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부산대 찾은 정세현 전 장관
-현 정부 대북·안보 정책 두고 쓴소리
-"대북 압박이 북한 쇄국정책 야기"
-"북미회담 성사시 '남한패싱' 가능성"

“윤석열 정부는 북한을 압박하면 북한이 붕괴하리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북한은 그렇게 쉽게 붕괴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걸 유도하는 과정에서 한반도 정세는 전쟁 상황으로 빠져들어 갈 수밖에 없다.”(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지난 3월 7일 우리 대학 민주동문회와 우리 대학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을 초청해 ‘위기의 한반도: 격동하는 한반도 정세와 민간통일운동의 나아갈 길’ 강연과 패널 토론을 개최했다. 한국통일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정세현 전 장관은 지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대북 외교 전문가다. 그가 우리 대학을 찾은 건 지난 2018년 강연 이후 두 번째다.

지난 3월 7일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대학본부 대회의실을 찾아와 한반도 정세와 평화통일 방안에 대해 강연했다. [정다민 기자]
지난 3월 7일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대학본부 대회실에서 한반도 정세와 평화통일 방안에 대해 강연했다. [정다민 기자]
지난 3월 7일 우리 대학 민주동문회와 우리 대학이 주최한 '위기의 한반도' 토론에 참석한 패널들. [정다민 기자] 
지난 3월 7일 우리 대학 민주동문회와 우리 대학이 주최한 '위기의 한반도' 토론에 참석한 패널들. [정다민 기자] 

연단에 선 정 전 장관은 가장 먼저 한반도에 드리운 전쟁 위기에 대해 말했다. 그는 “지금 한반도는 언제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한 상황이 아니”라며 “힘에 의한 평화를 주장하면서 연일 군사적 압박을 가하면 북한은 반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날 불시에 전쟁을 벌이려고 행동해서만 전쟁이 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한 대 들어올 것 같으니까 미리 방어하는 차원에서 반격하다 보면 이것이 과해져 전쟁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전 장관은 현재 북한이 취하고 있는 공격적 대남정책은 경제적 열등의식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와 북한의 1인당 소득 차이는 3만 1,500달러에 달한다. 정 전 장관에 따르면 과거 남북대화에서 북측 인사들은 “받는 사람도 자존심이 있는 법인데 남쪽은 꼭 우리의 자존심을 흔들면서 뭘 줘야 되겠냐”며 “항복 문서에 도장 찍기 방식으로 회담보지 맙시다”라고 얘기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지금 그런 처지에 놓여 있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자유와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건 체제 붕괴를 유도하겠다는 소리”라며 “그렇게 되면 북한은 대남 쇄국주의를 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남북관계의 위기는 한반도 외교에서 ‘남한 패싱’을 야기하고 이는 우리나라의 경제적·안보적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 전 장관은 김영삼 정부 시절, 당시 대북 강경책을 견지하던 우리나라가 북한과 미국 간의 회담장에 들어갈 수 없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우리 정부는 회담장에 들어가야 한다고 피력했지만 북한의 강력한 반대로 인해 미국 측으로부터 회담 결과를 전달받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는 것이다. 정 전 장관은 “나중에 지나고 보니 북미 간의 숨은 이야기가 그렇게 많았다”며 “외교 세계에선 다반사”라고 말했다.

문제는 북한의 대남 정책이 공격적으로 바뀐 지금 비슷한 상황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는 점이다. 미국의 차기 대권 주자인 트럼프가 북미 정상회담 카드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정 전 장관은 트럼프가 ‘핵동결’을 북한에 제시해 대북 외교 프로세스를 가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북한은 사실상 공식적으로 핵보유국이라는 것을 인정받기 때문에 북미 외교가 성사될 수 있다고 그는 전망했다. 정 전 장관은 “북미 간의 핵 협상이 시작된다면 정권 붕괴·김정은 참수를 논한 우리 정부는 회담에 참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핵 능력이 고도화될수록 우리나라는 한미동맹에 매달릴 수밖에 없고 이는 곧 무기 수입으로 인한 경제적 손해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북핵 문제를 기회로 한국을 활용하고 있다”며 “핵동결이 실현되면 우리나라는 한미 동맹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으며 곧 미국 무기를 더 많이 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한반도 정세를 타계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 전 장관은 전쟁으로 향하고 있는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비판하고 미국에서 평화 운동을 전개하는 민간단체들과의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미국 못지않게 북한에 영향력을 가할 수 있는 중국과의 외교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우리가 전쟁의 공포 없이 살 수 있도록 민간통일운동 시민단체가 나서야 한다”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시민사회 단체는 얼마든지 그 일을 할 수 있고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정 전 장관은 △인제대 진희관(통일학) 교수 △통일TV 김창현 전무이사 △진시원(일반사회교육) 교수 △615남측위원회 부산본부 이원규 사무처장과 함께 한반도 안보와 평화에 관해 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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