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부경(언어정보 2) 문화부 기자

얼마 전부터 시작된 무력감은 낙수를 써야할 때가 코앞에 다가옴에도 여전했다. 신문사는 내 인생 최대의 좌절감을 안겨주었다. 넘치는 의욕과 함께 시작했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았던 취재도 있었고,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빠듯한 일정에 심신도 지쳐갔다. 신문사에 처음 들어 왔을 때 어떤 기사를 쓰고 싶었는지도 잊어버렸고, 앞에 장애물이 쳐져 있는 것 같았다. 모든 것에 자신이 없어졌다. 기사를 쓰면서도 내 글에 당당해질 수가 없었다. 그렇게 마감이 끝나면 기사를 읽는 내 마음 한 구석이 찝찝했다. 결국 의식적으로 내 기사를 읽어보지 않게 되었다.

나를 잊는다는 것이 이런 느낌일까. 예전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했지만, 그 일이 싫어지게 되니 깊은 무 력감에 빠졌다. 주위 사람들이‘ 왜 이리 힘이 없냐’라고 묻고‘ 너답지 않다’라고 했다. 정확히 무슨 말인 지도 몰랐다. 누군가에게 ‘그럼 나를 찾아줘’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 이었다. 그러나 누구에게도 외칠 순 없었고, 이뤄줄 사람도 없었다. 결국 내가 풀어야 할 문제였다. 그 생각이 들었을 때, 내가 과거에 쓴 글을 보았다. 블로그, 일기, 난잡한 필기. 생각의 흐름을 그대로 받아 쓴 모난 글이었지만 그때 했던 생각들 이 다시 떠올랐다. 나쁜 기억도, 좋은 기억도 있었다. 확실한건 나는 여태껏 글로 응어리를 풀어내 왔었다.

‘과거는 기억 속에 존재하면 된다. 내가 이때까지 해왔던 방식으로 나쁜 과거를 걷어내자’ 이러한 생각 으로 한바탕 글을 쓰고 나자, 나쁜 기억이 가리고 있던 좋은 기억이 생각났다. 신문사에 들어올 때의 두근 거리던 마음, ‘내일은 무슨 교육 할 까’라고 생각하며 잠들던 내가 기억났다. 써보고 싶은 소재라며 인터 넷 기사를 북마크 해놓던 내가 기억 났다. 그 생각들이 정리된 나의 문장은 여전히 투박하고 볼품없었지 만, 반년이 기록된 글에는 신문사를 하며 즐거웠던 일, 힘들었던 일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 글이 외치고 있었다. 지금의 나는 ‘기사를 쓰는 사람’이라고.

한층 성장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기껏해야 원상복구일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더, 이번에 신문사에 서 내가 써온 모든 기사를 다시 읽어봤다. 바이라인에는 ‘조부경 기자’가 있다. 과연, 저기 걸린 내 이름에 당당해 질 수 있으면 된다. 여태 그렇게 못했더라도 이제는 뒤집을 때가 되었다. 내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기사를 쓰자. 그럼으로써 나도, 독자도 만족시키자. 그럴 수 있는 내가 되고, 기자가 되자. 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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