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편찬위원회로부터 479건의 수정·보완 권고를 받은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이하 교학사 교과서). 역사학계는 △수많은 사실 오류 △식민지 근대화론 △친일·독재 미화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특히 많은 부분을 지적받았던 근현대사를 중심으로 한국역사교육학회장 양정현(역사교육) 교수와 함께 교학사 교과서를 분석해보았다.

근대화는 일본의 강제 점령 덕분?

교학사 교과서는 동학농민운동의 목적이‘ 국왕의 선정이 회복하고 이를 통해 전통적 질서를 복구하여 백성들의 삶을 안정시키는 것(185쪽)’이라고 서술했다. 반침략, 반봉건적 근대 변혁운동을 ‘봉건 회복운동’으로 폄하한 것이다. 1930년대부터 강제 동원된 위안부에 대해서는 ‘1944년 여자 정신근로령 이후 동원됐다(247쪽)’고 서술하는 등 일제의 폭압은 축소 서술했다. 을미사변에 관한 사료로 사건 가담자의 회고록을 제시(190쪽)하며 ‘당시 일본은 명성황후를 시해하는 과격한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까?’라고 질문을 던지는 등 일본의 입장에서 생각하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양정현 교수는 “범죄 가담자의 자기 변명적 글을 제시해놓고 일본 입장을 생각해보라는식”이라며 “주권회복과 근대국가 건설을 위한 우리 민족의 노력은 폄하하고 침략자의 입장에서 서술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서술은 식민지 근대화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양 교수는 “우리는 근대국가 수립 능력이 없었고 일본의 도움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녹아있다”며 “이는 우리 국가와 민족의 자주성 자체를 부정하는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가 주권의 침탈은 어떤 논리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 양정현 교수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불량품’이라고 평가했다

역사 교과서에 안창호가 없다

대표적인 친일파로 손꼽히는 <동아일보> 창업주 김성수는 항일 운동을 전개하다가 일제의 강압에 어쩔 수 없이 일본 총리에게 충성을 맹세한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292쪽). 최남선에 대해서도 공과 과가 모두 있는 인물로 평가하며 ‘주요 공적에 대해서 현재 우리나라 상훈법에 비추어 포상을 한다면 어떤 상을 수여하면 적절할까?(297쪽)’라는 질문을 던지기도한다. 양정현 교수는 “친일경력을 누락·축소시키고 다른 활동을 과장해서 친일행위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항일 인사들에 대한 언급은 적다. 안창호는 독립운동의 공로를 인정받아 건국훈장을 받은 인물임에도 본문에는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는다. 을사조약에 대한 항거의 의미가 담긴 민영환의 자결도 ‘자살’이라고 표현(203쪽)하면서 무력하고 나약한 지식인의 모습으로 묘사했다. 양 교수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독립투사들에게 이런 대우를 하는 나라가 어디 있나?”라고 되물으며 실소를 터뜨렸다.

자유민주주의의 중심은 독재권력?

293쪽의 소제목은 ‘이승만의 임시정부 승인 획득 운동’이다. ‘임시 정부 승인 획득 운동의 주역은 이승만’이라며 한 페이지 전체에서 이승만의 활동을 서술했다. 3·15 부정선거 부분에서는 ‘정부는 이기붕을 부통령에 당선시키기 위해 부정선거를 자행했다(323쪽)’고 서술하며 이승만 언급을 회피했고, 5·16군사정변에 대한 책임은 장면 정부에 전가(324쪽)했다. 양 교수는 “이 교과서에서는 민주주의를 훼손한 이승만과 민주주의의 근간을 깨부순 박정희가 현대사의 주인”이라며 “독재자를 내세워서 자유민주주의 를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며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

역사 교육의 본질을 생각해야

양정현 교수는 교학사 교과서에 대해 사실 오류·왜곡뿐만 아니라 비문이 많고 서술 순서도 복잡하다고 지적했다. 전체적인 역사상을 잡기 어려운‘ 학생들을 고려하지 않은 교과서’라는 것이다. 이어 “편찬자들의 편향적 정치이념을 정당화하기 위한 이데올로기가 반영됐다”며 “아이들이 ‘유신정권의 국민윤리 교과서로 쓰면 딱 맞을법한 불량품’으로 역사를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 끔찍하다”고 분노했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