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캠 취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학기 우리 대학 ‘탈밀양캠 가속화’ 사안(채널PNU 지난 6월 3일 보도)을 취재하며 만난 생명자원과학대학 학생들은 인터뷰를 마치면 하나같이 필자에게 이러한 인사를 전했다. 처음에는 그들이 왜 그렇게까지 고마워하는지 잘 알지 못했다. 그러나 취재하면 할수록 그들에게 얼마나 많은 불만이 쌓여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밀양캠퍼스 만족도 설문조사에 참여한 431명의 학생은 총 155개의 추가 의견을 보내왔다. 취재원 중에는 학생들의 불만 사항이 담긴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물 수십 개를 모아오거나, 자신의 요구 사항을 파워포인트 자료로 정리해 보내준 이들도 있었다. 지난 학기 필자가 쓴 기사의 절반은 밀양캠퍼스 관련 기사다. 취재원들이 보내온 장문의 의견들을 하나하나 읽어보다 기삿거리를 계속 발견했기 때문이다. 한편, 필자는 그것들을 읽으며 취재원들과 함께 분노하진 못했다. 이렇게 많은 문제를 지금껏 보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죄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다.

3년 전 필자는 부대신문의 심각한 인력난과 열악한 근무 환경에 불만을 드러내며 문을 박차고 나왔다. 필자는 ‘부대신문이 반드시 한 번은 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몇 안 되는 기자들을 갈아 넣으며 겨우겨우 펴내는 신문은 가치가 없어 보였다. 발행을 멈추고 과감히 개혁해야만 개선의 여지가 보일 터였다. 이후 인력난이 더욱 심화해 이전 구성원까지 돌아와 생명을 이어가던 부대신문은 지난해 결국 발행을 멈췄다. 복학을 앞두고 해당 소식을 들은 필자는 두 가지 감정을 느꼈다. 하나는 망조를 보이던 신문사가 드디어 생명을 다했다는 데서 온 희열이었다. 발행을 잠시 멈추고 조직 개편을 단행한다는 소식에 필자는 반가워했다. 그러나 다른 하나는 언제, 어떻게 신문이 다시 학내에 돌아올지 알 수 없다는 걱정이었다.

밀양캠퍼스를 취재하며 든 생각은 ‘반드시 망해야 했던 부대신문이 누군가에겐 당장 필요한 존재였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문이 사라진 사이, 대학생활원은 밀양캠퍼스에서 운영난을 이유로 아침 식사 폐지를 결정했으며 꾸준히 불만이 제기되는 부실 식단(채널PNU 지난 5월 19일 보도)을 제공하고 있었다. 원생들은 우리 대학 및 대학생활원 홈페이지에 여러 차례 건의문을 올렸다. 그러나 아침 식사 폐지에 따른 대안은 미흡했고, 부실 급식도 여전했다. 한 취재원은 필자에게 “학생들이 불편함을 토로할 제대로 된 소통창구가 없다”라고 말했다. "백날 이야기하고 조사해도 의미 없다”라며 이미 희망을 놓아버린 학생도 있었다. 변화가 보이지 않는 캠퍼스에서 학생들은 어떠한 소통창구도 신뢰하지 않고 있었다. 신문이 발행을 멈추며 그들은 하나의 소통창구를 잃은 셈이었다. 한때 희열을 느꼈던 필자 자신이 부끄러웠다.

다행히 신문은 돌아왔다. 언론 3사가 통합해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자 지원자 수도 대폭 늘었다. 필자는 그러한 변화에 이끌려 재입사했다. 염치없다. 그러나 그래도 학내 언론이 있어야 한다면, 변화로 위기를 극복한 채널PNU가 학내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오는 존재가 됐으면 좋겠다. 찾아가도 소용없는 소통창구가 아니라 변화를 실현하는 소통창구 말이다. 학내 구성원에겐 그들의 이야기를 언제나 들어줄 제대로 된 소통창구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제는 멈추면 안 된다. 학생 자치가 위기를 맞아 마땅한 소통창구를 찾기 힘든 지금, 채널PNU가 효원에 한 줄기 빛이 됐으면 좋겠다. 다시 돌아와 줘서 고맙다.

 

보도2부장 김민성
보도2부장 김민성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