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신문이 지방에서 상경한 취업준비생을 만나기 위해 지난 23일 노량진 고시촌을 찾았다.

▲ 이른 아침부터 학생들이 학원에 나와 공부하고 있다
A.M.6:00: 노량진 소재의 공무원 학원, 아침부터 치열한 자리전쟁 벌어져
고시공부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이른 새벽부터 만날 수 있었다. 경남 산청이 고향이라는 스물 한 살 노유빈 씨는 현재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그녀는 7시 반 수업을 듣기 위해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미리 배부되어 있는 복습 자료를 공부하고 있었다. 그녀는“ 일찍 오지 않으면 칠판이 잘 보이는 중앙 앞자리를 차지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노량진에 소재한 대부분의 학원 강의실은 100명이 족히 앉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에 책상과 의자가 빈틈없이 채워져 있다. 때문에 맨 앞자리와 맨 뒷자리의 격차가 커, 늦게 온 학생들은 뒷자리에 앉아 강의실 내에 설치된 평면TV를 통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
 
강의실 문에는 종이 한 장이 붙어있다, ‘2013년도 7급 공채시험 직렬별 원서접수 결과’라는 이름을 단 종이에는 선발 예정인원, 출원인원, 경쟁률이 빽빽하게 인쇄돼 있었다. 경쟁률은 보통 100:1이다. 2명만을 선발하는 교육행정 일반 부문에는 무려 2270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1135:1까지 치솟았다. 그야말로‘ 바늘
구멍에 낙타 들어가기’다. 같은 학원에 다니는 이들은 모두 잠정적인 경쟁자인 셈이다. ㅇ씨는“ 7급 공무원을 준비 중에 있는데, 전공이 이공계열이고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만큼 무모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며“ 나보다 일찍 나와서 다른 사람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P.M.12:00: 학원 인근 식당가, 시간도 돈도 부족한 고시생들의‘ 짧은’ 점심
▲ 노량진 학생들은 대부분 컵밥을 혼자 먹는다
네 시간 연강 수업이 끝나면 점심시간이다. 학생들은 밖으로 나와 고시식당이나 컵밥을 파는 포장마차로 향한다. 노량진 역 앞에는 컵밥을 파는 포장마차가 줄지어 서있다. 학생들은 대부분 혼자 서서 컵밥을 먹고 있었다. 대전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상경한 김모나 씨는“ 시간을 아껴야 하기 때문에 아침, 점심, 저녁 중 적어도 한 끼는 컵밥을 먹는다”고 말했다. 고시식당에서 밥을 먹는 학생들도 대부분 홀로 밥을 먹는다. 상아탑 고시원 식당에서 일하는 이상설 아주머니는 “우리 고시식당에서 밥을 먹는 학생들은 거의 90%가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이라며“ 학생들을 보면 요즘 직업 구하는 일이 쉽지 않은 현실을 피부로 느낀다”고 말했다. 고시 식당 옆 편의점 앞에는 고시생들이 홀로, 또는 무리를 지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공부에 대한 압박감을 조금이나마 덜어 주는 것이 점심시간에 피우는 담배다. 다른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취업준비생도 있었다. 경기도에서 올라와 고시원 생활을 하고 있는 이재희(31)씨는“ 공부를 하다보면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 요즘 복싱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고 했다. 
 
노량진 학원가 뒤편을 따라 올라가면 고시촌이 모습을 드러낸다. 대부분의 고시원 문 앞에는‘ 조용히 해 달라’는 경고문이 붙어있다. 대학생들은 왜 굳이 노량진 고시촌에서 공부를 할까. 김태석 (24, 포항)씨는“고향에 있으면 친구들이 불러내기도 하고, 여러 방해요소가 많기 때문에 혼자 조용히 고시원에서 공부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고시촌에서 2년정도 경찰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다는 ㄱ(강원도, 27)씨는“ 노량진 고시촌에 오면 무언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며 “부모님께 생활비를 받아쓰는 것이 가장 죄송한 점”이라고 말했다. 
 
 
P.M.8:00: 늦은 저녁 다시 학원가, 학원 간판의 불빛은 꺼질 줄 모른다
저녁시간, 학생들이 학원수업을 마치고 저녁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선다. 점심시간과 비슷한 풍경이다. 그들은 그렇게 또 짧은 저녁시간을 가지고 다시 학원으로 향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을 청할 시간, 그들은 그렇게 계속 자습을 하다 밤 12시가 훌쩍 넘어서야 고시원으로 돌아간다. 경찰 공무원을 준비 중인 김민규(23)씨는“ 새벽 5시에 기상해 밤 12시가 돼서야 집에 간다”며“ 수면시간이 모자라 너무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어둑어둑해진 노량진의 저녁, 학원 곳곳에 불빛은 꺼질 줄을 모른다.
▲ 노량진 일대에 형성된 고시촌의 모습이다
 
 
양극화 된 한국사회, 벗어나지 못하면 문제는 해결 안 돼
이렇듯 수많은 지방대 학생들이 서울로 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문제는 지방의 취업 지원 인프라가 부족하다는데 있다. 우리학교 종합인력개발원 권현주 씨는“ 서울은 대학 진학 이후에 취업과 관련해 학생들에게 많은 정보와 기회를 제공한다”며“ 지방 대학들도 학생들의 취업과 관련해 좀 더 인프라를 잘 구축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또 그는“ 지방대생들이 서울유학을 필수적인 관문으로 여기지 않게 하려면 해당 대학의 전공 지도교수와 학생들의 긴밀한 관계가 필요하다”며“ 지도교수의 현장감 있는 취업 정보와 조언이 학생들에게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지방 학생들의 서울 집중화 현상에 대해 문화영상예술대학원 이동일 강사는“ 지방은 시험⋅취업 준비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 잘돼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한국은 여전히 수도권 중심의 사회상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수도권과 지방으로 나눠진 한국 사회의 이분법적 구조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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