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월 초가 되면 전 세계 과학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바로 노벨상 발표가 있기 때문이다. 노벨상의 시상 분야는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문학, 평화, 경제학으로 6개 분야이지만, 과학자들의 시선은 과학과 관련된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에 누가 호명되는지에 초점이 맞춰진다.

3년 전인 2019년 10월 초, 저녁 즈음에 노벨물리학상이 발표됐다. 천문학 분야에서 공동수상자로 제임스 피블즈(James Peebles), 미셀 마요르(Michel Mayor), 디디에 쿠엘로(Didier Queloz)가 선정되었다. 제임스 피블즈는 물리적 우주론에서의 이론적 발견에 대한 공로로, 미셀 마요르와 디디에 쿠엘로는 태양과 비슷한 별 주위를 돌고 있는 외계행성을 처음으로 발견한 업적으로 노벨물리학상을 받게 되었다. 이 발표를 듣고 제임스 피블즈는 충분히 받을만하다고 생각했으나, 미셀 마요르와 디디에 쿠엘로는 왜 받는 걸까 하는 약간의 의문이 들었다. 물론 그들의 업적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노벨상을 수여할 만큼의 업적인지는 다소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필자 역시 그들처럼 외계행성을 찾고 연구했던 만큼, 그 가치를 다시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디디에 쿠엘로가 박사과정 학생일 때, 지도교수가 바로 미셀 마요르였다. 마요르 교수는 대학원생들과 함께 천체의 스펙트럼을 관측할 수 있는 분광기를 이용하여 별들의 시선속도(어떤 물체의 시선방향으로의 속도)를 측정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어떤 천체가 우리에게 다가오면 파장이 짧아지게 되고(청색편이, Blueshift), 멀어지면 파장이 길어지게 된다(적색편이, Redshift). 이를 측정하면 그 천체의 시선속도를 알 수 있다.

마요르 교수가 초기에 사용하던 분광기는 시선속도의 측정 정밀도가 상당히 낮았기 때문에 박사과정 학생인 쿠엘로가 더욱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분광기를 개발하게 됐다. 마요르 교수가 안식년으로 하와이 대학교로 떠나고, 쿠엘로는 자신이 개발한 분광기를 이용하여 프랑스 남부의 오트-프로방스(Haute-Provence) 천문대에서 페가수스 자리의 51(51 Pegasi) 별을 관측하였다.

관측 결과를 분석하던 쿠엘로는 무언가 이상함을 발견하게 되고, 처음에는 새로 개발된 분광기와 관측자료 분석 소프트웨어의 오류라 생각하여 지도교수인 마요르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몇 번을 분석해도 같은 결과가 나오자, 하와이에 있는 마요르 교수에게 팩스로 데이터를 보내 자신이 외계행성을 발견한 것 같다고 알렸다. 마요르 교수는 보내온 데이터를 보고도 바로 믿지는 않았지만, 제자의 노력이 가상해서 희망적으로 얘기를 해 주었다. 마요르 교수과 쿠엘로는 몇 번의 검증을 거쳐 태양과 유사한 페가수스 자리 51별의 외계행성 발견에 확신을 갖고 마침내 1995년 10월에 이 사실을 학계에 발표하였다.

노벨상위원회는 두 사람에게 노벨상을 수여한 이유로 이 발견으로 인해 지구가 우주에서 갖는 위상을 이해하고 현재까지 수많은 외계행성의 발견을 이끌어 낸 공로를 인정하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발견이 있기 전까지 사람들은 우주에 지구와 같은 행성이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많았다. 하지만 이 발견 이후 우주 어딘가에 또 다른 행성이 존재한다는 확고한 믿음과 인식을 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현재까지 5천 개가 넘는 외계행성을 발견할 수 있게 해주었다. 존재의 인식은 사람들에게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의지를 준다.

새로운 발견은 그 자체로도 가치가 있지만, 그 발견이 이끄는 확신에 찬 끊임없는 노력이야말로 진정한 가치가 아닐까. 올해의 노벨상은 누구에게, 어떤 이유로 수여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국립부산과학관 최준영 교육연구실장
국립부산과학관 최준영 교육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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