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함없이 찾아왔다. 3월, 개강, 입학식. 방중 작업에 지쳐가던 부대신문 편집국 기자들도 강의실 찾아가랴, 틈틈이 취재하랴 정신없는 한 주를 보냈다. 필자 또한 풋풋한 신입생들을 편집국에 영입(?)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학교를 뛰어다녔다. 육십여 년 간 변함없었을 개강 첫 주의 모습이다. 그런데 이렇게 매년 같은 일들이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는 우리학교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개강 시즌부터 꽤 많은‘ 변화’를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여기, 막고자 했으나 결국 변해버린 것이 있다. 가장 작은 부분부터 살펴보자. 지난달 열린 예산심의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었던 심의·예산보고서 총학란에 적힌 몇몇 ‘글자’가 바뀌었다. 예산안 삭감에 대한‘ 심의 의견 수용’이라는 단어로 말이다. 글자는 분명 바뀌었는데, 쓴 사람은 없단다. 예산 삭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았으나, 글자 몇 자로 여러 사람 소름 돋게 만든 것은 분명하다.

똑같이 글자 몇 개가 바뀌었지만, 스케일이 남다른 사건도 있다. 이달 말까지 총장직선제 요소를 삭제하라는 교육부의 압박 덕분에,조만간 학칙에서 총장직선제 관련 단어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지난 1991년부터 시행된 총장직선제는‘ 대학민주화의 상징’이라 지칭됐으나,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여기, 변해야 했으나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지난 5일 개최된 상반기 대의원총회는 또다시‘ 진행 차질’과‘ 정족수 미달’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폐회됐다. 필자의 기억이 맞다면, 최근 3년 동안 대의원총회에서 논의가 예정대로 깔끔하게 끝마친 적은 없었다.

이번 대의원총회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회의장에는 회의 도중 빠져나가는 대의원들의 발소리가 가득 찼을 뿐이다. 누군가‘ 세상에 변화 외에 불변하는 것은 없다’고 했다. 그렇다.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한다. 그러므로 앞에서 필자가‘ 변하지 않았다’ 또는‘ 변화해야 한다’며 주절주절 늘어 놓았던 문장은 모든 것이 아직‘ 제대로’ 변하지 않았음을 반증하는 듯하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바뀌는 가다. 지금 우리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 중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할 변화는 단언컨대 없다.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는 제쳐두고 무조건적인 폐지를 요구하고 있는 총장직선제가 가장 지적돼야 할 사안이다. 심지어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 특성화사업 계획안에는 총장직선제를 폐지하지 않은 국립대에 2.5점 감점의 불이익을 줄 것이라는 내용이 아예 항목화돼 있다. 직선제의 유지를 주장하는 교수회의 입장과는 별개로, 재정적 불이익을 무기로 대학의 목을 조르는 교육부의 방식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반면 총장직선제와는 달리, 대의원총회는 고질적인 의견조율 문제를 개선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적받는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상‘, 학생사회의 위기’라는 주장은 수일 내에 사라지기 힘들 것이라 본다.

앞으로도 또 어떠한 잘못된 변화들이 우리를 찾아올지 모른다. 필자는 그 변화들과 마주치기 이전에 변화를 주도하는 이가 되라고 충고하고 싶다. 꿈꾸는 변화된 모습이 있다면, 스스로 그 변화가 돼야 한다. 그때 비로소 올바른 변화와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지금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주변부터 둘러보라. 이 글을 보는 당신이 올해 부디 변화‘당하는’ 사람이 아니라 변화‘시키는’ 사람이 됐으면 한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