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PNU 인식조사 및 간담회 개최
-현 청년들이 기억하는 사회적 참사
-"제 역할 못한 어른과 정치에 분노"
-"사회가 안전 지켜준단 믿음 줄어"
-"특별법·사전 예방책 마련 등 필요"

‘다시는 일어나면 안 될 슬픈 사건’, ‘굉장히 안타까운 사건으로 꾸준히 잊지 않으려 노력해야 함’, ‘충격적이고, 다신 없어야 할 일. 모두 기억하길 바랍니다’. 지난 3월 19일 우리 대학 새벽벌도서관 앞에서 진행한 세월호 참사 관련 인식조사에서 우리 대학 학생들은 이러한 인식을 보였다. 약 40명가량이 조사에 참여한 가운데 이들 대부분은 ‘안타깝다’, ‘충격이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세월호 참사는 발생한 지 10년이 됐지만, 아직 모두의 기억 속에는 안타깝고, 일어나선 안될 사건으로 기억 한 켠에 남겨졌다. 이에 <채널PNU>는 지난 3월 21일, 우리 대학 학생들 6인을 모아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돌아보며 세월호에 대한 인식과 함께 재난 안전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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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회 참석자(가나다 순)
▷김태현(수학, 23) 자연과학대학 학생
▷라석호(사학, 21) 인문대학 학생
▷문다소미(철학, 20) 인문대학 학생
▷박강우(역사교육, 19) 사범대학 학생
▷손석우(심리학, 20) 사회과학대학 학생
▷조송희(심리학 임상신경 심리전공, 24) 일반대학원 학생

지난 3월 21일, 세월호 간담회 패널들이 모여 자신들의 의견을 나누고 있는 모습. [문선미 기자]
지난 3월 21일, 세월호 간담회 패널들이 모여 자신들의 의견을 나누고 있는 모습. [문선미 기자]

△세월호 참사 당시 기억이 어떤가.

-문다소미: 초등학교 수련회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이었다. 반장이 뉴스를 보고 소식을 알려줬다. 당시에는 전원 구조가 됐다는 뉴스를 보고, 큰 사고가 났지만 '잘 수습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집 현관에 들어서니 티비에는 전원 구조가 오보라는 소식이 나왔다. 그걸 보고 신발도 못 벗고 주저앉았던 기억이 있다.

-라석호: 당시 기억에 남아있는 장면은 뉴스에 나오는 기울어진 배의 모습이다. 304명이라는 많은 희생자가 나왔는데, 대부분이 고등학생이라는 것이 당시 학생이었던 나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당시에는 우연히 안타까운 사고가 터졌구나 하고 생각했었던 기억이 난다.

-손석우: 사고 상황과 구조 현장 정보를 선생님과 학생들이 실시간으로 전파했던 것 같다. 사고가 누구에게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며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충격이 컸다. 그때 들었던 가장 큰 감정은 안타까움, 착잡함이었던 것 같다. 특히 부모님의 경우 저보다 안타까움을 넘어서 더 슬퍼하셨던 기억이 난다.

△세월호 참사 발생 후 10년이라는 시간을 지나오면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문다소미: 앞선 질문에서 당시 기억을 더듬어 보니 감정이 가라앉기에는 10년도 짧은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참사가 있고 얼마 안 돼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 <금요일엔 돌아오렴>이라는 책을 읽었다. 당시 느꼈던 감정이 식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자리에서 말하면서 책을 읽었던 기억도 생생히 나는 걸 보니, 전혀 가라앉지 않고 아직 감정이 끓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10년 전 느꼈던 감정 그대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조송희: 시간이 흐르면서 사고 상황을 자세히 알게 되었고,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어른들에 대한 분노가 많이 커졌던 것 같다. 승객들을 뒤로한 채 바지도 못 입고 도망친 선장이나, 세월호 참사가 불러일으킬 정치적인 파장을 차단하기 위한 것에만 신경을 기울이는 정치인들의 모습이 있었다.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를 방해하고 유가족을 사찰하기도 한 정부 등의 내막을 알게되며 더 분통감을 느꼈던 것 같다.

-박강우: 지금 돌아보면 세월호 참사는 정확하게 자연재해나 운 나쁜 사고가 아니라 사회적 재난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재작년에 발생한 ‘이태원 참사’도 한 번 더 겪고 보니 ‘사회가 나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지켜주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그래서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추모를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세월호 참사를 추모를 하는 방식이 있는가.

-문다소미: 몇 년 전부터 가방에 노란 리본 키링을 달고 다니고 있다. 그리고 4월 16일, 참사가 발생했던 주기가 되면 SNS에 'REMEMBER 0416'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많은 사람들이 보고 기억할 수 있게끔 게시물을 작성하고 있다.

-조송희: 마찬가지로 4월이 되면 가방 등에 노란 리본을 달거나 SNS 프로필 사진에 노란 리본 사진을 게재하는 등 온라인 공간에서 추모하는 방식으로 애도를 표하고 있다.

-라석호: 현재 활동하는 동아리(겨레하나)에서 추모 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 전국의 겨레하나 회원들을 대상으로 ‘함께 기억하겠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분들을 응원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인증샷을 찍는 등의 활동이다. 혹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SNS 글 올리기를 통해 추모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벌써 10주기를 맞았지만, 나중에 20년, 30년이 지나며 점점 잊히는 사건이 될 수도 있는데 더 많은 사람들이 추모할 때 이 기억이 잊히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진상규명이 완전히 이뤄지지는 않았다. 우리 사회와 청년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김태현: 청년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건이 터질 때 예방뿐만 아니라 해결 방법과 함께 완벽하게 해결하는 것을 계속해서 요구해야 한다. 이런 예방 시스템상 맹점은 없는지 재고하기를 바라며 목소리를 내는 것이 청년들이 해야할 일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

-라석호: 사회적 참사를 명확하게 책임져야 하는 주체는 정치라고 생각한다. 현재 책임을 지겠다고 한 약속이 지켜지지 못한 근본적 원인은 정치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문제가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아서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잘못된 정치에서 파생된 시스템으로 인한 참사가 언제 어디서든 내 친구, 나 혹은 내 가족에게까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청년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정치라는 단어에 대한 편견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치라는 단어가 대학생 분위기 안에서 꺼려지는 단어라고 생각이 된다. 정치에 대한 혐오와 편견을 깨는 게 참사, 그리고 책임자 처벌이나 진상 규명을 명확하게 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박강우: 지금의 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은 첫 번째는 진상 규명이다. 진상규명을 해야 대책을 세우고 재발 방지 절차가 이뤄질 수 있다. 두 번째는 책임자 처벌이다. 물론 이런 부분은 대학생, 청년들이 하기 어렵고 정치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저희 같은 대학생들 그리고 청년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정치권에서 해주길 기다리는 것만 아니라 정치인들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을 작동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재난으로부터 안전해지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김태현: 일본과 같이 우리나라보다 자연재해를 더 많이 겪은 나라를 답습하면서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인재 같은 경우는 시스템이 완벽해도 구성원들이 해이해지면 발생할 수 있는 재난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경우 예방의 측면에서보다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가'와 같은 매뉴얼 강화가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라석호: 유가족을 향해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확실하게 처벌하는 ‘2차 가해 방지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특별법 제정을 통해 이윤의 논리가 사람의 생명보다 우선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세월호 특별법 당시 관심과 함께 제대로 된 제정이 이뤄졌다면 이태원 참사 피해도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특별법을 피해자들뿐만 아니라 우리가 피해자들과 함께 제정해야 한다.

-문다소미: 사전 예방에 신경 쓰고 집중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사전 예방 같은 경우에는 제 기능을 하고 있을 때는 티가 잘 안 난다. 그러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는 더 큰 사고로 나타나서 더 큰 인명 피해, 혹은 그에 따른 금전적 손실도 가져오게 된다. 이에 사회가 예산 삭감의 예시처럼 사전 예방에서 관심을 꺼버리지 않도록 공적인 부분을 주시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박강우: 사회라는 것은 완벽하지 않은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그렇기에 이태원 참사, 세월호 참사와 같은 참사가 여러 번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는 법이 강화된다거나, 이태원 참사를 예로 들면 사람들이 많이 모일 때는 일정한 수의 경찰을 배치하도록 법을 바꾸는 등 사회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가장 중요한 건 사회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이 문제는 사회적 참사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일어난 일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행동이나 목소리가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인식도 바뀌게 될 것 같다.

-손석우: 세월호 참사 때 책임을 저버린 선장 1명으로 인해 수많은 의인이 자신의 목숨을 던져가며 희생함에도 불구하고 희생자 수가 너무나 커졌다.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직업을 볼 때 책임과 윤리, 자격이라는 점을 경외시하며 경쟁과 자본 논리로만 직업을 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돈을 떠나 우리 삶 속에 중요한 가치에 대한 시민 담론, 그리고 철학이 있는 공교육 이런 것들이 기반이 돼야 많은 것들이 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송희: 유가족이나 당사자의 슬픔을 지켜보는 국민들 모두의 슬픔을 기다려주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힘들 땐 언제든지 연락해도 된다'는 연결감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또, 유가족들의 새로운 행보에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각자 아픔을 치유하는 속도와 방법이 다르기에 이를 지속적으로 지켜보는 격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 PTSD 원인 치료를 위한 외상 치료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가 해결될 필요가 있다. 생존자들이 그들을 비난하는 기사를 통해 상처를 받는 부분 등을 해결해 참사나 재난 속에서 서로를 비난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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