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우리 대학 언론사와 총학생회는 비슷한 위기에 놓였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캠퍼스는 한산해졌고, 학생들은 우리의 존재를 발견하지 못하거나 천천히 잊어갔기 때문이다. 67년을 버텨온 부대신문이 발행을 멈춘 데 이어, 총학생회도 54년 만에 후보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다. 부대신문은 다른 학내 언론과 통합해 재도약했으며, 총학생회는 단과대학 학생회장들로 구성된 중앙운영위원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다행히 학생 사회를 상징하는 문창회관에서 빛이 사라지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올 한해 총학생회 외에도 여러 학생회가 비대위 체제로 운영됐다. 어쩌면 그들이 비대위였다는 사실조차 몰랐거나 선거에서 뽑힌 학생회와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을 수 있다. 차이는 비대위를 학생들이 직접 선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발생한다. 비대위는 학생들의 표를 얻고자 실현하기 어려운 공약을 내걸지도 않았으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자 이리저리 애쓰지도 않는다. 학생들의 요구와 불만이 쏟아지지 않는 이상, 학생회가 해야 하는 최소한의 활동만 유지해도 ‘비대위니까’ 이해받을 수 있다.

문제는 비대위가 아닌 학생회에도 소극적인 태도가 만연하다는 것이다. 단위별 학생회 선거가 경선인 경우는 기적처럼 여겨지는 시대다. 주변에서 등 떠밀어 반강제로 출마하게 된 이들은 학생회로서 학생의 권리를 주장하려 나서기를 주저한다. 학생 자치가 어려운 상황에 놓인 걸 알기에 학내 언론은 학생회를 강하게 비판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럴수록 학생회는 점점 무기력해지고 있었다. 언론이 학생들의 원성이 들리는 곳을 찾았지만 학생회는 두 손 놓고 있거나 학생이 아닌 강자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던 경우가 허다했다. 학생회가 제 역할을 깨닫지 못하고 헤매는 사이, 학생의 권리는 지속해서 침해되고 있었다.

무사안일주의에 빠진 학생 자치가 깨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학생들은 캠퍼스로 돌아왔지만 학생회는 행동하는 법을 점점 잊어가는 듯하다. 올 한해 우리 대학 곳곳에서 학생들의 피해가 발생했다. 학생회비를 납부한 학생들이 축제비 납부를 강요(채널PNU 지난 4월 29일 보도)받아 학생회비 제도의 근간이 흔들려도, 설문 응답자의 82%가 환경이 열악한 밀양캠퍼스를 떠나길 원해도(채널PNU 지난 6월 3일 보도), 매일 아침 순환버스에 학생들이 위태롭게 매달려 있어도(채널PNU 지난 9월 30일 보도) 학생회는 무력하게 있어도 될 존재가 아니다. 학생 자치의 위기는 학생회가 무엇을 하는지 모른다는 학생들의 무관심, 그리고 학생회 무용론에서 온다. 학생들과 학내 언론은 학생회에 침묵하지 않고 행동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학생회 선거를 앞두고 있다. 학생의 권리를 좇기보다 대학과 교수의 부하 기관을 자처하고 있는 학생회가 본분을 자각했으면 좋겠다. 학내 언론은 언제나 학생들의 원성이 들리는 곳을 찾을 것이며, 학생회가 문제를 해결하려 나서야 한다고 당연하게 믿을 것이다. 내년에는 기자들이 학생회에 취재 전화를 걸 때 다음 질문에 꼭 답변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학생회는 어떻게 대응할 계획입니까?”

보도2부장 김민성
보도2부장 김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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