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의 멸종을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것은 알려져 있지만 그 이전 새로운 시각으로 꿀벌의 운명을 예감한 루돌프 슈타이너가 있었다. 슈타이너 박사에게 꿀벌은 벌 군집의 몸이고 여왕벌은 그 몸의 영혼이었다. 공동체를 먹여 살리고 방어하는 꿀벌과 분리되어 있지 않은 영혼이 여왕벌이므로, 꿀벌 군집은 한 몸이고 한 영혼인 것이다. 그는 꿀벌의 멸종 위기 원인을 주류 과학자들과 다르게 보았다.

꿀벌은 인류 식량의 90% 정도를 차지하는 작물의 약 70%를 수정한다. 아인슈타인이 살았던 시대에 비해 꿀벌이 1/4 수준으로 감소했다. 미국 한 지역의 경우, 2006년에 비해 꿀벌이 40% 감소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작년과 올해 국내 사정도 심각하다. 꿀벌이 사라지는 이유는 농약, 바이러스 감염, 진드기, 전자파 등 전문가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기후 변화 원인도 거론된다.

꿀벌을 다른 시각으로 이해하기 위해 몇 가지 사실을 소개한다. 여왕벌이 알을 낳아 벌집 속 육각형 공간에 두면 태양의 자전주기 21일만에 암벌인 꿀벌이 태어난다. 여왕벌과 수벌이 부화되는데 걸리는 기간은 각각 16일과 25일로 꿀벌과는 다르다. 꿀벌 군집의 생명과 특성이 태양의 영향을 받는다고 가설할 수 있다.

숫자뿐 아니다. 같은 알이라도 태양의 힘을 가장 잘 받을 수 있는 벌집 육각형 공간 속에 두면 암벌인 꿀벌이 태어나고 바닥에 두면 수벌이, 자궁 모양의 자루 속에 두면 여왕벌이 탄생한다. 이는 동일한 DNA를 가진 세포라 하더라도 뇌를 구성하면 두뇌 활동을, 내장 기관을 구성하면 소화 등 생체 대사 기능을, 피부와 근육이 되면 그 위치에 해당되는 활동을 하는 생명체의 세포와 닮았다. 벌 한 마리는 벌집 공동체라는 몸을 구성하는 하나의 세포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위치에 따라 다른 특징을 갖게 되어 몸 전체를 위해 맡은 바 역할을 묵묵히 담당하는 것이다. 꿀벌은 집을 지키며 꽃에서 가져온 수액 넥타를 소화해 꿀을 생산한다. 여왕벌은 군집의 영혼을 담당하면서 중심을 잡고 생명 탄생을 담당한다.

드론(drone)인 수벌은 무슨 일을 하는가? 드론은 '빈들거리면서 논다’란 뜻을 가진다. 평생 놀고 먹는 수벌도 한 가지 일은 한다. 여왕벌이 수태하는 것을 돕는다. 하지만 여왕벌은 무성 생식을 하므로 수벌은 여왕벌과 짝을 짓는 게 아니라 경호하듯 주위를 맴돌 뿐이다. 화창해 태양의 기운이 좋은 날, 여왕벌은 하늘 높이 태양을 향해 비행한 후 수태한다. 꿀벌과 태양의 두 번째 신비로운 관계인데, 수벌 드론은 비행하는 여왕벌 주위를 맴돌면서 보호한다. 온 힘을 다해 경호하기에 여왕벌의 수태 비행 이후에 수벌 드론은 탈진해 죽고 만다.

발도르프 교육철학과 동종의학을 제창하고 칸딘스키를 포함한 여러 예술가들에게 깊은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진 루돌프 스타이너는 꿀벌의 사라짐은 다름아닌 인간의 양봉에 기인한다고 주장한다. 인위적으로 여왕벌을 분양하고 키우는 방식을 사용한 양봉으로 꿀벌 생태계의 영혼에 손상이 갔다는 주장이다. 새로운 여왕벌을 벌집에 넣으면 다른 여왕벌과 함께 살았던 꿀벌들은 큰 동요를 일으키고 여왕벌 영혼에 눈이 부셔 적응하기 힘들어하면서 많은 꿀벌들은 죽고 만다.

하나의 가설로 치부해 버려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인간도 예외가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육체뿐만 아니라 영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과학기술에 운명을 맡긴 인류가 꿀벌의 운명과 다르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조재원 UNIST 교수
조재원 UNI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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