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의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는 그의 저서 <인구론>에서 식량 생산량이 증가하는 것에 비해 인구의 증가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결국 인류는 굶주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그의 예측은 다행히도 빗나갔는데, 인류가 눈부신 과학 발전을 통해 식량 생산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켰기 때문이다. 1909년에 등장한 하버-보슈법(Haber-Bosch process)은 산화 철을 포함한 촉매를 이용하여 고온과 고압에서 질소를 암모니아로 변환하는 공법이다. 하버-보슈법으로 암모니아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며 인류는 화학 비료를 마음껏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현재까지도 화학 비료의 원료로 사용되는 암모니아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합성되는 화학 물질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하지만, 이러한 과학의 발전은 기후 변화와 환경 파괴라는 새로운 문제를 낳았다. 하버-보슈법을 이용한 암모니아 합성에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며, 이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도 매우 많다.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약 2%가 암모니아 합성 과정에서 배출된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세계적인 문제가 되는 가운데, 에너지를 덜 사용하고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하는 새로운 암모니아 합성법을 개발하는 것이 현재 화학자들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이다.

놀랍게도, 질소가 암모니아로 변환되는 일은 자연계에서도 일어난다. 주로 콩과 식물의 뿌리에서 발견되는 세균인 뿌리혹박테리아는 질소를 암모니아로 변환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인간이 발명한 하버-보슈법을 통한 암모니아 합성에는 500-600 °C의 높은 온도와 200-500 atm의 높은 압력이 필요한데 비해 이 박테리아는 상온과 상압에서 암모니아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박테리아가 이러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사실이다. 이 박테리아를 이용하면 에너지를 덜 사용하는 암모니아 합성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많은 과학자들이 뿌리혹박테리아의 암모니아 합성 원리를 알아내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뿌리혹박테리아 안에서 암모니아 합성을 담당하는 부분은 FeMoco라고 하는데, 이 부분의 화학 구조는 2011년이 되어서야 밝혀졌다. 화학자들이 FeMoco의 구조를 발견하고 가장 놀란 점은 바로 FeMoco 내부의 탄소 원자가 6개의 철 원자와 동시에 결합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래 탄소 원자는 항상 4개의 결합을 한다.) 6개의 결합을 가지는 탄소 원자는 합성을 전문적으로 하는 화학자들도 쉽게 만들지 못하는 형태인데, 박테리아 안에서 이러한 구조가 발견된 데다가, 이 화합물이 질소를 암모니아로 변환시킬 수 있는 능력까지 가지고 있다니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FeMoco의 이 신기한 탄소 원자가 질소를 암모니아로 변환시키는 데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는 아직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 중이다. 앞으로 이 6개의 결합을 가지는 탄소 원자와 FeMoco에 대해 연구하면 뿌리혹박테리아의 질소고정효소가 어떻게 질소를 암모니아로 변환시키는지 알아낼 수 있을 것이며, 더 나아가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하는 새로운 암모니아 합성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과학자들은 보잘것없어 보이는 작은 박테리아 안에 자연이 꽁꽁 숨겨 놓은 퍼즐을 열심히 풀고 있는 것이다.

김영석(화학) 조교수
김영석(화학)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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