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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 맡겨 둔 소중한 돈이 사라지면 어떨 것 같나요? 당황스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할 텐데요.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일이 실제로 발생했어요. 우리은행 직원 A씨가 은행 금고에 있던 돈을 찾아 자신의 통장으로 가져갔거든요. 무려 614억 원을 횡령했다고.

그렇게 큰돈을 가져갔다니?! 무슨 일이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해요. 2009년 당시 대우 일렉트로닉스(현 위니아전자, 이하 대우일렉)는 매각을 위해 시장에 매물로 나왔는데요. 이때 이란의 ‘엔텍합’이라는 회사를 소유한 다야니 가문이 대우일렉을 사겠다고 나섰어요.

우리도 아파트를 살 때, ‘내가 살 거예요’라고 계약금을 내는 것처럼 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다야니 가문도 계약금 약 578억 원을 내고, 대우일렉을 인수하기 위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눴죠. 이때 계약금을 받아서 관리하던 곳이 우리은행이었고요. 

여기까진 큰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처음에는 계약금을 내고 협상에 임하던 다야니 가문의 태도가 달라지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는데요. 다야니 가문은 갑자기 인수대금을 깎아달라고 요구했거든요. 물론 거절당했죠. 다야니 가문은 기존에 마련해야 하는 인수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결국 인수는 없던 일이 되었어요. 이미 냈던 계약금은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가 몰수했고요.

매각이 무산되면서 끝이 났으니, 그동안 계약금을 관리하던 우리은행은 캠코에 돈을 보내고 마무리를 하려 했는데요. 난처한 일이 생겼어요. 다야니 가문이 계약금을 돌려 달라고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제기했거든요. ISD 판결에 따라 캠코에 돈을 보내야 할 수도 있고, 다야니 가문에 돈을 보내야 할 수도 있게 된 거예요. 그래서 우리은행은 잠깐만 더 돈을 보관하기로 했죠.

판결은 어떻게 됐는데?

판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요. 2019년 드디어 판결이 나왔어요. 판결은 우리나라가 다야니 가문에 계약금과 그동안 발생한 이자를 포함해서 약 730억 원을 돌려주라는 거였죠.

돌려줬으면 문제가 없지 않아?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생겼어요. 당시 미국과 이란의 사이가 좋지 않았거든요. 지금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세계 각국이 힘을 모아 경제 제재를 가했던 것처럼, 당시 이란도 비슷한 처지였어요. 미국이 중심이 되어 금융 제재를 가하는 중이었죠.

우리나라 정부는 다야니 가문에 송금하는 일이 금융 제재를 위반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돈을 보내지 않고, 미국에 한 번 더 입장을 물어본 뒤 기다리고 있었죠. 올해 초 사건이 조금씩 해결되기 시작했는데요.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실(OFAC)이 다야니 가문에 돈을 보내도 된다는 특별허가서를 발급했거든요. 우리은행은 오랫동안 묵혀 둔 돈을 보내려고 계좌를 열었는데, 돈이 사라진 거예요.

돈이 발이 달렸나... 어디로 간 거래?

A씨는 다야니 가문이 냈던 계약금 관리를 담당하고 있었는데요. 업무를 담당하면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년 간 세 차례에 걸쳐 돈을 빼간 거예요. 2018년 마지막으로 돈을 빼돌렸을 때는 캠코에 돈을 송금하는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자신의 계좌로 돈을 보냈죠.

어떻게 안 걸리고 그 많은 돈을 보낼 수 있었던 거야?

우리은행 내부의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어요. 나아가 금융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고요. 우리은행을 감시 및 감독해야 하는 기구에서도 횡령 정황을 전혀 알지 못했거든요. 금융감독원은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우리은행에 대해 11차례나 검사를 나갔는데, 사전에 적발하지 못했어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에 있었던 현장 종합감사에서도 발견하지 못했고요. 우리은행 외부감사기구였던 안진회계법인도 그동안 ‘적정’ 감사 의견을 냈기에, 금감원은 살펴보겠다고.

횡령한 돈은 찾을 수 있어?

확보할 수 있는 재산이 남아있다면 환수조치를 할 수 있는데요. 횡령이 벌어진 지 오랜 시간이 흘렀고, 긴 시간 동안 횡령이 발생한 만큼 614억 원 전부를 환수하기는 어려울 걸로 보여요. A씨는 횡령한 돈으로 해외 부동산을 사거나 파생상품에 투자했는데 횡령한 돈을 모두 잃었다고 주장하고 있거든요. 경찰은 횡령금 중 남아있는 돈을 찾기 위해 조사하고 있어요.

+ 내가 알던 은행이 맞는 거야?

은행은 돈을 다루기 때문에 횡령이나 사기 등 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거로 생각하는데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해마다 30건 가량의 금융사고가 발생하고 있거든요. 특정 은행만의 문제도 아니에요. 우리은행 외에도 하나은행,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등 대부분 은행에서 억대의 횡령이 발생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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