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여간, 우리는 모든 일상에 브레이크가 걸린 듯한 코로나 팬데믹을 겪었다. 등교와 출근과 같은 당연한 일상에도 불편함을 겪었고, 집안에 꼼짝없이 머무르며 본의 아니게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였을까? 젊은 세대, 특히, SNS를 즐기는 MZ세대들을 중심으로 각종 챌린지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댄스 챌린지, 달고나 커피 챌린지 등 혼자 있어도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며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놀이문화가 생겨났다. 

놀이라는 것이 어린아이들에게만 국한된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결코 그렇지만은 않다. 인간에게는 분명, 놀이에 대한 본능이 있는 것이다. 놀이의 개념을 학문의 대상으로 연구한 네덜란드 학자,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는 인간을 놀이와 문화의 관점에서 ‘호모루덴스(Homo Ludens)’ 즉, 놀이하는 인간으로 정의했다. 그렇다면, 인류가 시작하면서 놀이도 시작된 것이 아닐까. 흙벽에 돌이나 나뭇가지로 그림을 그리는 것도, 돌을 쌓아 영역을 구획하는 것도 일종의 놀이였을 것이다.

피테르 브뢰헬의 '아이들의 놀이(children's play, 1560년)'라는 작품에는 유아부터 아동까지 250여명의 어린이들이 술래잡기, 팽이치기, 굴렁쇠굴리기 등 90여개 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이 담겨져 있어 놀이의 백과사전이라 불리울 정도이다. 이 작품에 대한 여러 관점의 해석을 보지 않더라도, 작품이 그려진 시대나 유럽이라는 지역적 배경을 고려해 봤을 때, 놀이라는 것은 SNS가 없던 그 시절에도 인류가 공통적으로 비슷하게 즐기고 있었던 것임을 느낄 수 있다. 어릴 때 즐겼던 놀이, 지금의 어린이들도 즐기고 있는 놀이들이 그림 속에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놀이를 인간의 본성을 보았던 하위징아에 이어, 로저 카유아(Roger Caillois) 는 놀이가 즐거운 이유, 즉 놀이의 4가지 속성을 제시하였다. 첫 번째, 아곤(Agon)은 놀이 참가자들 사이의 경쟁을 의미하며, 승리의 성취감이나 우월감을 느끼게 하고, 패배자의 경우 다시 도전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점수내기 게임에서 부터 올림픽 스포츠 경기, 나아가 전쟁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이러한 본성이 영향을 주는 것이다. 두 번째, 알레아(Alea)는 주사위나 롤렛, 제비뽑기처럼 운에 따르는 놀이로, 뜻밖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반대로 꽝이나 벌칙 등은 허무함을 주지만, 이것으로 인해 알레아는 더욱 극대화가 된다.

세 번째, 미미크리(Mimicry)는 일상에서 본인이 하지 못하는 것을 놀이를 통해 실현하는 즐거움인데, 어린아이들의 소꼽놀이(엄마, 아빠 역할놀이)와 젊은이들의 댄스 따라하기 등이 여기에 속한다. 드라마나 연극을 통해 감정이입을 하는 것 또한 미미크리이다. 네 번째, 일링크스(Ilinx)는 롤러코스터를 탔을때 느끼는 현기증이나 스릴 같은 짜릿함인데, 어린아이들이 까꿍놀이에 자지러지게 웃는 것부터, 젊은 세대들이 극한의 짜릿함을 느끼기 위해 놀이기구를 타는 것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놀이는 인간의 본성으로써, 우리에게 쾌락만을 주는 것일까? 짐작하겠지만, 놀이는 뇌 발달에 영향을 준다. 뇌과학 분야에서 놀이와 뇌 발달의 상관관계가 중요한 연구대상이 될 정도이다. 실제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4개월간 매주 1시간의 정기적 놀이시간을 주었을때,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뇌의 전두엽 활성도가 상승하였으며, 뇌의 좌우 불균형이 개선된다는 연구가 있기도 하다. (2016년 세이브더칠드런 연구결과 중 일부) 운동을 통해 근육이 단련되듯이, 놀이를 통해 뇌가 발달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놀이는 친근하고 쉬운 주제이지만, 한가지의 관점으로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인류 역사와 함께 이어진 오래된 놀이, 놀이를 통해 만들어진 질서와 사회 문화, 그리고 요즘 시대의 디지털 게임 속 놀이 속성 등 더 많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추천: 국립부산과학관 특별전시 '놀이의 탐구' (~2022.11.27))

국립부산과학관 권수진 과학문화실장
국립부산과학관 권수진 과학문화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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