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2일 삼락생태공원서 열려
-마스크 벗고 3년 만에 정상 운영
-"그리웠다" "맘껏 함성 질러 행복"
-넬·HONNE 공연 지연돼 불만도

둥글게 둘러선 사람들이 저마다 리듬을 타며 움직인다. 음악이 절정으로 고조될 때 다 같이 중앙으로 달려들어 무작위로 몸을 부딪친다. ‘슬램’이라고 불리는 행동이다. 페스티벌에 갈 때마다 슬램을 주도하는 박현준(경남 거제시, 29) 씨는 슬램 과정에서 생긴 부상자나 분실물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며 안전에도 만전을 기했다. 박 씨는 “인천(펜타포트 록 페스티벌)도 갔다 오고 올해 여러 페스티벌을 다녀왔지만, 확실히 부산만의 열기는 남다르다”라고 말했다.

핏을 형성해 리듬을 타고 있는 사람들 [최선우 기자]
지난 10월 1일과 2일, 2022 부산국제록페스티벌에서 리듬을 타고 있는 사람들 [최선우 기자]
밴드 크라잉넛의 공연을 즐기며 록을 표현하는 손모양을 취하고 있다 [최선우 기자]
밴드 크라잉넛의 공연을 즐기며 록을 표현하는 손모양을 취하고 있다 [최선우 기자]

지난 10월 1일과 2일 부산문화관광축제조직위원회 주관으로 삼락생태공원에서 진행된 ‘2022 부산국제록페스티벌’에 함께했다.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록 페스티벌로, 올해로 22년을 맞이했다. 이번 공연은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취소, 2021년 함성 금지 및 전 좌석 거리두기 공연 이후 3년 만에 재개된 정상 운영이다.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의 모습은 코로나19를 까맣게 잊은 듯했다. 지난 9월 26일 ‘50인 이상 야외 공연 마스크 착용’ 지침이 해제되며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인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각 스테이지마다 펜스 가까이 붙어선 사람들은 힘껏 함성을 내지르며 아티스트들의 공연에 열렬히 환호했다.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페스티벌을 찾았다는 윤다혜(경기 수원시, 22) 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시절에는 함성도 금지고 하니 공연을 볼 생각 자체를 안 했다”며 “오는 길은 멀었지만, 제한이 풀린 덕분에 현장을 마음껏 즐길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때늦은 더위에도 지치지 않는 부산의 열기는 뜨거웠다. 부경대 박재형(제어계측공학, 18) 씨는 “역시 록의 도시라 사람들이 너무 잘 논다”고 말했다. 최영수(중구, 29) 씨는 “코로나 이전 2019 부산국제록페스티벌에 왔었는데 지금의 열정이 더 뜨거운 것 같다”며 “덥고 사람도 많아 힘들지만 다들 그리워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늘 날씨 직인다 행배야!’ △‘우락부락’ △‘살빠지는곳’ 등 준비해 온 깃발을 들고 페스티벌을 즐기는 사람들도 이목을 끌었다. 부경대 음악감상 동아리 PAS 박재형 회장은 “평소 록 페스티벌을 혼자 다녔는데 마음 맞는 부원들과 단체로 오니 몇 배로 즐겁다”며 “같은 취미를 가진 친구들이 있으면 함께 오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이 준비한 깃발이 날리고 있다 [최선우 기자]
참가자들이 준비한 깃발이 날리고 있다 [최선우 기자]

첫날은 부산을 대표하는 밴드 △보수동쿨러를 시작으로 △잔나비 △새소년 △The Volunteers 등 쟁쟁한 아티스트가 삼락스테이지와 그린스테이지에서 공연했다. 하루의 공연을 대표하는 헤드라이너는 영국 록 밴드 △‘Bastille’이 책임졌다. 둘째 날에는 이스라엘의 △힐라 루아치가 무대를 열고 △쏜애플 △글렌체크 △백예린 등이 무대에 올랐다. 이날 헤드라이너는 영국의 일렉트로닉 듀오 ‘HONNE’가 맡았다. 특히 소위 ‘국산 록’이라 불리는 한국 대표 록밴드 △넬 △부활 △크라잉넛의 공연에 관객들의 환호가 집중됐다. 신진아티스트 발굴과 육성을 위한 라이징 스테이지는 밴드 △카디 △다양성 △SKIPJACK 등이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규모에 맞지 않는 미숙한 운영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밴드 ‘넬’의 공연 시작과 함께 음향사고가 발생하며 공연이 약 20분간 지연되는 일이 발생했다. 헤드라이너 ‘HONNE’의 무대도 40분가량 지연되면서 마지막 순서인 크라잉넛 공연은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에야 마무리됐다. 부경대 최영돈(국제지역학, 18) 씨도 “음향 사고가 있다는 것 자체가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의) 명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해 디테일에 조금 더 신경 썼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공연 운영과 △입장 운영 △통신망 등 여러 지적에 대한 사과문을 공연 다음날 새벽 온라인에 게재했다.

미숙한 운영으로 쓴소리를 들으며 페스티벌이 마무리됐지만, 관람객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산국제록페스티벌 공식 SNS에 게재된 사과문의 댓글창은 개선을 바라는 간절한 목소리와 애정으로 채워졌다. 오랜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지역의 페스티벌인 만큼 오래 함께하기를 바라는 대중의 마음이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