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 점필재연구소 출간
-청일전쟁 이전 일본 입장 담겨
-부산 초기 개항장 자료로도 가치

‘이 땅의 인민은 원래 모두 몹시 어리석어 금수와 거의 다름이 없다.’ 부산 개항장에서 일본인들이 출간한 한반도 최초의 신문 ‘조선신보’의 일부를 국역한 것이다. 당시 조선인을 야만적이고 어리석은 존재로 묘사함으로써 조선에 대한 지배를 정당화하려는 일본의 인식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우리 대학 점필재연구소가 전국 최초로 청일전쟁 이전 조선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살펴 볼 수 있는 사료를 한글로 번역한 '국역 조선신보'를 지난 8월 30일 출간했다. 부산대 점필재연구소 권정원 전임연구원과 일어일문학과 김소영 강사가 역주와 해제 작업을 맡았으며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진행된 ‘계몽주의와 대한제국기 자료 번역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조선신보 국역본 표지. [점필재연구소 제공]
조선신보 국역본 표지. [점필재연구소 제공]

조선신보는 부산항에 위치해 일본인 무역을 지원했던 기관인 ‘상법회의소’에서 일본인이 간행한 신문이다. 청일전쟁 이전 조선의 지배권을 두고 세력 다툼을 한 일본의 입장이 잘 드러나는 자료라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가치가 높다. 

점필재연구소는 조선신보가 일본의 우월성을 강조하며 조선과의 부진한 무역 거래를 개선하고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지지 담론을 생성했을 것으로 분석한다. 특히 일본의 입장뿐만 아니라 조선의 정치·경제·사회상을 파악할 수 있어 근대 전환기 신문 매체와 개항기 부산 지역에 대한 연구 다각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권정원 전임연구원은 “조선신보의 국역을 통해 개항 이후 조선의 사회상은 물론 부산 초기 개항장의 규모와 실상에 대한 자료의 접근이 용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신보는 2중 언어로 구성됐다. 일본어 기사는 조선 거주 일본인을 대상으로 발행해 비교 우위적 관점에서 조선을 바라보는 시선이 드러난다. 일본인 사회에 대한 소식과 더불어, 조선인을 ‘미개한 존재’, ‘야만의 백성’ 등으로 표현했음을 찾아볼 수 있다. 반면, 한문 기사는 조선인 관료·지식인층을 대상으로 조선의 근대화와 국민 계몽의 필요성을 설명한다.

조선신보는 ‘한반도 최초의 근대 신문’으로 일찍부터 학계의 관심을 받은 것에 비해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지 못했다. 고어 일본어체와 한문 해석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대상 소비층과 내용에서도 차이가 있어 번역이 어려운 탓이다. 권 연구원은 “국역이 굉장히 까다로웠지만, 한문학 전공자와 일문학 전공자의 합심을 통한 학문 간 융합이 생산적 결실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번 출판은 우리 대학 소속 연구소가 부산 지역에서 생산된 역사적 자료를 분석해 지역학 연구에 이바지했다는 점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 점필재연구소는 ”부산 지역의 대학교에서 부산 경남 지역의 전통문화 복원 및 연구, 현대적 콘텐츠로의 기획 및 제작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학생과 연구자들의 관심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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