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호 선언합니다!”

지난달 12일, 주간교수(이하 주간)의 한 마디가 회의실에 울려 퍼졌다. 순간 몇몇 장면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 갔다. 결호, 정간사태, 무제호 호외 발간. 지난해 제1520호가 결호된 후 발생했던 일련의 사건들이다.

 

지난해 1학기 첫 정식 기자 생활을 시작했던 필자에게 결호 사태는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로 남았다. 주간은 지난해에도 독단적으로 결호 선언을 함으로써 3월 5일 발간 예정이었던 제1520호의 발간을 막은 바 있다. 당시 주간은 특정 기사를 문제로 삼았다. 해당 기사는 학내에서 장기간 1인 시위를 지속해오던 류승완 박사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주간은 해당 기사를 광고로 대체할 것을 요구했다. 기자단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결국 주간은 결호를 선언했다. 신문이 결호된 당일, 주간은 사퇴함으로써 결호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던 약속을 번복했다. 학교 측에 사퇴의사를 밝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에 기자단은 주간 불신임 선언을 하고 잠정 파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학교 측의 요구 사항 불이행으로 파업이 지속되자 기자단은 정간사태 장기화를 막기 위해 주간과 협상에 들어갔다. 결국 2달여 간 지속되던 파업은 주간과 기자단이 편집권 보장을 위한 합의안을 마련하면서 종결됐다. 주간의 임기는 지속됐다.

결호 선언의 악몽은 필자의 정식 기자 마지막 학기에도 찾아왔다. 지난달 12일 주간의 독단적인 제1552호결호 선언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달 9일, △주간 △간사 △데스크단간 편집기획회의 자리에서 검토됐던 기획 중에는‘ 컴퓨터공학과와 소프트웨어학과 간 수강신청 불편 문제’ 사안이 있었다. 그러나 취재 결과 수치상·제도상으로 큰 문제가 없어, 지난달 10일 밤 해당 기획의 기사화가 어렵다고 판단이 내려졌다. 이에 기자단이 여러 대체기획을 알아본 결과 지난달 12일 새벽에야 대체기획이 가시화됐다‘. 학교 측의 노동문제연구회 주최 간담회 행사장 당일 폐쇄’와‘ 학교 측의 호암관 4층과 5층 사이 휴게 공원 폐쇄’ 사안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를 반영해 기자단은 변경된 편집계획서를 지난달 12일 조판일 점심 때 주간에게 보냈다. 그러나 주간은“ 신문의 질보다도 기존 회의에서 통과된 기획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체기획에 대한 논의를 거부하고 빈 공간을 광고로 채울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기자단은 주간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신문 제작 과정 특성상 불가피한 이유로 기사가 변경되는 일이 그동안 흔히 존재해왔고, 최근 1년간 토요일 조판 당일 갑작스레 변경된 기사가 신문에 게재되는 일이 여러 차례 있어와서다. 결국 주간은 일방적으로 결호 선언을 한 채 회의장을 떠났고, 제1552호는 발행되지 못했다.

주간이 제1552호 결호 선언을 한날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난 지금, 과거의 사건들은 다시금 현실이 돼 눈앞에 나타났다. 주간은 결호 후 학교 측에 사퇴 의사를 밝혔으나 학교에서 이를 반려했다며 주간 직을 계속하겠다고 알려왔다. 학교 측은 기자단의 요구 이행을 전면 거부하고 있다. 기자단이 주간에게 결호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주간은 제1553호 제작 거부 선언을 했고, 이에 지난 4일과 11일 발간될 예정이었던 신문도 제작에 들어가지 못한 상태다. 지난 6일 기지단은 사비를 모아 무제호 호외를 발간했다. 그러나 과거의 재현은 여기까지이길 바란다. 이번 사태의 결과가 결호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소망하며, 오늘도 성대신문사 기자단은 목청껏 외친다‘. 학보사 편집권을 보장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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