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일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기성회비 폐지를 주장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이다(사진=김동우 기자)

지난 7일, 우리학교를 포함한 8개 국·공립대학교 학생들이 기성회를 상대로 제기한 기성회비 반환 소송에서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학생들이 승소했다. 이번 판결 이후로 학생들의 기성회비 반환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으며, 국·공립대학은 앞으로 기성회비 징수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국립대, 등록금 징수에 빨간불 켜졌다 이번 항소심에서 법원은 ‘기성회가 학생들에게 1인당 10만 원 씩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각 대학이 징수한 기성회비는 부당이득이므로 학생들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1심과 같이 기성회비가 법적 근거가 없으며, 그 동안 기성회비가 등록금을 올리는 인상 수단이 되었다는 학생들의 주장을 다시 한번 인정했다. 기성회비 징수가 관습법에 따른 것이며 양 측의 합의를 통한 것이라는 학교 측의 주장은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학생들의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전국 국공립대는 당장 등록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성회비를 걷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기획처 최재원(기계공) 처장은 “기성회비 예산이 1,300억원 가까이 되는데 기성회비를 걷지못하게 된다면 학교는 당장 문을 닫아야 한다”며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 건물 수리, 노후화 시설 보수 등의 사업이 모두 불가능 해진다”고 밝혔다. 우리학교의 경우 총 교육비는 3,815억 8,995만 5,000원이며 이 중 기성회계는 1,183억 3,170만 7,000원으로 전체회계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학내·외로 학생들의 기성회비 반환 요구 높아져…학교는 대자보 붙여서 재정난 호소

한편 학내·외로 학생들의 기성회비 반환요구는 거세지고 있다. 이번 소송을 진행한 한국대학생연합(이하한대련) 박지향 정책선전국장은 “항소에서 패소한 국·공립대가 대법원에 상고를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며 “판례가 법에서 중요한 만큼 상고심에서도 승소해 기성회비 반환을 이뤄 내겠다”고 밝혔다.

우리학교에서는 자체적으로 ‘기성회비 반환을 위한 효원인’ 모임이 결성돼 기성회비 반환을 주장하고 있다. 이 모임은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기성회비 용처 중 하나인 ‘급여보조성 인건비 폐지’로 잉여금이 된 17억을 학생들에게 반환할 것을 주장하며 서명운동을 벌였다. 모임의 대표 강지훈(미술 4) 씨는 “21일까지 총 4,000여 명의 서명이 모였고, 22일 모은 서명을 본부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교육부의 취지에 맞게 기성회비를 학생들에게 반드시 돌려줘야한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최재원(기계공) 처장은 자보를 통해 17억 여 원의 잉여금에 대한 입장과 기성회비 징수가 불가피함을 밝혔다. 최재원 처장은 17억 여원의 잉여금에 대해 ‘17여 억 원은 초과징수가 된 것이 아니라, 가용재원으로 남은 것’이라며 ‘검토기간 등의 이유로 학생들의 의견수렴이 늦어져 유감이며 양해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또 기성회비에 대해 ‘대학 운영 경비 중 50%를 기성회회계에 의존하고 있어 국고 지원의 확충 없이 기성회비를 폐지할 경우 대학운영이 불가능 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학생들은 기성회비 반환에 대해 크게 두 가지로 의견이 갈렸다. ㄱ(노어노문 1) 씨는 “국가장학금을 받을 뿐더러 사립대에 비해 저렴한 학비로 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절감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며 “10만 원을 각자에게 분산시키기보다 모아서 학교 복지에 쓰이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면 기성회비의 쓰임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예지(디자인 2) 씨는 “어디 쓰는지도 정확히 모르는 기성회비를 납부하기에는 찝찝한 구석이 있다”며 “완벽하게 예산 내역이 공개되지 않는 이상 학생들에게 기성회비가 반환해야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 “국가의 고등교육 지원이 근본적 해결책"

한편 전문가들은 기성회비 폐지 후 국가가 국립대학교육재정을 책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학교육연구소 이수연 연구원은 “학생들이 승소했지만, 판결에서는 기성회비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며 “이 때문에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교육부의 재정회계법 도입으로 등록금 부담이 완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재원 처장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국립대학에 대한 정부의 책무성 확립에 있다”며 “재정회계법이 도입되더라도 대학의 자율성이 보장되고, 특성이 존중되는 방향으로 실시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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