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9월 4일 부산시교육청 앞에서 진행된 부산 교사 추모 집회 현장을 찾았다.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은 9월 초였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청 주차장에는 서초구 초등교사의 추모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본래 집회 주최 측에서 신고한 인원은 1,000명이었지만, 집회를 시작한 지 30분 만에 신고 인원의 두 배에 달하는 2,000여 명의 ‘검은 점’이 모였다. 서울 서초구 초등교사의 49재였던 그날은 한 학부모의 제안으로 ‘공교육 멈춤의 날'로 이름 붙여졌다. 슬픔에 빠진 교사들은 연가나 병가를 내거나 업무가 끝난 후 거리로 나와 애도를 표하며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집회에서 교사들은 머리 위로 ‘교사 죽음 진상 규명'과 ‘교권 보호 법안 개정’이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또한 현직 교사 및 학부모와 집회를 함께한 여러 교육 기관의 대표들도 마이크를 잡았다. 이들은 교육 현장에 만연하는 살인적인 악성 민원과 갑질을 고발하고, 아동 학대법 개정을 촉구하며 교육청을 향해 목소리를 냈다.

그중에서도 새로운 학교 부산 네트워크 측의 발언이 기억에 남는다. 부산 네트워크 측은 “교사의 인권과 학생의 인권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로섬 게임'은 승자의 득점과 패자의 실점을 더하면 항상 0(제로)이 되는 게임을 말한다. 두 집단의 인권은 상충하는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는 발언이었다.

실제로 서울 서초구 초등교사 사망 사건이 일어난 직후에 먼저 언급됐던 것은 ‘학생 인권’에 대한 얘기였다. 일부 정치권은 학생 인권을 교권 침해의 원인으로 지적하며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거론하고 있다. 심지어는 폐지를 언급하기도 했다. ‘학생과 교사의 인권 중 어느 것이 먼저 더 우선돼야 하는지’를 논쟁의 주제로 삼으며 이분법적인 관점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양새다. 그 모습은 마치 '시소게임'을 연상케한다. 그러나 과연 학생 인권과 교권은 한쪽이 오르면 한쪽은 내려가야 하는 반비례 관계인가? 누군가의 인권이 누군가의 인권을 밟고 일어서는 현장을 우리는 ‘교육 현장’이라 부를 수 있을까?

필자는 두 집단의 권리를 대척점에 놓고 저울질하는 것은 위험한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새로운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게 되는 계기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두 권리는 상충하는 개념이 아닌, 서로 함께 가야 하는 존재다. 만약 교권 보호를 근거로 학생 인권이 감퇴한다면, 체벌이 당연시되고 학생의 자율성을 빼앗았던 과거 어느 날의 분위기가 재현될지도 모른다. 그러면 다시 학생 인권 보호에 대한 요구가 나올 것이고, 결과적으로 교육 환경에서의 문제는 계속해서 악순환을 이룰 것이다.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다만 ‘시소게임’처럼 인권을 저울질하는 방향이거나 교권 침해의 원인으로 어느 하나만을 과녁으로 삼는 것으로는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까지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종합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큰 과제, 교권 보호와 학생 인권 보장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잘 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

                  취재팀 이윤정 기자
                  취재팀 이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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