어나기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필자도 그렇다. 해경이 출동한 후에도 한참이나 바다 위에 떠 있던 배, 구명조끼를 입고 대기하다가 배와 함께 가라앉아버린 꽃다운 희생자들…. 안산의 합동분향소에서 고교생 수백 명의 영정 앞에 섰을 때는 그냥 그 자리에 주저앉아 통곡이라도 하고 싶었다. 고통이 일차적으로는 오롯이 희생자와 가족의 것이지만, 우리 사회도 지금 부정과 부패, 불의와 탐욕에 대한 벌을 받고 있다.

오늘도 팽목항에서 바다만 바라보고 서 있는 실종자 가족들을 생각하면 대책을 논한다는 것조차 미안하다. 그러나 대통령이 ‘국가개조’ 차원의 대책을 내놓는다고 하니 한 마디는 해야겠다. 자신과 청와대를 먼저 개조하여 진정성을 보여라. 세월호가 거의 바닷속에 잠긴 그날 오후 5 시경 대통령은 중앙재난대책본부를 방문하여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라고 물었다. 이 뜬금없고 황당한 질문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승용차나 도보로 이동하면서도 참모들과 주고받고 대화하면서 충분히 상황파악을 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권위주의 리더십, 지시와 받아쓰기에만 익숙한 경직된 조직은 재난컨트롤타워가 될 수 없다.

심지어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은 청와대는 재난컨트롤타워가 아니라는 책임회피 발언을 두 번이나 했다. 재난컨트롤타워는 안전 행정부(이하 안행부) 장관이란다. 그런데 강병규 안행부 장관은 사고발생 보고를 받고도 외부행사에 계속 머물며 기념촬영까지 다 마치고 청사로 복귀하였다. 만약 그가 재난컨트롤타워라면 가히 엽기적 처신이다. 이후 드러난 실상은, 이 정부에는 재난컨트롤타워가… 사실상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정부비판을 국민분열을 야기하는 행위라고 한다. 박정희 대통령은 독재에 반대하는 민주인사들을 향하여 “국론을 분열하는”, “일부 몰지각한 인사들”이라고 비난하였다. 거의 판박이 발언이다. 민주정치의 기본을 인정한다면 이런 말을 할 수는 없다.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권력자들은 민주주의의 퇴보가 부정부패를 낳고, 언론의 권력 비판기능 상실이 대형 참사로 연결된다는 이치를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공영방송의 탐사보도가 사라지거나 제 기능을 거의 잃고 종편의 대담프로만 무성하다. 만약 평소에 PD수첩, 추적60분의 기자와 피디들이 그들의 능력을 맘껏 발휘하여 이명박 정부의 선령규제완화를 비판하고, 관피아를 파헤치고, 박근혜 정부의‘ 재난대비, 안전’의 허구성을 파헤쳤다면 달라 질 수 있지 않았을까?

국가개조라는 말이 일본 우익의 용어로서 문제가 있지만 어쨌든 대대적인 개혁을 하겠다는 의미로 이해한다. 그러나 이 지경에 와서도 KBS 사장을 하수인으로 삼고 보도 국장 인선에까지 개입한다고 하니, 이런 음성적 통치방식으로 무엇을 개조하겠는가? 수평적 대화가 잘 안 되는 경직성, 책임회피의 태도, 민주주의에 대한 몰이해, 비겁하고 음성적인 언론통제, 국정원개혁 등 국민의 정당한 요구를 끝끝내 묵살하는 불통을 먼저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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