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정문이‘ 상아탑’이라는 이름 아래 학문의 공간을 보호하는 시대는 지났다. 최근 대학들은 너도나도 공공적 의미를 내세우며 울타리를 허물었다. 기존에는 정문 밖에서만 일어나던 일들이 대학 내부의 활동과 접점을 이루는 경우가 잦아졌고, 따라서 정문에서는‘ 문화활동’이 가장 흔하게 나타나게 됐다. 최근 신설된 일부 학교는 실제로 입구 자체를‘ 문’이아니라 일종의 작은‘ 공간’으로 만들어 전시시설이나 홍보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이상홍(경북대 건축) 교수는 정문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이‘ 차량’이라고 추측했다. 정문 주변 도로 양상은 급속도로 변했지만 정문의 모습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여러 영역 간 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데, 정문을 개방적 영역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이러한 충돌을 해소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문과 그 주변 환경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애석하게도 우리학교의 정문은 이 충돌을 발전의 원동력으로 이용하는 데 실패한 것 같다. 기존에 존재하던 상징물인 시계탑은 BTO사업과 함께 철거됐고,‘ 교통의 발전’을 여실히 드러내는 지하주차장과 주차요금소가 대신 자리 잡았다. 뿐만 아니라‘ 정문 문화공연허가’와 관련해 우리학교 본부와 주변 상가는 계속해서 갈등을 빚었다. 이런 모습을 보며 시민들은 과연 우리학교 정문을‘ 소통 통로’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대학은 단순히 대학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는다. 지역을 대표하는 존재이자 지역의 지식을 선도하는 기관이다. 시대가 바뀌어도 그 역할에는 변함이 없고 핵심적인 이념은 정문의 이미지로 표현된다. 필자가 타대학 정문의 의미를 전화 취재했을 때 크게 놀랐던 것은 정문이 상징하는 바를 곧바로 말할 수 있는 대학관계자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알아봐야 한다며 전화를 미루는 담당자가 있는가 하면, 심지어 홈페이지에 적힌 학교 상징물에 대한 설명을 그대로 읊어주는 담당자도 있었다. 정문이 대학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 구조물인지 알게 된 후 그들의 대답을 들으니, 몸담고 있는 대학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한 사람들이 그 학교의 담당자라는 생각에 허무함마저 느껴졌다.

이제 정문은‘ 사회적 교점’이자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정문 개선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지금,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발맞춰 우리학교가 어떤 정신을 바탕으로 발전해 나갈 것인지 표현할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 정문의 의미는 물론, 학교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함께 담긴 개선 사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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