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5일 국립부산과학관의 누적 관람객이 500만 명을 돌파했다. 코로나로 잠시 주춤한 시기를 제외하면, 2015년 12월 개관 이래로 연평균 100만 명이 방문한 셈이다. 일부 중복집계 방식을 감안하더라도, 먼저 개관한 다른 지역의 국립과학관보다 많은 관람객이 방문하였으며, 명실공히 부울경 과학문화확산의 거점이자, 청소년들이 탐구심과 과학의 꿈을 키우는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과학관은 전시품의 성격에 따라 과학박물관과 과학센터로 나눌 수 있다. 과학박물관은 우장춘 박사의 연구노트와 같이 역사적 가치가 높은 과학기술자료를 보존, 전시하는 곳이고, 과학센터는 교육적 가치가 높은 전시물을 활용한 체험과 학습을 강조한다. 국립부산과학관도 직접 만지고 작동하고 탑승하는 체험형 전시물이 80% 이상을 차지하며, 아이들은 놀이터에 온 것처럼 신나게 시간을 보낸다. 그 모습을 보면서 문득 드는 생각, ‘저렇게 아무 생각 없이 노는 것처럼 보이는데 교육적 효과가 있을까?’

과학관 체험전시물의 교육적 효과를 논하기 전에, 인간이 뇌에 저장하는 지식의 유형에 대해 살펴보자. 아는 사람을 만났는데 이름이나 어떻게 만났는지 생각나지 않은 적이 있는가? 그것은 그의 이름과 얼굴 이미지, 과거에 그를 만났던 에피소드 등이 서로 다른 지식 유형으로 구분되어 머릿속에 따로 저장되어 있는데, 필요한 순간에 연결이 활성화되지 않은 것이다. 자전거타기처럼 몸으로 기억한다고 표현하는 운동기능이나, 문제를 해결할 때 사용하는 ・인지전략도 서로 다른 지식 유형으로 볼 수 있다.

그러면 우리가 무언가를 잘 안다/한다는 것은, 지식 유형이 다양하고, 유형별 지식이 많으며, 서로 잘 연결되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물리학에서 ‘힘’을 잘 안다는 것은, 힘의 정의와 공식 등 언어적 지식, 힘에 관한 각종 이미지, 실제 힘 관련 경험하면서 획득한 에피소드, 힘 관련 문제풀이뿐만 아니라 문제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전략 등 다양한 유형의 지식을 많이 가지고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미닫이문이 뻑뻑할 때 살짝 들어올려 수직항력을 줄여서 쉽게 여닫는다면 그렇지 못한 경우보다 마찰력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유형의 지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때, 우리의 교실수업은 많은 한계를 가진다. 그림자료를 보면서 선생님의 설명을 듣는 것으로는 언어, 이미지 등 두세 가지 유형의 지식만 축적된다. 동영상은 이해에 일부 도움이 되지만 자극이 시청각에 제한되고, 실험은 흥미롭지 못하거나 1회성 경험에 그친다. 과학관에서 학생들은 전시물을 체험하면서 다른 곳에서는 얻기 힘든 지식유형을 획득한다. 또, 경쟁, 역할모방 등 놀이의 특성을 전시물에 포함시킴으로써 자발적이고 반복적으로 체험에 참여하게 만든다. 학생들이 재미있어서 계속하는 행동에서 학습에 필요한 경험지식을 획득하게 된다면 얼마나 바람직한 일인가? 물론, 이처럼 이상적인 전시물을 실제 제작하여 운영하는 것은 여러 어려움이 뒤따르고 그 외에도 많은 문제들이 있지만, 전국의 많은 과학관 종사자들이 이를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과학자 다섯 명 중 네 명은 학창시절 과학관에서 경험 때문에 과학자가 되었다. 중국 과학관에는 할아버지부터 손녀까지 대가족 방문객도 많고 젊은 연인들도 자주 눈에 띄었다. 미국 대도시의 과학관은 그곳에서 개발한 신기하고 멋진 전시품을 보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관광객들이 가득차 있었다. 이 모두를 멀지 않은 미래에 실현시킬 국립부산과학관이 있다.

 

국립부산과학관 허남영 본부장(전시교육본부)
국립부산과학관 허남영 본부장(전시교육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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