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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을 몽땅 갖고 있는 은행이… 48시간 만에 망해버렸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포스터 문구냐고요? 놀랍게도 얼마 전에 일어난 실화예요. 지난 10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이틀 만에 파산했거든요.

SVB는 처음 들어봐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의 든든한 돈줄 역할을 하던 은행이에요. 미국 테크·헬스케어 벤처기업의 44%가 이곳의 고객이라고. 1983년 설립된 SVB는 지난 40년 동안 미국 스타트업들의 성장을 도우며 쭉쭉 규모를 키웠어요. 미국 은행 순위 16위까지 올랐죠.

그렇게 큰 곳이 어쩌다 망한 거야?

외부에 취약한 자산 구조 + 불안한 경기의 콜라보 때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차근차근 쉽게 설명해 보면요.

· 돈 벌었으니 국채 샀는데 : 금리가 낮았던 시절, 예금을 빵빵하게 모은 SVB. 수익을 쏠쏠하게 내보고자 이 돈을 미국의 장기 국채에 왕창 투자했어요. 국채는 나라가 자금을 모으기 위해 파는 빚 문서로, “나중에 이거 가져오면 이자까지 붙여서 돈으로 바꿔 줄게!”라는 의미가 담겨있어요.

· 국채는 폭삭 가라앉았고 : 문제는 이후 고금리 시대가 열린 것. 금리가 올라가면 더 높은 이자율을 단 상품이 많이 나오잖아요. 이에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낮은 장기 국채를 찾는 사람은 적어졌고, 장기 국채 가격도 내렸어요. 이곳에 가득 투자한 SVB 입장에서는 쓴맛을 본 셈.

· 갑자기 돈이 필요해졌고 : 고금리의 쓴맛을 본 건 SVB뿐만이 아니었어요. 바로 스타트업. 미국이 돈줄을 세게 조이면 시장에 돈이 잘 흐르지 않게 되는데요. 이에 투자를 받기 힘들어진 스타트업들이 대거 SVB를 찾은 것. “맡겨둔 예금 꺼내러 왔어! ” 하지만 SVB는 이들의 막대한 예금을 다 돌려줄 돈이 수중에 없었는데요. 결국 갖고 있던 장기 국채를 팔아 돈을 마련했고, 그 과정에서 약 18억 달러(2조 3,500억 원) 규모의 손실을 봤어요.

· 빠르게 손절 당하며 파산 :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겁먹은 스타트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SVB에서 돈을 빼내기 시작했어요. 대규모의 예금 인출(=뱅크런)이 발생한 것. 지난 9일 하루 새 빠져나간 돈만 총 약 420억 달러(56조 원)였다고요. 결국 SVB는 돈을 더 이상 내주지 못할 상황에 처했고, 뱅크런이 시작된 지 48시간 만에 파산했어요. 이번 파산은 2008년 금융위기 다음으로 가장 큰 규모예요.

여파가 장난 아닐 것 같은데…

SVB가 폐쇄되면서 스타트업들도 돈을 잃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법에 따라 은행이 망하면 정부가 넣어둔 예금을 돌려주기는 하는데요(=예금 보호). 한도가 1계좌당 25만 달러(약 3억 3천만 원)였거든요. SVB 예금의 약 90%는 한도를 넘은 상태였고요. 그렇게 많은 스타트업들이 회사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는데…

· 미국 정부가 나섰어요: 보호 한도에 상관 없이 모든 예금을 대신 돌려주겠다고 한 것. 이번 사건으로 인한 파장이 미국 경제 전반으로 퍼질 것을 우려해 손을 쓴 거죠.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어요. 금융 시스템 전체가 흔들리는 등의 심각한 일은 없을 것 같다고.

그래도 시장이 많이 놀랐을 것 같아

추후 금융 시장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칠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와요. 여기에 이번 사건이 던지는 메시지까지 더해, 깔끔하게 싹 살펴보면요.

· 미국 금리 인상에 브레이크 걸릴까?: 이번 사건의 큰 요인 중 하나가 미국이 금리를 팍팍 올렸기 때문이잖아요. 이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이번 달 금리 올리기에서 속도를 줄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와요. 0.5%P 인상(=빅스텝)에서 0.25%P 인상으로 계획을 바꿀 것 같다고요.

· 스타트업 괜찮을까?: 스타트업 시장에 먹구름이 더 짙게 낄 것 같다는 말이 나와요. 어디 가서 돈을 구하기 더욱 쉽지 않을 거라는 것. 든든한 지원군이었던 은행도 사라졌고요. 이번 파산으로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도 더 쪼그라들 것 같기 때문.

· 은행 괜찮을까?: 외부 환경에 취약한 은행의 자산 구조가 문제라는 의견도 있어요. SVB처럼 은행이 바로 쓸 수 있는 현금을 충분히 갖고 있지 않다면, 금리 인상 등 시장의 상황에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거죠. 미국에는 이런 자산 구조를 지닌 은행이 또 있는데요(예: 지역은행). 이런 은행이 한번 시장의 신뢰를 잃는다면, 제2의 SVB 사태가 또 일어날 수 있다며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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