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커머스 쩐해전술 공습
-값싼 가격에 전 연령층 이용중
-짝퉁 상품 및 안전 우려는 여전
-정부, 해외직구 대책 TF 구성

우리 대학 재학생 김지민(국제학부, 22) 씨는 옷을 살 때 ‘알리(알리 익스프레스)’를 가장 먼저 찾는다. 2030세대 여성이 가장 많이 애용하는 국내 패션 플랫폼이 아닌 중국 플랫폼을 찾는 건 그만큼 상품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에이블리’와 같은 국내 앱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찾았을 때 ‘알리’에서 동일한 옷을 판매하는지 검색을 하는 게 습관이 됐다”며 “(국내 회사에서) 중국 옷을 (도매가로) 가져와 마진을 붙여 재판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알리’ △‘테무’ △‘쉬인’ 등 중국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의 국내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앱 소비자 데이터 분석 업체인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2월 국내 알리 앱 이용자는 818만 명으로 1년 새 460만 명이 증가하며 국내 종합몰 앱 순위에서 쿠팡의 뒤를 따라 2위를 차지했다. 테무도 지난해 동월 대비 이용자가 581만 명 늘며 4위를 차지했다.

지난 11일, 채널PNU가 직접 알리 익스프레스와 쿠팡에서 '메모리폼 발매트' 검색하여 두 이커머스 간 가격 차이를 확인한 결과, 6,620원의 차이가 있었다. (c)김신영 기자
지난 11일, 채널PNU가 직접 알리 익스프레스와 쿠팡에서 '메모리폼 발매트' 검색하여 두 이커머스 간 가격 차이를 확인한 결과, 6,620원의 차이가 있었다. (c)김신영 기자
알리 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의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사용자가 국내에서 크게 늘고 있다. (c)김신영 기자
알리 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의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사용자가 국내에서 크게 늘고 있다. (c)김신영 기자

현재 국내 전연령층이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을 활발히 사용하고 있다. 앱 분석 서비스 ‘모바일 인덱스’가 지난달 발표한 ‘2023년 연령별 알리 이용 비중’ 조사에 따르면, 30대와 40대에서 각각 26.8%로 공동 1위를 차지했고, 20대가 21.8%로 뒤를 이었다. 10대 이하와 50대 역시 1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며 전 연령에서 이용이 활발한 것으로 집계됐다.

■저렴한 가격이 매력

소비자들이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단연 ‘싼 가격’이다. <채널PNU> 취재진이 직접 ‘알리’와 ‘쿠팡’에 접속해 형태와 디자인이 동일한 한 상품을 검색해 보니, 쿠팡은 8,620원인 반면 알리에선 2,000원으로 6,620원 저렴했다. 다른 동일 상품끼리 비교했을 때도 알리 상품 대부분은 쿠팡에서 책정하는 가격보다 1/5배가량 저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렇게 저렴한 가격은 사회에 진출하지 않아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대학생들의 이목을 끈다. 혹여 구매한 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밑져야 본전’이라는 인식도 있다. 국내와 중국 이커머스를 모두 사용하는 우리 대학 재학생 김예은(생명환경화학, 23) 씨는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가장 큰 장점은 아무래도 값이 싼 것”이라며 “가끔 품질이 낮을 때도 있지만 그런 비용을 포함해도 국내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절반 이상은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이커머스가 이러한 가격 경쟁력을 갖는 이유는 ‘C2M(Customer to Manufacturer)’ 유통 방식 때문이다. C2M은 중간 도매상과 대리점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의 요구를 직접 생산업체에 전달하여 제품을 판매함으로써 유통 마진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방식으로 중국 유통 플랫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운영을 위한 인증 절차가 까다롭다는 점도 상품의 가격대를 높이고 있었다. 해외 이커머스 플랫폼에 비해 인증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돼서다. 우리 대학 이양기(무역학) 교수는 “국내업체는 중국산 초저가 상품을 판매하더라도 관세와 부가세, KC인증 등 국내법에 따른 절차를 거쳐야 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며 “반면에 알리나 테무 등 해외 사업자는 국내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별도의 인증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초저가 가격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품질 믿을 수 있나

중국 이커머스의 싼 가격이 이목을 끄는 만큼, 상품의 품질에 대한 의혹도 꾸준하다. 국내외 브랜드의 ‘카피(copy)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알리에서 화장품을 구매한 김지민 씨는 “립 제품을 샀는데 질이 너무 나빠 한국 브랜드의 카피 제품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뷰티 제품은 한국 제품을 베껴 파는 경우가 많아 그 이후로 (알리에서) 화장품은 더 이상 구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기기도 마찬가지다. 테무에서 네일램프를 구매한 최선우(사회학, 22) 씨도 “전자기기 혹은 복잡한 공정을 필요로 하는 상품의 경우 퀄리티에 대한 의구심으로 구매를 주저한다”며 “해당 카테고리의 상품들은 구매 후 받아봤을 때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잦았다”고 전했다.

단순 ‘짝퉁 문제’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상품 판매 문제도 지적된다. 국내에서 판매가 금지된 제품이나 성분이 불분명해 사고 위험이 있는 상품들이 유통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의 안전 검사에서 탈락해 판매가 금지된 접착제나 향초 등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지난 1월에는 영국에서 테무를 통해 인조 손톱 접착제를 구입한 소비자가 손에 3도 화상을 입는 피해가 발생해 논란이 인 적 있다.

지난 2월 29일, 테무에서 '속옷'을 검색한 결과 관련 검색어로 다음과 같은 단어가 등장했다. [윤서영 기자]
지난 2월 29일 중국 이커머스 사이트에서 관련 검색어로 선정적인 단어를 볼 수 있었다. [윤서영 기자]

청소년 유해 상품도 성인 인증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노출되고 있다. 취재진이 한 중국 이커머스 사이트에 접속하니 선정적인 광고나 상품 등이 필터링 없이 표시되는 걸 볼 수 있었다. 이 같은 경험은 취재진이 만난 이용자 모두가 겪고 있었다. 우리 대학 재학생 A 씨는 “종종 성인용품이 노출되는 걸 봤다”며 “몇 가지 제품들은 제품 상세 사진에 19세 표시를 하기도 하지만 대다수는 제품을 적나라하게 노출한다”고 전했다.

■정부, 소비자 보호 나서

이런 이면에도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은 국내에서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가격 경쟁에서 비교할 수 없는 우위를 선점한 데다,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14일 ‘부산일보’ 보도를 보면, 알리의 모 기업인 ‘알리바바 그룹’은 한국에 3년간 약 1조 4천억 원을 투자해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밝혔다. 중국 이커머스 기업의 꾸준한 행보에 △쿠팡 △11번가 △G마켓 등 국내 이커머스 기업은 지난달 대책회의를 여는 등 긴장 상태다.

정부 차원에서도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인한 국내 소비자들의 피해를 막고자 규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 3월 13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해외 온라인 플랫폼 관련 소비자 보호 대책’을 발표했다. 전자상거래법을 개정해 해외 사업자가 국내에 영업소가 없더라도 소비자 보호 의무를 지도록 하겠단 방침이다. 실질적인 피해 사례를 막기 위한 가품 적발과 유해 상품 차단도 논의됐다.

이날 공정위에 따르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조치도 이행될 계획이다.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업체의 △개인정보 처리 △정보 국외 이전 △안전 조치 등에 대한 방침을 확인하고 위반사항이 확인되면 조치를 위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해외 온라인 플랫폼 이용과 관련된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고, 해외 사업자가 국내법상 소비자 보호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전부처 차원에서 관련 이슈를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관련 대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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