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우리를 행복하게 한 책들

출판계의 불황에도 여전히 셀 수 없이 많은 책들이 매일같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가까운 도서관에 가서 원하는 책을 읽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한 가지.‘ 무엇을 읽을 것인가’ 입니다. 이 문제는 인류가 책을 발명한 이래 속 시원히 풀린 적 없는 난제였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한 달 남짓 남은 2013년,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인 분들을 위해 부대신문이 하나의 선택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바로 2013년 부대신문이 만났던 사람들과 효원인들이 추천하는 책을 읽는 것이죠. 올해 출판된 책도, 내 인생 최고의 책도 아닙니다. 바로 올해 효원인들이 읽은 책입니다.‘ 인생 최고의 책은 바로 어제 읽은 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출판 시기를 불문하고‘ 지금 여기’에 살고 있는 우리를 행복하게 한 책은 무엇이었을까요.

-편집자 주

<사기교양강의>
한자오치 지음, 이인호 옮김, 돌베게, 2009

 

한참이 지난 이야기이지만 대학원 시절, 그 선생님은 여러 한문 텍스트 가운데에서 “사기”를 추천하며 ‘역사학도라면 사기를 읽지 않고 역사학을 공부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지금 생각해봐도 사마천이 쓴 “사기”는 중국의 역사를 만들어 온 다양한 인물들의 집합체로서 사마천의 역사적 안목과 탁월한 인물 묘사를 살필 수 있는 고전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귀감이 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얼마전 어느 지인이 “사기”의 번역본 하나를 참 잘된 번역본이라고 추천하며 책을 한 권 선물하였다. 이를 다시 한번 읽으면서 새삼 과거를 살았던 인물을 통해 삶의 태도와 자세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오늘날 인문학과 융합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인성과 교양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는 요즈음,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들의 삶의 모습을 그림을 그리듯 묘사한 “사기”는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교양서이자 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한 무제와 비슷한 시기를 살았던 사마천은 아버지 사마담으로부터 자신이 과업으로 여겼던 “사기‘를 완성하라는 유언을 받고 그 과업에 매진하게 된다. 그러나 단순하게 자료를 모아 역사책을 편찬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입장과 관점을 담아 비판적 안목으로 저술하였기 때문에 사마천의 개성과 사상이 투영되어 있는 독창성을 담고 있다. 또한 ”사기“ 열전에 보이는 서술 내용은 사실(fact)이면서도 마치 자신이 본 것처럼 서술한 스토리텔링적 요소를 갖추고 있어서 마치 소설을 보는 듯 흥미진진하기도 하다.

이제 아침 저녁으로 찬 바람이 불고 겨울은 점점 깊어 갈 것이다. 이 계절에 자신만의 독서 계획을 세워 독서와 사색의 향연을 한번 즐겨봄이 어떨는지.

김기섭 총장

<한국탈핵>
김익중 지음, 한티재, 2013

 

현재 녹색당 정책위원장으로 2014년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신생정당인 녹색당이 탈핵과 농업, 소수자와 생명을 위한 정치를 하기 위해 지역별로 후보도 준비하고, 공약도 만들고 있다. 녹색당 시장이 만들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 지역의 에너지공약, 먹을거리 공약, 식품 안전과 교육 공약을 만들고 있다. 어제 고리1호기가 고장으로 또 멈췄다. 후쿠시마 이후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가 우리시대의 화두가 됐다. 한국에는 23개의 원전이 있고, 지속적으로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탈핵이 필요하고, 그것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하는 김익중 교수의 책은매우 소중한 것 같다.

녹색당 이유진 정책위원장
(1468호 인물면)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박시백 지음, 휴머니스트, 2013

 

한겨레 신문 ‘박시백의 그림세상’으로 널리 알져진 박시백 작가의 대하역사만화<조선왕조실록>. 만화로 역사를 본다는 건 가볍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어린이들이 읽는 학습만화도 아니고, 뭔가 하는 의심어린 눈길을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단연코 아니다. 박시백 작가는‘ 조선왕조실록’ 국역CD를 꼼꼼하게 공부하고, 관련서적들도 함께 살펴 야사에 의존해 왔던 다른 만화와 달리 ‘실록’을 바탕으로 균형감 있는 역사만화를 완성했다. 평소 우리가 교과서나 드라마 및 영화를 통해 만났던 역사 속 인물들의 새로운 면모도 만날수 있고, 조선의 정치사를 한눈에 정리하는 소득을 얻을 수도 있다. 만화라는 양식의 강점인 재미까지 더해져 우리 역사를좀더 쉽고 재미있게 이해하도록 하는 것도이 책의 미덕이다. 아울러 박시백 작가가 재해석한 과거와 현실의 연관성은 책을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역사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역사 자체를 기피하는 요즘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은 역사에 대한 관심과 함께, 역사가 주는 교훈을 제대로 느끼게할 것이다. 전 20권이 부담되면 관심있는 시기부터 차례로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복성경 부대표
(1461호 대학기획면 '대학신문의 위기')

<발칙한 반란을 꿈꾸는 요새 젊은것들>
전아름, 박연 지음, 자리, 2010

 

책 표지에‘ 88만원세대 자력갱생 프로젝트’라는 문구가 이 책을 부연 설명한다. 이책은 20대가 20대를 잘 알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세 청춘이 소설가, 독립잡지편집장, 뮤지션, 헤비블로거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20대를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엮은 글이다. 88만원세대라는 꼬리표를 떼어내 버릴 대안을 꼭 집어 보여주지는 않지만 불안한 시대에 오히려 본인이 하고싶은 것을‘ 열심히’,‘ 즐기며’ 자신의 세계를 쌓고 있는 청춘들의 이야기는 당시 30대 가운데에 선 나에게도 신선함을 주었다. 인터뷰어들의 면면들도 만만치는 않다. 끝 모를 경쟁에 지친 대학생들이 잠시 쉬는 틈에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아마도 현대인들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지금의 소비생활을 지속할 것이며, 이러한 현대인의 소비생활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것, 개개인의 개성의 표현의 한 방식이라고 믿는 현대사회의 소비패턴들이 과연 정말로 개인적인 것인지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위의 책들을 통해 ‘소비하는 현대인’의 모습이 어떠한 것인지 생각해 보고, 현대소비사회에서 나는 어떠한 모습인지 스스로 한번 쯤 되돌아보았으면 한다.

잘놀아보세 협동조합 배은희 이사
(1473호 문화면 '협동조합')

<시간의 향기 - 머무름의 기술>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문학과 지성사, 2013

 

얼마 전 <피로 사회>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재독 철학자 한병철은 이번에는 그동안‘빨리 빨리’의 정신에 매몰되어 미친 듯이 바쁘게 살아온 현대인들, 특히 우리사회의 삶의 방식에 대해 매서운 비판과 치유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때마침 우리사회에서 일고 있는 등산과 걷기 열풍, 슬로우 시티 지정, 로컬 푸드 운동 등, 일련의‘ 느리게 살기’ 운동이 번지고 있는 때에,이 책이 주는 의미가 크다. 우리사회의 이런 움직임은 숨 가쁘게 살던 삶에 대한 보상심리뿐만 아니라, 집단적 반성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자는 “시간 자체를 인질로 잡고”있는 현대사회에서는 ‘쉬는 시간’과 ‘휴가’,‘ 수면’ 조차도 “일의 시간의 한 국면”에 불과하므로‘, 느리게 사는 것’ 또한 시간에 예속된 현대인의 비정상적 행동 양태일뿐이라고 진단한다.“ 느리게 살기 운동”은 “시간의 위기, 시간의 질병”의 “증상”이므로, 증상으로 병을 치료할 수 없다고 한다.

그는 현대사회가 일의 시간을 버리고 새로운 시간을 창조하는“ 시간 혁명”을 하기를 제안한다. 시간에 쫓기는“ 활동적 삶” 대신에, 흐르는 시간을 관조하는“ 사색적 삶”이라는, 좀어려운 치유책을권장하고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시간에 향기를 되돌려주는 길이라는 것이다.

본지 주간 전광호(불어불문) 교수

<천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현대문학, 2007

 

할레드 호세이니의 <천개의 찬란한 태양>은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치열하고도고통스러운 삶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이다.여성의 인권을 무참히 짓밟는 아프가니스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며 전쟁과그에 따른 고통을 수면 위로 온전히 드러낸다.

한 남자의 아내로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두 여인은 희망이 거세당한 전장의 한가운데에서 믿을 수 없는 연대를 만들어가며 이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아름다운 꽃을 피워낸다. 그들은 절망뿐인 아프가니스탄의 포연 속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태양이었다.

 

박향 소설가
(1461호 인물면)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
최정태 글/그림, 한길사, 2008

 

교수 생활 40년을 퇴직하고 난 이후, 세계의 도서관을 직접 다니며 기록한 최정태 교수의 책이다. 뉴욕공공도서관부터 우리나라의 해인사 장경판전까지 평소 최정태 교수가 마음에 품었던 전 세계의 도서관들이소개돼있다. 이 책처럼 본격적인 차원의 도서관 기행은 지금까지 전무하다고 본다. 최정태 교수의 전문적인 시각과 도서관을 사랑하는 마음이 우리학교 학생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한다. 학생들이 이 책을 읽음으로써 도서관에 대해서 눈을 뜨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고, 기성 세대보다 도서관의 가치를더 많이 공유하고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다.

이용재(문헌정보) 교수
(윤인구 총장과 건학정신)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창비, 2008

 

우리 엄마는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올 12월에는 <엄마를 부탁해>를 통해 가장 낯익어서, 오히려 무심코 지나쳐 버린‘ 엄마’의 사랑과 ‘그녀’의 삶을 진지하게 들여다 볼 수 있길 바란다.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첫 문장부터 가슴이 먹먹해진다. 시골에서 올라온 엄마가 서울의 지하철역에서 실종되면서, 가족들이 사라진 엄마의 흔적을 추적하며 기억을 복원해 나간다. 이 과정을 통해 평생 자신들을 위해 헌신해 온 엄마의 모습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며, 엄마도 엄마이기 이전에 꿈이 있고, 사랑을 알았던 한 소녀였고, 여자였음을 깨닫게 해준다.

엄마의 부재로 시작된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늦지 않았음을, 다행히 아직 사랑할 시간이 남아있음을 전해준다. 그리고 이미 늦어버린 이들에겐 가슴 깊이 묻어둔 사랑을 다시 떠올리며 작은 위로가 되어준다.

도서관 기획전산팀 박지영 사서

<윤리와 무한>
에마뉘엘 레비나스 지음, 양명수 옮김, 다산글방, 2005

 

타자(他者)윤리학으로 유명한 철학자 레비나스의 사상을 간단히 소개하는 책이다. 프랑스 방송에서 레비나스가 인터뷰한 내용을 엮어 출간한 책으로 내용이 방대하지도 않아 레비나스 철학에 입문하기에 좋은 책이다.

레비나스의 윤리는 타자를 우선하는 이타주의를 기반으로 한다. 다른 사람을 맘대로 규정짓는 행위나 소통에 대한 부재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현대사회의 문제는 이기주의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는데, 타인을 강조하는 레비나스의 윤리가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레비나스에 관심도 많기도 했지만, 현대 철학의 사조가 이타주의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올해 읽은 책들 중 가장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2013 블로그 경진대회 금상 '도서관을 통째로' 운영
파워블로거 홍준성(철학 1)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마르셀 에메 지음, 이세욱 옮김, 문학동네, 2011

 

마르셀 에메의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에는 다섯 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각각의 소설은 재기발랄하고,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작가의 상상력은 허공에서 자맥질을 하는 것이아니라, ‘지금-이곳’의 현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 중 노인과 퇴직자, 실업자 등 비생산적인 소비자들의 생존권을 정부가 박탈하겠다는 ‘생존시간카드’는 국가권력의 폭력성을 환상기법을 통해 형상화한다. 더욱이 이 책이 1940년대에 출판되었다는 사실은 작가의 뛰어난 통찰력과 함께 현시대에도 되풀이 되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그렇다고 너무 우울해 하지는 말자. 에메의 소설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유머와 위트, 재치넘치는 문체로 표현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오선영(국어국문 박사 수료) 소설가
(1학기 '문학 속 밑줄긋기' 연재)

<강아지 똥별>
김택근 지음, 추수밭, 2013

 

존경하는 인물 중 한 분인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의 평전이다. 권정생 선생은 안동에 있는 일곱 평의 작은 집에서 평생을 사시다 돌아가셨다. 아이들에게 바른 삶을 가르쳐주는 아동문학을 쓰시고, 어른들에게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꾸짖으며 날카로운 직언을 하셨던 분이다. 한국최고의 아동문학가로 많은 재산을 얻으셨으나, 본인은 평생 낡고 허름한 옷을 입으며‘ 자발적 가난’의 삶을 택하셨다. 그리고 많은 유산을 남기시며 어린이들을 위해 써달라고 남기신 분이다. 이러한 권정생 선생의 삶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보며, 권정생 선생의 평전이 앞으로의 삶을 설계하는 과정에 있는 청년들에게 좌표가 되어 주리라 생각한다.

박광주(행정) 교수
(1474호 효원세상면 정년퇴임 인터뷰)

<알베르 카뮈- 태양과 청춘의 찬가>
김영래 엮음, 토담미디어(빵봉투), 2013

 

"역사는 요동치지만 자질구레한 삶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말은 최연소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이자 20세기 대표적인 행동하는 지식인 알베르 카뮈(1913~1960)가 자신의 스승 장 그르니에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입니다. 2013년은 알베르 카뮈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나는 반항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카뮈의 삶은 실제로 저항과 투쟁으로 점철되어 있었지요. "태양과 청춘의 찬가"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마치 카뮈가 직접 청춘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청춘이라는 시간은 원래 좌절과 패배로 점철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던져진 이 삶의 부조리와 고통을 탐사했던 카뮈를 읽으면 왠지 모를 자유가 느껴집니다.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꿈꾸는 모든 젊은이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또한 카뮈의 위대한 스승이었던 장 그르니에와 주고 받은 편지들로 쓰여진 『카뮈-그르니에 서한집』도 함께 읽어보시길.

국제 인문학 잡지 '인디고' 박용준 편집장
(1466호 인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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