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학원 연구실에서 학생들과 얘기하던 중에 이런 말이 나왔다. 박사까지 공부를 하는 사람은‘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어야 할까?’ 아니면‘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이어야 할까?’ 물론 우문(愚問)이다.‘ 둘 다’라는 현답(賢答)이 있지만, 하나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학생들의 반응은 반반으로 나뉘어 졌다.

현대의 성공지상주의 사회에서는 당연히 잘하는 일을 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드는 건‘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뭐지?’하는 점이다. 시험을 잘 치는 것, 발표 및 토론을 잘하는 것, 보고서 작성 등 과제수행을 잘하는 것, 논문을 많이 쓰는 것 등등……. 그러고 보니 공부를 잘한다는 것이 무얼 의미하는 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필자는 얼마 전부터 수업시간 내 평가방법을 다양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실제 암기형 필기시험만으로는 학생들을 적절히 평가하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과제수행을 통한 글쓰기, 발표 및 협력에 대한 상호평가까지 도입했다. 몇몇 학생들은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결과는 학생들이 조금씩 잘하는 부분들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시험점수가 높던 학생들이 협력적 과제수행에서 점수가 낮게 나타나기도 하고 반대의 경우도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공부를 잘한다는 것을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몇몇 과목 또는 부분에서 점수가 낮다고 공부를 못한다고 자괴(自愧)할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자기가 잘하는 점이 무엇인지,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 파악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다시 위의 질문에 대답한다면 필자는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이 공부를 계속하였으면 한다. 좋아한다는 것은 주관적인 것이라 더더욱 알 수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아는 것이 잘 하는 것을 아는 것보다는 더욱 쉽다고 생각한다. 물론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또는 선호하는지를 알 수 없다고 하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주장도 있다. 그럼에도 잘하는 것을 평가하는 일은 정말 한 단면만을 보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요즘 대세인 행복(?)을 만들어 가는 길이다. 좀 더 천천히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많은 경험과 독서, 대화 등을 통해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 그러한 길에 대학(생활)이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이제 남은 공은 학생에게서 교수에게로 넘어간다. 학생이 공부를 좋아하게끔 수업이나 연구를 진행하는 것. 교육에 있어 진정 중요한 목적은 학생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학문을 좋아하게끔 이끄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업이 정말로 재밌고 배운 것이 많은데 학점이 잘 나오지 않아 힘 빠져 있는 학생들을 주변에서 많이 본다. 그러한 학생들에게 말하고 싶다. 학점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고… 너무 진부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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