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 도서관, 저자와의 만남 개최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작가 연단 올라
-제주 4.3 사건 다룬 집필 과정 상세 소개

“인간의 잔혹함에도 작별하지 않는 이 마음은 곧 포기하지 않는 거예요.” 한강 작가는 책 ‘작별하지 않는다’를 통해 끔찍한 학살 속 과거와 현재의 사람들을 이어 주고 싶었다며, 자신을 ‘중간자’의 역할로 규정했다.

지난 11월 17일 우리 대학 도서관은 제2차 ‘저자와의 만남’ 행사를 열고 한강 작가의 강연을 진행했다. 한강 작가는 제주 4.3 사건을 다룬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제30회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지난 11월 17일 새벽벌도서관 1층에서 강연하고 있는 한강 작가 [조승완 기자]
지난 11월 17일 새벽벌도서관 1층에서 강연하고 있는 한강 작가 [조승완 기자]

■감각을 깨우는 법

한 작가는 책 ‘작별하지 않는다’의 집필 과정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제주 4.3 사건이라는 비극과 작별하지 않겠다는 각오와 의지, 그리고 멈추지 않고 계속 있겠다는 마음을 담았다. 한 작가는 제주 4.3 사건을 다루기 위해 한 달간 하루 8~9시간을 자료를 읽으며 보냈다. 생존자와 목격자의 증언을 통해 어떻게 사건을 경험했고 삶이 변화했는지에 대해 알아보기도 했다. 한 작가는 “제주 4.3 사건을 지역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경산까지 이어나가 대규모 학살로 인한 희생자들의 아픔을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소설에서 중요한 매개체로 등장하는 ‘눈’에 대한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눈이 오는 날마다 자연을 찾아 자신이 느낀 감정을 활자로 고스란히 담아내기 위해 눈이 손에 닿아 녹아 없어지는 장면과 설산(雪山)을 촬영하기도 했다. 한 작가는 “눈을 통해 끝까지 눈송이처럼 결속하는 존재, 작별하지 않는 그 지극한 마음을 소설에 담고 싶었다”고 전했다.

■잊지 않는 마음

한 작가는 집필에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은 ‘애도의 행위’라고 전했다. 실제로 흰 천을 학살터에서 바닷가까지 나르는 퍼포먼스를 직접 한 뒤 영상으로 남기기도 했다. 책 ‘작별하지 않는다’ 표지의 바다와 그 위의 흰 천은 이 영상의 한 장면을 토대로 구성한 것이다. 

이어 그는 “집필 과정은 애도의 과정이기도 했다”며 “‘역사는 죽은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살아 있는 존재가 대화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중략) 역사 서술이라는 애도의 방식은 폭력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다’는 구절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생생한 자료들을 보는 것이 괴로워 소설을 빨리 완성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수많은 자료를 뒤적이며 과거의 상황에 함께했고, 소설로 기록하면서 독자도 현장을 느낄 수 있도록 중간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잔혹한 과거와 작별하지 말 것. 그것이 한강 작가가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잊지 않는, 작별하지 않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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