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하나. 얼마 전 면접의 달인 임규남 씨가 우리학교를 찾아‘ 성공적인 취업을 위한 인터뷰 스킬’에 대해 강연했다. 강연자는 면접에서 합격하려면 항상 웃는 표정을 지으라고 강조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취업준비생들은 억지웃음을 지어가며 강연자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장면 둘.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성폭력특별법)이재정 20주 년을 맞이했다. 성폭력특법은 성폭력범죄를 예방하여 국민의 인권신장과건강한 사회질서의 확립을 위해 제정됐다.1994년 개정된 이후 수없이 수정 보완됐지만, 우리사회가 성범죄부터 안전하거나, 피해자의 인권이 보호받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지난 한 주 동안 모순적인 일들이 지속해서 발생했다. 말이나 행동의 앞뒤가 서로일치하지 않는 일들은 기자에게는 먹잇감이 된다. 우선 먹잇감 하나, 강연자는“ 면접시 첫인상이 학벌이나 외국어 능력보다 중요하다”며“ 딱딱한 면접관들이 얄밉고 당혹스런 질문을 하더라도 싱글벙글 웃으라”고 한다. 왜냐하면 기업의 인재상이‘ 자신감’과‘ 의지’가 충만한 사람이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어려서부터 획일화된 암기식 교육과 시험으로‘개성’과 ‘자신감’은 거세당해왔다. 앞집 아이가 영어학원 가면 나도 가야 했고, 20대가 돼서는 남이 자원봉사하면 나도 해야했다. 개성과 자신감이 말살된 사회에서 기업도 암기식 교육을 바탕으로 시험 성적순으로 인재를 뽑아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기업은‘ 개성 없고’,‘ 자신감 없는’ 인재는 사절이란다. 좁디 좁은 취업문으로 우리사회를 스펙 쌓기에 몰아넣은 기업이 더 이상 스펙은 필요없단다. 우리는속은 것이다. 하지만 우리를 속인 기업은 넋 놓고 있는 20대에게 싱글벙글 웃으라한다. 웃으면 채용해 주겠다고 한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먹잇감 둘, 필자가 성폭력 특별법의 문제점을 취재하기 위해 상담가를 만나 인터뷰를 할 기회가 있었다. 상담가는“ 성폭력 특별법 자체에 모순이 있다”며“ 모순이 가득한 법으로 피해자를 상담해야 하는 사실이씁쓸하다”고 토로했다. 우리나라 현행법상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피해자가 가해자의 죄를 증명해야 해야한다. 하지만 성에 대해 보수적이고, 부정적인 시선이 지배적인 우리사회에서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드러내기란 쉽지 않다. 마음을 굳게 먹고 재판을 진행하더라도 증거 확보가 다른 범죄에 비해 어려워 피해자의 진술에 의존하는 편이다. 실제로 몇몇 피해자들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기 싫어 재판을 포기하고 합의하는 경우가 많다. 법이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좌절하게 하는 것이다.

그 좌절은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우리사회는 아직도 성폭력 피해자=여성이라는 인식에 남성 피해자는 호소할 곳조차 없다. 얼마 전 성폭력 특별법이 개정돼 성폭력의 객체가 부녀자에서 사람으로 확대됐다고는 하지만 성폭력 상담소의 상담사 10명 중 남자 상담사는 한 명도 없었다. 필자도 성폭력상담소를 방문할 당시‘ 내가 이곳에 와도 되는지’ 걱정되기도 했다. 취재하러 온 필자도 망설여지는데 피해자는 오죽하랴? 이는 우리가 얼마나 잘못된 성 지식을 가졌는지 방증해 주는 것이다. 우리는 이때까지 성폭력의‘ 성’에만 집중해왔다. 성폭력이란 ‘힘센 사람이 보다 약한 사람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을 잊고 있었다. 이제라도 우리의 잘못된성 인식으로 고통받는 피해자가 없도록 예방과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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