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립미술관 찾는 발걸음 늘어
-하루 1200여 명 방문하기도
-관객 참여형 등 다양한 전시 눈길

대학생 A씨는 올해만 세 번째 부산시립미술관(이하 시립미술관)을 찾았다.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혼자 여가 시간을 보내는 데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A씨는 "미술관 전시로 코로나 블루를 극복했다"며 "돈도 들지 않고 공간이 쾌적해 시립미술관을 자주 방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거리 두기의 완화로 여가생활에 대한 시민들의 수요가 급증했다. 지난 26일 방문한 시립미술관에서는 휴가를 맞은 가족들뿐만 아니라 A 씨와 같은 '혼놀족(혼자 노는 사람을 칭하는 줄인말)'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부산시립미술관 전시 담당자는 "하루 1200명이 넘게 방문한 적도 있고 휴일이 낀 주말의 경우 1000명은 예삿일"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립미술관 2층 전경.  [강지원 기자]
부산시립미술관 2층 전경.  [강지원 기자]
두 번째 주제인 '팔각형 전시'를 관람하는 관객들이다.  [강지원 기자]
두 번째 주제인 '팔각형 전시'를 관람하는 관객들.  [강지원 기자]

■학문의 각진 경계를 넘어 

지하 1층 어린이 갤러리에서 열리는 '각진 원형:김용관' 전시는 완결된 도형을 자르고 붙이며 원에 가까운 도형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작품화했다. 갤러리는 방학을 맞이한 어린이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아이들과 어울리는 노란색의 전시물은 목재로 지어져 어린 시절 가지고 놀았던 프뢰벨의 가베를 연상시켰다.

'각진 원형'이라는 역설적인 전시 제목은 두 가지의 큰 주제로 나뉜다. 첫 번째는 사각형을 네 종류의 도형 열세 개의 조각으로 나눈 뒤, 그 조각들을 다르게 배치하면 십이각형을 만들 수 있다는 수학자 해리 린드그렌의 방식에서 착안했다. 네 가지 모양의 조각들을 반복적으로 배열시켜 한 면에는 흰색을, 다른 한 면에는 검은색을 칠하여 흑백의 대립을 연출하고 기하학적인 조형물은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성인 남성의 키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의 거대 전시는 단순하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위압감과 카리스마를 확보한다.

전시의 두 번째 주제는 사각형을 세 종류의 도형 열두 개의 조각으로 나눈 뒤, 그 조각들을 다르게 배치해서 팔각형을 만들 수 있다는 작자 미상의 페르시아 원고로부터 출발한다. 개별 조각에 부분적으로 노란색을 칠하여 보다 화사하고 경쾌한 느낌을 준다. 무거운 색깔에서 탈피하여 어린이 갤러리에 걸맞은 형태를 갖췄다. 우리가 익히 아는 정형적인 조형물의 문법과는 다르지만 목재에 페인트라는 친숙한 소재를 사용해 거부감이 줄어든 것이다.

김용관 작가는 전시회 팸플릿을 통해 "정다각형이 완전한 원은 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모습을 바꾸어 나가는 과정을 바라보며 우리의 모습과 비교해 볼 수 있다"며 "타인이 될 수 없지만 타인을 이해하고 닮아가려 노력하며 서로 돕고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작가의 전시는 내년 2월 6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이형구 작가의 ANIMATUS 시리즈이다. [강지원 기자]
이형구 작가의 ANIMATUS 시리즈. [강지원 기자]
이형구 작가의 Chemical 시리즈. [강지원 기자]
이형구 작가의 Chemical 시리즈. [강지원 기자]

■새로운 몸을 마주하라 

어떤 빛도 들어오지 않는 깜깜한 밀실에서 시작되어 사방으로 탁 트인 광장에서 끝나는 본 전시는 동선만으로도 그 내막이 궁금해졌다. 이형구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본인의 작품 세계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인 '몸'의 의미에 대해 짚어보고, 끝없는 예술적 가능성으로서의 몸의 위상을 재고하고자 한다.

주제는 크게 6가지로 △The objectuals △ANIMATUS △Eye Trace △Face Trace △MEASURE △Chemical다. 각 프로젝트는 '몸'이라는 대주제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시리즈 'MEASURE' 에서 이 작가는 말이 되고자 했다. 전시실 중앙에 위치한 아카이브 존에는 말을 연구한 작가의 소장품이 있다. 전시실 한편에는 말의 뒷다리를 알루미늄을 활용하여 그대로 재현한 '인스트루먼트'가 놓였다. 이 작가는 말의 꼬리를 부착한 기구를 하반신에 장착하고 '마장마술'을 하는 퍼포먼스를 펼친다.

시리즈 'Chemical'에서 이 작가는 인체의 내부를 탐색하는 과정을 표현한다. 철사나 우레탄폼, 자석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여 구현한 전시물은 복잡한 형태와 웅장한 크기를 자랑한다. 본 시리즈의 전시장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해서 관객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이 작가의 전시는 조형언어를 사용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영상물을 제작하는 등 작품의 내러티브를 관객에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전시의 묘미를 살린다. 기이하지만 착실하게 흥미를 유발하는 능력 또한 작가의 역량일 것이다. 이 작가의 전시는 오는 8월 7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명상 클럽을 즐기는 관객들. [강지원 기자]
명상 클럽을 즐기는 관객들. [강지원 기자]
선우훈 작가의 '시험 기간' 테스트를 하는 관객. [강지원 기자]
선우훈 작가의 '시험 기간' 테스트를 하는 관객. [강지원 기자]

■예술일상다반사 

미술관의 모든 층에 위치한 '나는 미술관에 OO 하러 간다 On my way to the Museum' 전시는 다양한 작가들이 모여 '스스로에게 필요한 진정한 여정(행복)'에 대해 각자의 주관을 재량껏 펼쳤다. 특히 이번 전시는 ‘관객 참여형’으로 진행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전시는 총 13개로 △O+O+O : 나와 타인의 시공간이 함께 공존하는 배움의 공간 △O+O: 작품과 관계를 맺는 감상의 공간 △O: 자화자찬의 공간으로 나뉜다. 헤드셋을 쓰고 그 지시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해녀의 다큐멘터리를 조용히 감상하기도 하며 관객 스스로 ‘즐겁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온전히 고민하게 한다. 본 전시는 10월 16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가족과 함께 시립미술관을 방문한 시민 B(해운대구, 75) 씨는 "집에서 나와서 있는 것보다는 나와서 전시를 보는 게 좋다"며 "시립 미술관의 전시들이 ‘코로나 블루’ 극복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아 다음에도 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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