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가 저무는 지금, 70년대와 80년대의 대학 시절을 돌이켜 본다면, 현재의 대학생활이 그 당시의 캠퍼스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실감할 것이다. 70년대, 80년대 대학 캠퍼스는 낭만도 있었지만, 독재정권에 치열하게 항거하던 열정이 넘치던 곳이기도 했다. 장차 사회인으로 성공하고 싶은 욕구가 왕성했음에도 기성 정치에 저항하는 상반된 경험을 동시에 하면서 학창시절을 보낸 경우가 많았다.

그 당시인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없지는 않았을 터, 지금의 대학생들이 자신의 앞날을 훨씬 불안하게 생각하는 것은 왜일까? 대학생 수는 절대적으로 늘어난 데 비해 취업문이 상대적으로 좁아진 탓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청년의 가장 큰 매력은 자유분방함과 열정이다. 무모하리만치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꿈을 좇는 열정 말이다. 그런데 지금의 청년들이 보여주는 자유분방함은 어디서건 타인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욕망을 발산하는 애정표출에 머무는 듯하다. 정작 자신의 미래가 달린‘ 꿈’을 실현하는데 있어서는 기성세대를 추종하는 수동성을 드러낸다. 20~30년 전만 하더라도 군입대외에는 거의 없었던 휴학이 지금 대학생들에게는 다반사의 일이 되었다. 그런데 대부분 휴학의 이유가 현실에 안주하고자 하는 그들의 불안을 대변하고 있다.

오로지 대학을 가기 위해 청소년기를 희생한 후라면, 대학생활은 자신이 하고 싶은 활동과 호기심을 충족시킬 탐구에 열정을 바칠 만도 할 텐데, 많은 학생들이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에 몰두하는 것 같아 안쓰럽다. 중고등학생 시절의 수동성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는 성인으로서의 독자성을 가지고 대학생활을 해야 함에도, 많은 대학생들이 현실의 무게에 눌려 그렇게 하지 못한다.

갈수록 기대하는 직장을 가질 기회는 점점 줄어드는데다, 일부 대기업은 몰려드는 지원자들 중 극소수의 입맛에 맞는 인재를 고를 욕심에 지나치리만치 가혹한 조건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으니, 해가 갈수록 지원자의 부담이 늘어만 간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대학에 전가되어, 대부분의 대학이 직업양성소가 되어버렸다. 그뿐인가, 그렇게 어렵게 들어간 직장도 한창 일할 나이임에도 명퇴니, 조기 은퇴를 걱정해야 할 처지이니, 젊은이들의 불안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 자유롭고 편안하게 학문에 몰두할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는 기성세대, 대학당국, 정부당국은 젊은이들의 옹졸한 포부가 걱정되는가?

그렇다면 젊은이들이 대학에서 기업이 요구하는 공부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호기심과 학문적 갈증을 해소할 수 있도록 대학과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야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대학이 직업양성소로 전락해가는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고, 학문을 탐구하는 상아탑의 위상은 대학의 건학이념에나 남아있을 구호에 불과할 것이다. 지나친 경쟁 사회에 내몰리는 젊은이들의 불안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이 사회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을 것이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