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PNU·부산인권센터·노동권익센터 주관 좌담회
-현장실습생 실제 사례와 설문조사 결과 분석
-"고교현장실습 비교해도 학생 보호 장치 부실"
-"현장실습 정의 불명확해 악용 여지 다분"

채널PNU는 부산 지역 대학생들이 현장실습 과정에서 기업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는 등의 문제가 없는지 현황을 살펴보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부산광역시 인권센터(이하 부산인권센터)와 부산노동권익센터 공동 주관으로 전문가 좌담회 '대학생 현장실습 이대로 괜찮은가?'를 열었다. 

지난 11월 10일 부산 노동권익센터에서 열린 좌담회에는 ∆현장실습생 A 씨 ∆부산인권센터 양성민 인권옹호팀장 ∆황숙정 인권옹호팀원 ∆부산노동권익센터 석병수 센터장 ∆정영주 사무국장 ∆김희경 정책연구부장 ∆서은실 사무국 주임 ∆옥성찬 노동권익부 주임 ∆부산보건고등학교(이하 부산보건고) 서동현 교사 등이 참석해 대학생 현장실습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현행 시스템의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11월 10일 부산노동권익센터에서 개최된 좌담회 현장 [김민성 기자]
지난 11월 10일 부산노동권익센터에서 개최된 좌담회 현장 [김민성 기자]

좌담회에 참석한 현장실습생 A 씨는 “취업하기 전에 유익한 일을 하고 싶고 학점도 인정받을 수 있단 말에 현장실습에 참여 했다”며 “이미 합격한 후 업체 관계자가 ‘사전에 소개한 업무 외에도 허드렛일이 있는데 그래도 괜찮느냐’고 묻기에 ‘적당히 청소 정도 하겠다’ 싶어 수락하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A 씨가 겪은 상황은 예상 밖이었다. 업체는 A 씨에게 과중한 업무를 시켰고, CCTV로 업무를 감시했다. 또 각종 계약서를 작성할 때 제대로 읽고 이해할 시간을 주지 않은 채 서명하게 하는 등 갈등을 야기했다. A 씨는 “오전 내내 계단을 오르고 뛰어다니며 일했다. 매일 그렇게 일하니 다리가 너무 아팠지만 모든 곳에 CCTV가 있었다”며 “앉아 있는 시간이 길면 서 있으라고 하거나 엘리베이터를 타지 말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한 직원은 ‘네가 군대를 안 가봐서 그렇다. 군대에서는 다 이렇게 한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해 ‘정말 군대를 다녀오면 이런 말을 안 하려나 싶을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A 씨의 현장실습 사례를 들은 좌담회 현장에서는 한숨이 터져 나왔다. 부산보건고 서동현 교사는 “이것은 노동 착취이며 불법을 굉장히 많이 자행하고 있다”며 안타까움과 분노를 표했다. 부산노동권익센터 정영주 사무국장은 “현장 경험을 쌓게 한다는 미명하에 여러 가지 조건들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고, 고용의 유연화에 대한 문제 등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A 씨 외에도 많은 대학생들이 현장실습 과정에서 부당한 일을 당하고 있었다. 유의미한 경험을 쌓고자 했던 당초 목적과는 달리 현장실습 기업들의 부당한 처우에 상처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월 29일부터 11월 15일까지 부산시 소재 대학생 99명을 대상으로 채널PNU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장실습 경험자(전체 응답자의 39.2%)의 65.8%가 취업 및 스펙을 위해서, 81.6%가 경험을 쌓기 위해서, 21.1%가 진로 탐색을 위해서 현장실습에 참여했다. 그러나 그중 34.2%는 현장실습 과정에서 부당한 일을 당했고, 구체적으로는 ∆실습 이외에 다른 노동 강요 ∆기재된 내용과 실제 업무내용·근무시간 다름 ∆초과근로·휴일근로 요구 등 과중한 업무 ∆보상 미흡 ∆사전 설명 미흡 ∆폭언 등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현재 우리 사회는 대학생 현장실습에 관련된 규정이 부실해 실습생들이 보호받기 어려운 환경이다. 부산노동권익센터 옥성찬 노동권익부 주임은 “실질적으로 현장실습생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별반 다를 게 없다”며 “만약 근로기준법이 현장실습에도 전면 적용되면 이런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법상에서 정의하고 있는 현장실습의 개념 자체가 다양하다”며 “정의가 어떻게 되었느냐에 따라 근거 법령이 달라지기 때문에 악용할 여지가 생기고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부산인권센터 양성민 인권옹호팀장은 “특성화 고등학교 대상 현장실습과 관련된 법률은 잘 정비돼 있는 반면 대학생 현장실습 과정에서 학생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는 비교적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고 접수하고 민원을 제기할 창구를 별도로 두지 않고 있고 시스템이 미비해 보인다"며 "실제로 대학에서 개정된 교육부 지침에 따라 교육과 실무를 구분지어 내실있게 운영하고 있는지도 확인하고 지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좌담회 참가자들은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내년에 보다 심층적인 조사를 검토하기로 했다. 설문조사 문항을 세부화하고 다듬어 대학생 현장실습의 문제점을 전문적으로 분석하기 위함이다. 양 팀장은 “사회복지나 의료, 보건 계열은 현장실습에 거의 필수적으로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내년에는 필수적으로 참여한 학생들과 자발적으로 참여한 학생들을 구분하여 공동 설문조사를 시행해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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