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는 수많은 도서관들이 있다. 시립도서관부터 대학교 도서관까지. 다양한 도서관들이 부산시 곳곳에 퍼져 있지만, 어느 곳보다 특별한 도서관들이 있다. 바로 주민들의 힘으로 운영되는 마을도서관이다. 부산에서 주민들의 힘으로 운영되는 대표적인 도서관으로는 화명동의 맨발동무 도서관과 반송동의 느티나무 도서관이 있다. 이러한 마을도서관들은 주민친화적인 프로그램과 분위기로 사랑받고 있다.

지역의 미래를 그리는 곳, 반송 느티나무 도서관

지난 2007년, 해운대구 반송동에 도서관 하나가 세워졌다. 주민들의 기부와 기업체의 후원금으로 모인 3억여 원을 바탕으로 건립된 이 도서관은 열악하던 반송동의 문화시설에 한 줄기 빛이 되었다. 바로 반송 느티나무 도서관이다. 반송 지역 주민운동 단체‘ 희망세상’의 회원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이 도서관은 관청의 지원 없이 오로지 후원금과 자원봉사만으로 운영되고 있다. 느티나무 도서관 김윤정 사서는“ 모금만으로 1억이 넘는 돈을 모으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라며 도서관의 설립 과정 자체가 대단한 일임을 강조했다.

느티나무 도서관을 이용하는 이용객들은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연령층이 다양했다. 학생들의 이용도 눈에 띄었는데 마을도서관 특유의 자유로운 분위기에 매료된 경우가 많았다. 이상은(반송동, 16) 씨는“ 다른 도서관과는 달리 소리를 크게 내도 돼서 공부하기가 편하다”며 도서관을 찾는 이유를 설명했다.

느티나무 도서관은 반송에서 특히 활발하게 운영되는 문화시설이다. 자원봉사자들이 주축이 되어 만드는 여러 프로그램들이 이를 증명한다. 행사계획표에는 매주의 일정이 빼곡하게 적혀 있고 자체 기획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들 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엄마가 읽어주는 동화’라는 프로그램이다. 매주 금요일 반송 지역의 4개 학교를 방문해 20분간 동화를 읽어주는 이 프로그램은 실제로 반송 지역 주부들의 자원봉사로 이루어지고 있다. 도서관에서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이정선(반송동, 35) 씨는 “자원봉사를 하면서 보람도 느끼고, 같이 일하시는 분들을 보며 배우는 점이 많다”며 자원봉사를 하며 얻는 기쁨에 대해 말했다. 느티나무 도서관은 매년 새로운 목표를 세우며 한해의 성공을 다짐한다고 한다. 올해의 목표는‘ 내실을 다지는 알찬 느티나무가 되자’이다. 작은 도서관이지만 반송이라는 지역의 내실을 다질 수 있는 하나의 커다란 시작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담겨 있다. 김윤정 사서는“ 도서관이 반송 지역을 좀 더 좋은 마을로 만드는 데 일조했으면 좋겠다”며 바람을 드러냈다.

평상(平床) 같은 도서관을 추구하는 맨발동무 도서관

▲ 느티나무 도서관(위)의 한쪽 벽에는 기부·후원자들의 이름이 빼곡히 들어찬 나무가 들어서 있다. 이렇게 주민들의 힘으로 만들어진 도서관은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맨발동무 도서관(아래)은 평상같이 앉아서 자유롭게 독서할 수 있는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부산의 대표적인 신시가지인 북구 화명동은 금정산과 대천천을 끼고 있는 수려한 자연경관으로 명성이 높다. 하지만 신시가지의 특성상 문화공간의 부족이 대두되었는데, 맨발동무 도서관의 개관은 이러한 문제점을 주민들 스스로 해결한 경우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2005년 주민 5명이 힘을 모아 작은 도서관으로 개관한 이곳은 2010년 사립 공공도서관으로 등록하고 확장 이전했다. 고선일 관장은“ 처음엔 작은 도서관으로 시작했으나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려면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처음에 맨발동무 도서관은 어린이도서관으로 개관했다. 하지만 어른도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는 지론에 따라 모두에게 도서관을 개방했다. 실제로 맨발동무 도서관에서는 많은 성인 이용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김근환(양산시, 37) 씨는“ 아이들과 함께 오기도 하고 혼자 공부를 하러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자녀들과 함께 방문한 한금희(화명동, 49) 씨는“ 다른 도서관들에 비해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고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을 수 있어 방문한다”고 말했다.

맨발동무 도서관 역시 많은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도서관 내부에서 하는 행사도 있지만, 외부로 나가 사회활동 등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도서관은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최대한‘ 책을 중심으로 하자’는 원칙을 잊지 않는다. 고선일 관장은“ 요즘 도서관들은 너무 문화센터처럼 변하는 경향이 있다”며“ 도서관이라면 책에 초점을 맞춰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상(平床) 같은 도서관, 맨발동무 도서관이 추구하는 도서관이다. 고선일 관장은“ 사람들이 서로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며“ 도서관을 통해 이용객들이 하고 싶은 것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을’이라는 단어 속에서 찾는 가치

두 도서관은 다른 점도 있었지만, 서로 비슷한 매력도 많았다. 특히‘ 사람’을 중시한다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었다. 맨발동무 도서관 고선일 관장은“ 도서관에 모인 사람들이 대화를 하고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유로운 분위기도 그중 하나다. 그 공간 속에서 사람들이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고 관장은“ 경직되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평안함이 도서관을 다시 방문하게 하는 매력”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들이 가진 가장 큰 공통된 특징은‘ 마을’도서관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점점‘ 마을’이란 개념은 희박해져가고, 대신 ‘아파트 단지’ 등의 말이 우리에게 익숙해지고 있다. 하지만 마을도서관은 마을이 가지는 공동체적 가치를 다시 찾아가고 있다. 고선일 관장은“ 마을이란 단어를 붙일 수 있는 것만으로 마을도서관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마을도서관은 작지만, 공동체의 가치를 보여주는 증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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