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면서 특별한 주제를 의도하지는 않는다. 그저 평소에 흥미롭게 생각해왔던 인물들과 소재들을 이리저리 뒤섞다보면 자연스럽게 의미를 획득할 수 있는 방향이 보이고 보통은 거기에 맞춰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이번에 쓴 글은 한 소년이 자신을 짓누르는 외부세계를 미약하게나마 극복하는 모습만 표현되면 족하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있어 소설은 은유적인 표현수단이다. 그러나 비록 소설일지라도 나를 드러내는 것은 힘든 일이라 이번 글에도 내 자신은 쏙 빠져버린 것 같다. 1인칭에 가까운 시점을 택하고 있음에도 주인공을 마지막까지 소년이라고 지칭한 것은 어떻게든 주인공을 객관화시키기 위함이었다. 또한 실제의 경험이 아닌 유사한 감정만으로 허구의 세계를 구축하려 했기에 작위적 연출이 많았고 인물들의 행위에 동기가 부족했던 점, 그리고 여러 설정들이 말 그대로 설정에 그쳤던 점이 아쉽다. 너무 빠른 호흡이나 묘사의 부족은 평소 노력을 게을리 한 탓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여러모로 부족한 글이지만 항상 무용하다고 느껴졌던 나의 글쓰기를 좀 더 가치 있게 보아주신 심사위원 교수님들께 마지막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