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생에게 바란다

 

지난해 1학기에 학부과정을 졸업하고, 2학기부터 컴퓨터공학 Nrlab실험실에서 실험과 수업조교를 병행하며 지난 반년 간 실험실 조교로 생활하게 됐다. 비록 교수님들과 다른 선배들에게 배울 것이 많은 석사 1년차이긴 하지만, 그간 몸담았던 학부과정이 아닌 조금 더 수준 높은 교육을 받으며 후배 학부생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많은 걱정을 하게 됐다. 가장 큰 문제는 학부생들의 소박하고 낮은 진로 목표의식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후배들과 대화해 보며 진로희망을 물어보니, 대학원 진학을 멀리하며 회사 취업에만 다들 매달리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몇십 년 후에는 정부 연구소의 연구원들이나 기업의 핵심 연구원들이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기술 발전을 위해서, 그리고 개인의 꿈을 위해서 후배 학부생들이 좀 더 패기 넘치는 야망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학부생이 하는 학부공부는 그 학문의 앞단계였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나의 강의 일기
수업조교의 역할로 컴퓨터공학 후배 학부생들에게 C언어 프로그래밍 실습수업을 직접 강의한 적이 있었다. 누군가에게서 배우는 학생의 입장이 아닌,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해 교단 앞에 서야 한다는 마음에 상당히 들떴었다. 철저하고 지적인 조교가 되기 위한 준비의 일환으로 스스로 엄격한 모습을 상상 재현 해보기도 했으며, 학부생 시절 배웠던 지식으로는 강의에 부족함이 보일 것 같아 미리 프로그래밍에 대한 공부도 예습하는 등 만발의 준비를 했다. 하지만 프로그래밍 실습 강의가 하루 이틀 계속 될수록 처음 수업 조교로서 지향했던 모습인 철두철미하고 집요하게 점수를 매기는 조교이기보다는, 조교가 수업에 지각도 하며 과제나 출석 점수를 조금씩 봐주기도 하는 인간적인 조교가 되어 있는 필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수업의 후반부에 가서는 로봇 과제 검사를 하면서 후배들과 함께 웃고 떠드는 친근한 조교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후배 학부생들의 이름을 거의 다 외우기까지 했다. 필자에게는 이 프로그래밍 실습수업이야말로 잊고 있었던 C언어 프로그래밍도 다시 공부할 수 있었고, 후배 학부생들과 재미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기 때문에 아직도 조교생활을 하는 동안의 가장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앞으로 사회생활에 있어서도 소금같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끝으로 부족한 조교였지만 열심히 해 준 학생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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