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산 대형마트 3곳 문 닫아
-올해도 NC백화점 등 2곳 폐업 예정
-온라인 시장·편의점 등 강세 여파
-주변 상권 죽고 일자리 사라질 우려

지역 곳곳에서 수십 년간 자리를 지켜온 대형마트가 우리의 일상 속에서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부산에서는 홈플러스 연산점과 해운대점이, 올해에는 홈플러스 서면점이 2월 폐점했다. 이어 메가마트 남천점과 NC백화점 서면점의 폐점이 예정됐다. <채널PNU>는 지난해부터 급속도로 이어져 온 대형마트 폐업에 주목해 그 원인과 영향을 알아봤다. 온라인과 편의점 시장의 성장세가 가팔랐고 대형마트 폐업으로 인한 일자리 소멸 여파가 여전했다.

우리나라에 대형마트가 처음 들어선 건 1993년에 개업한 이마트 서울 창동점으로, 올해 대형마트는 문을 연 지 30년을 맞이하고 있다. 2019년에는 400개 이상 최대 점포 수를 기록하며 전성기를 맞이하자 대형마트가 지역 전통시장을 죽인다는 논란이 커졌다. 이에 2012년 ‘공휴일 의무휴업일’ 등 규제가 도입되기도 했다. 그러나 대형마트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속에 온라인 시장에 밀리며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영업을 종료한 홈플러스 해운대점 전경. [윤지원 기자]
지난해 영업을 종료한 홈플러스 해운대점 전경. [윤지원 기자]
올해 폐업 예정인 메가마트 남천점 주변 상권, 편의점과 중형마트가 주변에 있다. [네이버지도 갈무리]
올해 폐업 예정인 메가마트 남천점 주변 상권, 편의점과 중형마트가 주변에 있다. [네이버지도 갈무리]

■추월당한 오프라인 시장

서민의 삶에 자리 잡아온 대형마트의 입지가 약해진 건 온라인 시장 강세 때문으로 보인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생활 및 쿠팡 등 온라인 쇼핑 플랫폼 활성화가 요인으로 작용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월 30일 발표한 ‘23년 연간 주요 유통업체 매출’을 보면 지난해 연간 매출 비중에서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앞질렀다. 2022년 오프라인 합계 50.8%, 온라인 합계 49.2%였던 것이 2023년 연간 매출 비중에서는 온라인 합계 50.5%로 절반을 넘었다.

업태별 매출 비중에서도 마찬가지다. 산업통상자원부 '업태별 매출 비중 보고'에 따르면, 2022년 12월 기준 업태별 매출구성비에서 △대형마트 13.0% △온라인 50.2%, 2023년 12월에는 △대형마트 11.9%로 감소 △온라인 51.6%로 증가했다.

대형마트는 편의점에도 밀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업태별 매출 비중 보고를 보면 편의점은 2022년 16.4%, 2023년 16.7%로 대형마트를 이미 앞섰다. 편의점 강세는 MZ세대의 소비 생활을 무시할 수 없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신한카드 이용 기준 편의점 월평균 이용 건수는 MZ세대 5.0건, 그 외 세대는 2.9건에 달했다.

대형마트는 온라인 시장과 편의점 강세 속에 점포를 새롭게 꾸미거나 특정 상품군을 전문화한 코너를 개설하는 등 생존 전략을 모색해 왔지만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는 신선식품을 강조한 ‘메가푸드마켓’과 고객 편의성을 강조한 ‘메가푸드마켓 2.0’을 도입하고 '1시간 즉시배송' 등 배송 정책을 펼치고 있다. 롯데마트는 ‘제타플렉스(ZETTAPLEX)’라는 와인·리빙·식료품 특화 매장을, 이마트는 노후화된 점포 정리와 함께 리뉴얼을 진행해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출 비교 그래프. [윤지원 기자]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출 비교 그래프. [윤지원 기자]

■불편해진 일상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서 시민들은 당장 구매처·문화생활 시설 소멸 등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 마트 폐업과 함께 마트 내 행사·커뮤니티 역할을 하는 카페 등도 함께 없어지기 때문이다. 경기과학기술대학교 조춘한 교수는 “대형 마트의 경우에는 (전국에) 점포가 많다 보니 문화 등 다양한 체험 공간을 운영하고 이벤트를 할 수 있다”며 “(마트가 사라지면) 문화 체험을 이용하던 사람들에게 불확실성이 높아지게 된다”고 진단했다.

대형마트 선호가 여전한 것은 지자체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부산시민 1,000명 대상 부산상공회의소의 ‘대형마트 영업규제에 관한 부산시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대형마트 선호도가 42.0%로 1순위, 온라인 구매가 33.5%로 2순위였다.

차가 없는 이용객도 먼 거리에 위치한 마트를 이용하기 불편해진다. 부산의 한 대형마트 이용객인 송진혁(22세,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평소) 대형마트는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이용한다”며 “대형마트들이 사라져가는 추세인 것 같다. 차가 없는 뚜벅이로 다니는 사람들한테는 주변에 있는 대형마트가 없어지는 게 안 좋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에 어려운 노년층 등도 영향을 받기 쉽다. 대형마트 단기직으로 일하는 직원 A(52세, 부산시 연제구) 씨는 “부산은 중년층이나 노년층이 많아 인터넷 쇼핑보다는 그대로 마트에 와서 직접 보는 걸 선호하는 편”이며 “특히 신선식품은 직접 마트에서 쇼핑한다”고 말했다.

■사라진 일자리

마트 폐업의 파장은 카트 노동자에게도 이어진다. 마트 노동자 중 정규직이 아닌 파트타임·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파트타임과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대학생 등 청년은 이직의 기회가 적기에 실직할 위기에 놓인다. 폐업 예정인 한 대형마트 카트노동자 B(23세, 부산시 남구) 씨는 “근무 여건이나 노동 강도가 괜찮았는데 솔직히 말해서 (일자리가) 없어진다고 하니까 아쉽긴 하다”며 “아마 새로운 일을 구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마트에서 단기직으로 일하는 노동자 A 씨는 “(폐업 후) 일자리를 구하려고 하는데 지금 폐업하는 데가 많아 일자리가 있겠나 싶은 생각은 한다. 아직 정해진 (구직)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마트 내 임대업자도 힘든 건 마찬가지다. 조 교수는 “(마트가 폐업하면) 마트 내부 시설인 푸드코트·옷 가게·잡화점·세탁소 등이 같이 문을 닫는다”며 “마트 노동자들은 새로운 곳에 취업할 기회가 있을 수도 있지만 자영업자들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 카센터를 운영하는 C(49세, 부산시 금정구) 씨는 “현재 이전할 다른 매장을 구해놓은 상태”라며 “13년 정도 운영했고, 단골 손님도 많았는데 (이전하려고 하니) 아쉽다”고 말했다. 마트 협력 업체 관계자로 일하는 D(36세, 부산시 남구) 씨는 “오프라인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일자리가 자꾸 줄어들어 폐업에 대해서는 조금 안 좋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가 사라진 곳의 상권도 침체될 전망이다. 마트 자리에 주상복합 시설 등이 들어선다면 주변 상권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조 교수는 “마트가 재건축을 하거나 (폐업 후) 오피스텔 아파트가 들어올 수 있는데 건설 기간이 최소 3년 이상 걸린다”며 “그 3년 동안 마트 주변 음식점의 유동 인구가 줄면서 주변 점포들도 시름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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