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대학 신입생 글쓰기에···' 소개
-구체적인 예시문 통해 쉽게 제시
-스스로 오류 인식하는 것이 중요

논문은 대학에서 이뤄지는 학문 연구의 중심을 잡는 학술적 글쓰기 방식으로 꼽힌다. 우리는 논문을 읽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도출된 깊이 있는 연구 결과를 접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이 어렵고 방대해 여러 논문에 선뜻 접근하기 쉽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이에 <채널PNU>는 글의 양이 많은 논문을 떠먹기 좋게, 한 기사로 요약 소개하는 ‘글밥한상’ 코너를 기획했다. 

첫 번째로 소개할 논문은 2021년 6월 발표된 서원대 이연정(언어학) 조교수의 '대학 신입생 글쓰기에 나타난 문장 오류 양상 분석'이다. 23학번 신입생이 입학하는 3월을 맞아 선택했다.

신입생 글쓰기에서 나타나는 문장 층위 오류의 6가지 양상. (c)김신영 기자
신입생 글쓰기에서 나타나는 문장 층위 오류의 6가지 양상. (c)김신영 기자

■실수 1위는 부적절한 어휘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다양한 ‘글쓰기’를 하게 된다. 짧게는 일기와 편지를 쓰고, 수행평가나 작문 대회 등을 경험하며 글쓰기라는 행위와 가까워진다. SNS에 단문을 올리고, 친구들과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행위 역시 모두 글쓰기다. 하지만 대학에서 논하는 글쓰기는 한층 더 어렵다. 대다수의 대학 신입생은 처음 마주하는 리포트나 서평 작성 등의 글쓰기 수행에서 여러 가지 오류를 범하게 된다.

이 논문은 저자가 교수로 소속된 대학에서 ‘사고와 표현’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작성한 에세이를 바탕으로 전개하고 있다. 저자는 △표기 층위 △텍스트 층위 △문장 층위로 나뉘는 글쓰기 오류 범주 가운데 ‘문장 층위’를 중심으로 에세이를 분석한다. 문장 층위의 오류는 크게 △문장성분의 누락 △성분 호응 오류 △부적절한 어휘 사용 △통사적 오류 △조사 오류 △어미 오류 등의 여섯 가지로 나뉘며, 다른 층위의 오류 보다 수정이 어렵고 의미 전달과 직결돼 있어 중요하다.

저자는 문장 층위 오류의 근본적 분석을 통해 대학생에게 필요한 글쓰기 교육 방안의 시사점을 모색한다. 그래서인지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에도 등재된 이 논문은 국내 최대 학술 데이터베이스 사이트인 DBpia에서 ‘Best 논문’ 순위권에 들며 높은 이용률을 보이고 있다.

신입생들의 글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오류는 ‘부적절한 어휘 사용’이었다. 이 오류는 다시 △유사 어휘 반복 △문맥에 맞지 않는 부자연스러운 표현 △구어적 표현 △잘못된 지시어 △관용적 표현 오류 등의 양상으로 세분화된다. 몇 가지 예문과 함께 살펴보자.

먼저 의미가 유사한 두 개 이상의 어휘가 한 문장에 나타나는 ‘유사 어휘 반복’의 경우다. 이러한 어휘 중복은 많은 신입생이 가지고 있는 글쓰기 습관으로 나타났다. “나 역시 그러한 경험을 통해 반성하고 뉘우치며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었다”는 예문에서 ‘반성하다’와 ‘뉘우치다’와 같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의미의 단어를 중복으로 사용하는 경우다. 이런 경우 단어의 실질적 의미를 고려하며 동일한 의미의 단어를 둘 중 하나 삭제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다음으로 흔히 나타나는 경우는 ‘구어적 표현’이다. 저자는 SNS와 웹을 통해 온라인 문화에 익숙한 세대의 특성이 △줄임말 △강조 부사어 △구어 등 문어에 어울리지 않는 표현 사용으로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특히 △뭐(무엇) △뭔(무슨) △거(것) △건(것은) △걸(것을) △땐(때에는) △얘기(이야기) 등과 같은 줄임 표현의 사용이 두드러졌다. 또한 구어체에서 사용하는 강조 부사어 ‘엄청’이나 ‘정말’의 사용 빈도도 높았다. 저자는 이 같은 표현이 문어적 글쓰기에 부적절하기 때문에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길고 복잡한 문장도 문제

지나치게 길고 복잡한 문장 사용 역시 대학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이 과도하게 문장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흔히 발생했다. 문장을 길게 늘여 쓰는 습관을 지닌 학생일수록 작성한 문장에서 성분 호응 오류와 통사 구조 오류가 많이 관찰됐다. 문장이 길고 복합해짐에 따라 문장을 구성하는 성분들의 관계 역시 모호해져 이와 같은 착오가 발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 안에서 했던 일은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고 고객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적어두고, 상사에게 보고하고, 각각의 부동산을 돌면서 홍보를 하며 설명 드리는 것이 내 주된 업무였다.”라는 문장의 경우, ‘(내가 한)일’에 연결되는 서술어가 ‘업무였다’로 적절한 호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문장에 길게 나열된 서술어들이 ‘업무였다’의 주어처럼 쓰이며 실제 주어 파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 문장에서는 서술어가 주어에 호응하도록 ‘~(하는 것)이었다’가 되어야 한다.

문장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담고 싶은 메시지를 단순 나열하다 보면 문장이 지켜야 할 통사적 규칙에서 벗어난 것이다. 저자는 문장이 길어질수록 성분 간의 관계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늘어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더불어 ‘하나의 문장은 하나의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는 원칙 또한 글을 쓸 때 의식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논문은 위의 예시 외에도 문장 층위에서 나타나는 여섯 가지 오류 양상을 토대로 앞으로의 글쓰기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오류 발생의 근본적 원인 분석을 통해 학생 스스로 오류를 발견하도록 유도하는 글쓰기 지도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 대학 역시 신입생의 대학 글쓰기를 돕기 위해 1학년 필수 교양 과목으로 ‘열린 사고와 표현’을 반드시 이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도 방식의 연구와 동시에 학생 스스로도 자신의 글쓰기에 소홀한 태도를 가지지 않도록 노력한다면 대학생의 글쓰기 실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대학 글쓰기를 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문장적 오류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이 논문을 읽으며 되짚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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