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도 못 피한 올여름 폭염
-정류장에 그늘막 없어 더위 노출
-경사도 높은 기숙사 가기 힘들어
-에타에 양산 구매 인증 글 속속

올여름 4년 만에 전국 폭염 위기 경보 수준이 최고치인 ‘심각’ 단계로 발령되면서, 평소에도 가파르게 느껴지는 우리 대학의 오르막길을 오르는 학생들의 발걸음은 유독 무거웠다. <채널PNU>는 폭염에 시달린 우리 대학 부산캠퍼스의 모습을 살펴봤다.

지난 8월 7일, 낮 최고 기온이 33도를 넘은 가운데 점심 식사를 마친 학생들이 양산을 쓴 채 학교로 들어가고 있다. [유승현 기자]
지난 8월 7일, 낮 최고 기온이 33도를 넘은 가운데 점심 식사를 마친 학생들이 양산을 쓴 채 학교로 들어가고 있다. [유승현 기자]

지난 7월 25일 발령된 부산시 폭염특보는 태풍 ‘카눈’이 한반도에 도달한 8월 10일 직전까지 16일간 이어졌다. 한낮 최고 기온은 35도를 기록했다. 우리 대학은 대부분의 강의실 건물과 기숙사가 고지대에 위치해 있어 이를 이용하는 학생들은 더위에 그대로 노출됐다.

학생들은 캠퍼스 내에서 이동 시 햇볕을 피하기 힘들었다. 우리 대학 캠퍼스 인도와 도로에는 그늘이 없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새벽벌도서관 앞 △사회관 앞 △화학관 앞 도로 △인문관 앞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그림자를 만들 수 있는 나무가 거의 없어 열기가 그대로 지면을 데우고 있었다. 지난 8일, <채널PNU>가 직접 측정해 본 결과 그늘진 아스팔트의 온도는 40도 안팎이었지만 햇빛에 그대로 노출된 곳은 54도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아스팔트를 따라 진리관으로 오르는 A(행정학, 19) 씨는 “순환버스를 타고 법학관 앞에서 내려 걸어서 진리관까지 가는데 여름에는 땀 때문에 방에 들어가자마자 샤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8일 낮 2시 경, 학군단 건물 앞 아스팔트 도로의 온도는 54도를 넘어섰다. [유승현 기자]
지난 8일 낮 2시 경, 학군단 건물 앞 아스팔트 도로의 온도는 54도를 넘어섰다. [유승현 기자]

순환버스를 기다리는 공간조차 그늘이 없어 뜨거웠다. 캠퍼스 밖 버스정류장이나 횡단보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늘막이 없어 학생들은 뙤약볕에서 순환버스를 기다려야 했다. 특히 △새벽벌도서관 △사회관 △법학관 △화학관 △생활환경관 등의 버스 정류장은 그늘이 전무했다. 순환버스를 이용하는 우리 대학 학생들은 근처 건물의 그림자에서 더위를 피하다 버스가 도착하면 뛰어나가곤 했다. 현재 우리 대학 순환버스 정류장 중 그늘막이 설치된 곳은 부산 도시철도 1호선 부산대역 앞 정류장이 유일하다.

학생들은 스스로 더위를 피하고자 양산을 찾았다. 이달 우리 대학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엔 “이제 남자도 양산이 필수다”라는 말과 함께 구매인증 글이 여러 차례 올라왔다. 실제로 지난달 G마켓이 발표한 양산 판매율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올해 남성의 양산 구매율이 12% 증가했다. 허성준(국어국문학, 18) 씨는 “너무 더워서 2주 전에 양산을 구매했다”며 “햇볕을 계속 피할 수 있어 쓰기 전보다 확실히 시원하다”고 말했다.

21일, 학생들이 햇빛을 피해 부산대역 앞에 설치된 스마트 그늘막 아래서 순환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유승현 기자]
21일, 학생들이 햇빛을 피해 부산대역 앞에 설치된 스마트 그늘막 아래서 순환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유승현 기자]

부산시 온열질환 환자는 매해 늘어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부산시 폭염특보 기간에만 발생한 온열질환자 수는 6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기간 발생한 온열질환자 수가 53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높은 수치다.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도 연일 나오고 있다. 이에 지난 4일, 질병관리청은 “올해 온열질환자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며 “무더운 한낮에는 야외 작업, 운동 등 실외 활동을 자제하고 물을 자주 마시는 등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건강 수칙을 준수하여 주실 것”이라고 보도 자료를 통해 발표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아직 우리 대학에서는 더위를 피할 수 있는 학내 시설 확충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 우리 대학 학생과 이혜원 주무관은 “폭염과 관련된 민원이 들어온 적이 없어서 아직 학교 차원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은 없다”며 “강의실 내 에어컨 가동 등 학교 수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부분만 관리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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