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마지막 장면을 보면 동이의 왼손에 채찍이 들려있다. 왼손으로 채찍질을 한다면 동이는 당연히 왼손잡이다. 허생원도 왼손잡이다. 이 부분에서 독자는 두 사람이 부자 관계라고 생각한다. 작가인 이효석도 이를 노렸으리라. 그런데 소설의 내용처럼 왼손잡이는 유전될까? 왼손잡이나 오른손잡이는 태어날 때부터 이미 정해진다. 그러나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지에 대한 과학적 증거는 없다. 그냥 무작위로 결정된다고 보면 맞다.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의 뇌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왼손잡이가 예체능이나 지능에서 더 뛰어나다는 속설도 있으나. 이를 뒷받침해줄 증거는 전혀없다.

왼손이건 오른손이건 어느 한쪽 손만 주로 쓰는 것은 오직 사람에게만 나타난다. 왼손잡이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 1930년대 미국 초등학교 학생의 왼손잡이는 3퍼센트 정도였는데, 그 후 점차 늘어서 1970년에는 12퍼센트가 되었다. 그러나 그 이후의 조사에서 보면 그 비율이 더 이상 증가하지 않았다. 이는 12퍼센트가 교정하지 않았을 때의 왼손잡이 비율이라고 볼 수 있다. 조사마다 결과가 들쑥날쑥하기에 정확히 그 비율이 얼마라고 얘기하기는 쉽지 않다. 분명한 것은 오른손잡이가 훨씬 많다는 사실이다.

오른손을 영어로 표현하면 right hand다. right라는 단어에는 오른쪽이라는 단순히 방향을 가리키는 의미 이외에도‘ 옳은’이란 뜻도 담겨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에는 오른손을‘ 바른손’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오른손잡이들이 만들어낸 편견이고 횡포다. 이런 편견으로 인해 왼손잡이를 어릴 때 교정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왼쪽으로부터 시작해 오른쪽으로 글씨를 써야 하는 경우 왼손으로 글씨 쓰기는 불편하다.

인간만이 한쪽 손을 주로 쓴다고했는데, 그렇다면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을까. 고고학적 증거에 의하면 지금으로부터 약 300만 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부터 시작되었으리라고 추정된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보면 직립보행을 최초로 시작한 종이라고 볼 수 있다. 그 후 인간의 조상은 뇌의 크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뇌 용적은 침팬지와 비슷하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침팬지보다 3배가량 더 크다. 그렇다면 직립보행으로 손이 자유로워져서 뇌의 크기가 커졌으며, 또 오른손잡이나 왼손잡이가 생겨난 것은 아닐까?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동 중인 류현진은 왼손투수다. 그런데 타격은 오른손으로 한다. 류현진은 원래 오른손잡이였지만, 야구를 배우면서 왼손으로 던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오른손잡이를 왼손잡이로 교정한 셈이다. 이 교정은 성공을 거둔 경우다. 스포츠에서 왼손잡이는 대접을 받는다. 야구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왼손투수의 비율이 낮기 때문에 타자들은 보통 오른손 투수와 자주 만난다. 따라서 자주 볼 수 없는 왼손투수의 공이 낯설게 보일 수 있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다수에 속해있으면 편안함을 느낀다고 한다. 그러나 류현진 선수처럼 소수에 속해 있어 오히려 유리한 부분도 있다. 나도 왼손으로 글씨를 쓸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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