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파랑' 천선란 작가 강연
-"남극이 하와이와 다를 바 없는 위기"
-"사건을 기억한다면 공존할 수 있어"

“사건이 배경을 바꿀 수는 없지만, 사건은 인물을, 인물은 배경을 바꿉니다. ‘기후위기’라는 사건도 마찬가지죠.” 천선란 작가는 기후 위기라는 '사건' 자체가 우리의 인생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나라는 '인물'이 조금씩 바뀌다 보면 결국엔 삶이 변한다고 말했다. 

지난 9월 28일 우리 대학 중앙도서관 1층 복합문화공간에서 열린 ‘저자와의 만남: 천선란 작가편’에 천선란 작가(이하 천 작가)가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공존의 삶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한국 SF 소설을 이끄는 천 작가는 소설 ‘천 개의 파랑’을 통해 끝없이 진보하는 기술 속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공존의 방법을 청년들에게 설파했다. 

지난 9월 28일 중앙도서관 1층에서 강연하고 있는 천선란 작가 [조승완 기자]
지난 9월 28일 중앙도서관 1층에서 강연하고 있는 천선란 작가 [조승완 기자]

■우리가 모르는 기후 위기
천 작가는 기후위기를 알 수 있는 첫 번째 예로 그는 제주도에 있는 구상나무 군락지를 들었다. 여기서 구상나무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크리스마스트리에 사용되는 나무이다. 그러나 제주도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구상나무의 군락지가 모조리 전멸했고 군락지를 살릴 방법조차 없다고 말했다.

두 번째 예로 든 것은 극지방 동물이었다. 천 작가는 남극을 ‘하와이’라고 표현했다. 사람들이 반소매를 입고 생활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 남극에는 눈이 오지 않기 때문에 방수가 되는 털이 채 자라지 못한 어린 펭귄들은 빗물을 맞고 저체온증으로 얼어 죽는다고 말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북극에 서식하는 바다코끼리는 얼음이 녹아 살 곳이 없어져 같은 개체의 몸을 타고 올라간다. 몸무게 1~2t가량의 바다코끼리들이 쌓이다 보면 맨 밑에 깔린 개체는 질식해 죽게 된다. 또한 절벽까지 몰린 바다코끼리들은 바닥에 바다가 아닌 돌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휴식을 취하다 떨어져 죽는다.

천 작가는 이어 이번 여름 많은 수해를 입힌 태풍도 기후 위기가 남기고 간 상처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반구로 상승하며 제트기류와 차가운 바다 기운을 만나 사그라드는 태풍이 기후 위기로 인해 따뜻한 바람과 해수를 만나며 더욱 강력해진다”며 “태풍은 앞으로 자주, 더욱 강해져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온이 올라가 건조해진 날씨는 화재를 불러와 지난 2020년 호주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서울 면적의 몇 배가 되는 땅을 태우고 야생동물들 10억여 마리를 죽였다”며 탄식했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방법
천 작가는 기후 위기라는 재난이 ‘사건’이 되려면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충격이 필요하다며, 그 사건이 지난 2010년 발생한 ‘구제역’이라고 했다. 새끼돼지들이 묻히고 살고자 하는 생명이 무참히 짓밟히는 모습을 보면서 ‘동물권’을 주목하게 된 것이다. 천 작가는 “동물권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탄소배출을 줄여야 하고 이는 자연스럽게 기후위기에 대한 시선으로 연결됐다”며 “‘한 명의 완전한 비건보다 여러 명의 불완전한 비건이 낫다’는 문장을 매번 되뇌였다”고 말했다.

천 작가는 기후 위기 행동 실천이 어려운 현실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기후를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 중 첫 번째가 청결의 포기이고 두 번째로는 육식 소비를 줄이는 것, 세 번째는 무언가를 소비하지 않는 것인데 우리는 셋 모두 가득 찬 삶을 살고 있어요. 나의 행복을 위해서는 무언가를 소비하거나 먹는 행동을 반복해야 하는데 이런 것들이 다시 기후 위기로 돌아오는 고리를 끊는 것이 쉽지 않죠.” 

인물이 조금씩 변하다 보면 소설의 배경이 바뀌는 것처럼,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소한 것 하나만 끊자는 마음가짐으로 우리가 조금씩 삶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