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천제물리학자 셰퍼드 돌먼 교수 방한
-부산서 국제천문연맹 총회 대중강연 열어
-블랙홀 가스에 주목해 망원경 활용 '성과'
-"국가·인종 넘은 협업과 공유 필요" 강조

한번 들어가면 나오지 못하는 곳. 빛조차 탈출할 수 없는 곳. 우리가 보통 블랙홀을 떠올릴 때 생각하는 것들이다. 우리가 별을 관측할 수 있는 이유는 그 자체로 빛을 낼 수 있기 때문인데 블랙홀의 거대한 질량이 작게 축소될 때 밀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스스로 빛을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블랙홀의 속성 때문에 블랙홀 관측은 오랫동안 난제였다. 그러던 와중, 미국 하버드&스미소니안 연구소의 천체물리학자인 셰퍼드 돌먼 교수가 세계 최초로 우리 은하 블랙홀을 포착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8월 5일 기자는 ‘Imaging a Supermassive Black Hole'이라는 주제로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셰퍼드 돌먼 교수의 강연장을 찾았다. 8월 2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된 제31차 국제천문연맹 총회 대중강연 가운데 하나였다. 

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Event Horizon Telescope, EHT)으로 관측한 블랙홀 [출처: 한국천문연구원]
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Event Horizon Telescope, EHT)으로 관측한 블랙홀 [출처: 한국천문연구원]
대중 강연을 하고 있는 돌먼교수 [IAUGA 제공]
대중 강연을 하고 있는 돌먼교수 [IAUGA 제공]

■블랙홀 관측 비밀은 ‘가스’

돌먼 교수는 블랙을 육안으로 관측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블랙홀이 방출하는 ‘가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블랙홀 주변에는 수십억 도에 달하는 아주 뜨거운 가스가 존재하는데 블랙홀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파장을 짧게 만들어 가스를 뚫고 들어가야 한다. 가스는 블랙홀을 나선형으로 돌고 그 기체는 블랙홀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전파망원경으로 X선을 관찰하는 방식을 통해 가스가 수십억 도로 가열될 때 블랙홀의 안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이러한 방식으로 블랙홀의 관측을 위해선 아주 특별한 파장을 만들기 위한 망원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블랙홀 주위를 가열하고 있는 가스로부터 방출된 빛이 지구로 도달하기까지 여러 단계의 왜곡을 거치는데, 그런 파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어도 1만km 넓이의 망원경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크기의 망원경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반사판으로 동시에 한 점을 모아 전파를 통해 블랙홀을 관측해야한다는 것이 돌먼 교수의 주장이다.

■세계 곳곳 특수 망원경 설치

돌먼교수는 지구 여러 곳에 설치한 망원경의 데이터를 축적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망원경을 연결해 각 전파의 정확한 시간을 지정하고 1000만 년 당 1초의 차이가 있을 정도로 데이터를 수집한 뒤 하드디스크에 저장해 이를 비교한다. 교수는 각 쌍의 망원경이 단일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지구가 회전함에 따라 제공하는 데이터의 양이 많아지기 때문에 거미줄처럼 부족한 공간을 채우며 이미지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그 이미지가 모이면 초거대 질량의 블랙홀을 관찰할 수 있게 된다.

그가 창립이사로 있는 EHT(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Event Horizon Telescope)팀은 △하와이 △남극 △칠레 △스페인 등 전 세계 곳곳에 망원경을 세웠다. 범세계적 협력으로 이루어진 성과인 것이다. 돌먼교수는 “각 팀이 따로 떨어져 서로 다른 기술을 이용해 전혀 교류하지 않고 데이터를 연구했다”며 “지난 7월 처음으로 조사했던 데이터를 공개하는 자리에서 네 개의 팀이 모두 똑같은 모양의 링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돌먼교수는 더 많은 지역에 망원경을 설치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미국의 서부 해안지역 △안데스산맥 △럭키 마운틴 △아프리카의 고도가 높은 곳에 망원경을 설치하면 매우 선명도가 높은 블랙홀 이미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는 “궤도에 정확하게 일치하게 망원경을 설치한다면 3.5배 정도의 해상도 개선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돌면 교수는 이 같은 연구 성과의 공로를 ‘팀워크의 힘’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촬영하는 일, 의미를 정의하기 어려운 일을 포착하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EHT팀과 함께 흔들림 없이 연구에 천착한 결과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블랙홀 연구는 과학적으로 매우 매력적이나 너무 힘든 연구라며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능 있는 많은 사람들이 국경과 인종을 넘어 과학이라는 하나의 범주 안에서 통합되어 있음을 믿으며 신비로운 블랙홀에 대한 생각을 공유해야 한다”고 말하며 강의를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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