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교육학 84학번 13인
-리마인드 졸업사진 화제
-재학생들 "낭만적" 감탄

5년 전부터 우리 대학은 졸업앨범을 제작하지 않는다. 모르는 타 학과 졸업생들이 담긴 앨범을 비싼 돈을 주고 구매하고 싶지 않다는 목소리가 늘면서다. 졸업앨범이 사라진 지금, 40년 전과 똑같은 장소에서 학사복을 입고 찍은 우리 대학 물리교육학과 84학번의 ‘리마인드 졸업사진’이 학생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지난 3월 10일 우리 대학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해당 졸업사진은 ‘좋아요’ 138개와 함께 ‘낭만이다’. ‘새삼 우리 학교가 역사 깊은 학교라는 게 느껴진다’ 등의 댓글이 달리며 재학생들의 관심을 모았다. 사진이 화제가 되자 SNS 상에서 우리 대학 재학생과 졸업생이 소통하는 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지난 3월 19일 <채널PNU>는 사진의 주인공인 우리 대학 물리교육학과 84학번 6명(△서옥란 △이영희 △이정덕 △이호경 △이광훈 △한경진)과 백승균 촬영 작가를 해운대구 한 카페에서 만나 리마인드 졸업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37년 전 졸업앨범과 똑같이 찍어 배치한 리마인드 사진. [백승균 촬영 작가 제공]
37년 전 졸업앨범과 똑같이 찍어 배치한 리마인드 사진. [백승균 촬영 작가 제공]

△리마인드 졸업사진을 찍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서옥란: (시간이 맞지 않아 이 자리에는 없지만) 4학년 때 총대였던 영호라는 친구가 입학 40주년을 기념해 다 같이 모여 사진을 찍자고 먼저 말을 꺼냈어요. 원래는 간단하게 셀카로 찍자 했지만, 제 아들이 사진작가로 일하고 있으니 이왕 만나는 거 제대로 된 추억 사진을 남겨보자고 제안했죠. 전문 사진사가 있으면 우리끼리 쑥스러움도 덜 하지 않을까 했습니다.

-백승균: 사진작가로 활동하면서 리마인드 졸업사진 관련 레퍼런스를 모은 적이 있었습니다. 마침 어머니 친구분들이 입학 40주년 기념사진을 찍으신다는 소식에 좋은 마음으로 따로 비용을 받지 않고 사진을 찍어드렸어요. 평소에는 웨딩 스냅을 위주로 촬영하는데, 학사모를 쓴 졸업사진을 찍으니 색달랐던 기억입니다.

위 아래로 1987년도와 2024년의 사진이 배치돼 있다. [백승균 촬영 작가 제공]
위 아래로 1987년도와 2024년의 사진이 배치돼 있다. [백승균 촬영 작가 제공]

△현재 재학생들이 선배들의 40년 우정을 부러워합니다. 학창시절 인연을 오랜 시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 있나요?

-한경진: 졸업하고 나서도 꽤 자주 모인 편입니다. 서로 일이 있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모이려 하다보니 그렇게 됐죠. 동기 중 한 명이 취미로 작품 전시를 하면 시간을 내 함께 구경하러 간다거나, 현재 경기도에 살고 있는 동기들이 많아서 모두 경기도 근처 놀이공원에서 만나 놀기도 했어요. 꾸준히 만나자고 모임을 주도해주는 동기가 있어 더 잘 유지되는 것 같습니다.

-이영희: 최근엔 아무래도 SNS를 통해 많은 친구들과 꾸준히 소식을 주고받아요. 졸업 후 전국 각지에 흩어져서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직접 얼굴 보고 만나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주로 SNS로 서로의 소식을 전하고 만나는 편입니다. 소규모로 자주 모이는 적극성도 인연 유지에 큰 몫을 했어요. 시간을 다 같이 맞추는 건 어렵다 보니 네다섯 명씩이라도 자주 모인거죠. 소규모 그룹으로 모이고 그중 한 명이 다른 소규모 그룹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금까지 친분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전공 건물인 제1물리관을 배경으로 찍은 리마인드 사진. [백승균 촬영 작가 제공]
전공 건물인 제1물리관을 배경으로 찍은 리마인드 사진. [백승균 촬영 작가 제공]

△선배들의 40년 전 대학생 시절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우리 대학에 재학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신가요?

-이영희: 학생운동이 절정이었던 80년대에 대학생이었던 만큼 데모(시위)했던 게 가장 생각 나네요. 시위대 맨 앞줄에 서진 않았지만 뒤에서 동기들과 같이 보도블록을 깨부수며 투쟁에 한 몫 했던 기억이 생생해요. 지금은 인문관으로 바뀐 당시 대학본관 총장실을 동기들과 점거하고 시위하기도 했었죠.

동기와 CC(캠퍼스 커플)를 한 것도 좋은 기억이죠. 같은 물리교육학과 84학번 동기와 3학년 때부터 만나 27살에 결혼했어요. 대학교 1, 2학년 때는 서로 이성친구를 소개해 줄 만큼 정말 친한 친구였는데, 3학년 때 사귀게 된 이후로 지금까지 같이 살게 됐네요(웃음).

-이광훈: 이번 리마인드 졸업사진 촬영으로 40년 전과 같은 공간에서 아내가 된 친구와 사진을 찍으니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더라고요. 캠퍼스에 다시 오니 젊음과 청춘이 참 좋구나 싶었습니다.

-서옥란: 돌이켜보니 지금도 만나는 이 친구들과 대학 4년 내내 같이 모여서 놀았던 기억이 가장 좋은 기억입니다. 당시엔 휴학이라는 개념도 없었고, 사범대 특성상 남학생들도 졸업 후에 군대를 가던 터라 우리는 4년 내내 함께 있었어요. 4학년을 마무리하면서는 졸업여행 겸 전남대와 여수로 여행을 갔었습니다. 모두 경상도에서 태어나 줄곧 살다가 전라도에 처음 가보니 새롭다며 신나하던 모습이 기억에 생생하네요.

CC로 만나 부부가 된 이광훈(왼쪽)씨와 이영희씨. [백승균 촬영 작가 제공]
CC로 만나 부부가 된 이광훈(왼쪽)씨와 이영희씨. [백승균 촬영 작가 제공]

△마지막으로 우리 대학 재학생들에게 선배로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서옥란: 만약 제가 대학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학술 동아리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며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고 싶어요. 지금 학생들도 공부도 열심히 하고 친구들과도 치열하게 놀았으면 합니다.

-이정덕: 글로벌 시대에 맞춰 해외에 나가 봉사하는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살아가며 나눔의 기쁨을 느끼고 있는데, 우리 학생들도 어려서부터 나누며 행복해지는 경험을 하라고 조언하고 싶네요.

-이영희: 며칠 전 ‘할 만큼 도전해 보고 포기하는 용기’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도전해 보고 내 길이 아니다 싶으면 돌아설 줄도 아는 용기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대학 시절에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광훈: 요즘은 대학교 들어가면 바로 취업 공부에 집중한다고들 하잖아요. 그래서 너무 아쉽습니다. 인생은 너무나도 길기 때문에 대학생일땐 취업 공부가 아니라 학생끼리 소통 창구인 커뮤니티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걱정 없이 신나게 놀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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