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대 학생회 주관 오찬호 작가 특강
-"인문학적 사고 훼손이 차별 둔감 낳아"
-"날카로운 인문학으로 타인 설득해야"

“제가 관심 있어 하는 건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는 현상 자체가 아닙니다. 제가 관심 있는 건 그 사람들의 문장 안에 배어 있는 ‘빈정거림’입니다.”

지난 11월 15일 화요일 오후 7시 우리 대학 인문관 412호에서 2022 인문대학 학생회 주관 특별 강연회 '인문대생은 잘 먹고 잘 살 수 없나요?'가 열렸다. 강연자로 초청된 오찬호 작가는 △인문학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 △앞으로 인문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인문관 412호에서 강연 중인 오찬호 작가. [김재희 기자]
인문관 412호에서 강연 중인 오찬호 작가. [김재희 기자]

오 작가는 '취업 중심으로 변한 대학의 구조' 때문에 인문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대학이 무상 공간을 이용해 임대 사업을 하는 등 효율성이라는 가치에 입각한 공간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데 이러한 경향은 인문학이 추구하는 ‘인간다움’을 훼손하고 인문학적 사고 자체를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오 작가는 이러한 인문학적 사고의 훼손은 ‘차별에 둔감해지는 현상’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지금 비정규직의 정규직 채용 논의에 대해 ‘날로 정규직 되려고 한다’ ‘도둑놈 심보, 무임승차다’ 등의 차별적 발언을 하는 것이 논란조차 되지 않는 사회”라며 “이러한 발언에서 볼 수 있는 ‘감정의 오작동’은 ‘타인을 조롱해도 된다’는 지속적인 학습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무자비한 사회일수록 인문학의 역할이 필요했다. 그는 “인문학이 할 일은 ‘사랑의 힘’이나 ‘선한 영향력’을 주창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사랑의 힘을 막고 있는가?’를 질문하는 것”이라며 “인문학이 ‘차별과 혐오를 하겠다’는 자유와 공정을 의심함으로써 사회의 논의를 풍성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 작가는 인문학은 본래 ‘날카로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줄 위에서 한쪽으로 기울어진 사람이 균형을 잡을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기울어진 반대편에서 부채질을 해야만 한다”며 “비뚤어진 전체 사회의 균형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적 날카로움’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연 말미에는 인문학으로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방법이 제시됐다. △린치와 마주하기 △비교강박 벗어나기가 그것이다. 오 작가는 “공동체에 존재하는 불평등과 갈등을 직시하고 타인을 설득해야 한다”며 “위기에 몰린 인문학을 납득시키기 위해 문·이과를 비교하기 시작하면 인문학은 추상적 논의 안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인문학은 그 자체로 논의돼야 하고, 인문학도는 인문학 그 자체를 좋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작가는 “사회가 점점 복잡해짐에 따라 현대 사회는 죽는 순간까지 인문학적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사회”라며 “그런 상황에 직면할 때마다 인문학적 날카로움을 발휘해 올바른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길 바란다”라고 말하며 강연을 마쳤다.

한편 이날 강연장에는 학생들과 시민 70여 명이 참석했다. 강연에 참석한 김남영(사학, 18) 씨는 “이미 인문학에 발을 디뎌버린 사람으로서, 사회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 한 마디를 던질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김정민(국어국문학, 22) 씨는 “강연을 통해 인문학도인 나조차도 문과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좋은 것과 나쁜 것이 공존하는 세상에서 나쁜 것을 분명히 직시할 수 있도록 인문학이 충분히 날카로워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오찬호 작가는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2013)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2018) △진격의 대학교(2015) 등 총 13권의 저서를 집필한 사회학자이자 작가다. 오 작가는 △TVN <어쩌다 어른> △JTBC <차이나는 클라스>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등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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