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사법안' 발의되자
-심리학과 학생들 반발 거세
-구체적 지침 없는 '졸속 법안'
-통과시 내담자 피해 속출 우려

지난 328일 더불어민주당 최종윤 의원이 대표 발의한 심리상담사법안을 두고 심리학과 학생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 법안에 심리상담사의 전문성을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빠져 있다는 게 이유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없이는 심리상담사 자격 기준을 과도하게 낮은 수준으로 정해 전문성 없는 부적격 자격 소지자를 과도하게 배출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전문성 기준

이번에 발의된 법안의 핵심은 기존과 달리 일반인도 심리상담 관련 시설에서 5년 이상 경력을 쌓거나 학부에서 상담학, 심리학 등의 과목을 이수하고 졸업하면 심리상담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심리상담사가 되려면 심리상담사 민간자격증을 취득해야 했다. ‘한국심리학회가 운영하는 심리상담사 민간자격증의 경우, 심리학 학부와 대학원 교육, 3년 내외의 실무수련을 반드시 거쳐야 취득할 수 있다. 이 자격은 임상심리전문가와 상담심리사 1급이 해당된다. 이 과정을 통해 심리상담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전문 심리상담사의 관리 감독 아래에 실습을 통해 현장 교육을 받게 된다.

문제는 이번 법안에는 이런 구체적인 지침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심리학 학부과정을 졸업하고 관련 기관에서 어떤 업무를 해야 하는 지 법안에 아무런 언급이 없다. 평생교육원의 타로상담 수업을 들어도 자격으로 인정되는지, 사설기관에서 행정 업무를 본 사람에게도 시험 응시 자격이 주어지는지도 제대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전문성 강화를 내세운 법안이지만 전문성 기준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 중 가장 낮을 뿐더러 제공하는 규정에 미치지 못한다. 발의된 두 법안은 OECD는 심리상담 인력은 석사 학위와 2000시간 이상의 수련 기간을 거친 정신건강 전문 인력이 어야 한다는 기준을 제공하지만 이에 미치지 못한다또, 미국은 비전문가가 심리치료, 사회심리적 설명 및 해석 등의 사회복지 업무를 담당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면허·등록·자격증 등을 통해 전문직 서비스의 제공과 질적 수준을 규제하고 있다.

현실적인 법안 촉구

이번 법안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44,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여러 대학 심리학 교수들과 대학생들은 국회의사당 앞에서 심리상담사법 입법 추진 반대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수련 안 한 학부생이 심리상담 말이 되나’, ‘대한민국도 OECD수준의 국가 자격 전문 심리사를 보장하라!’, ‘국회는 국민의 정신건강을 위해 심리 상담사 법안을 즉각 중단하라!’ 등의 문구가 써진 플랜카드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법안이 발의 된 지난 328일에는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심리상담사 법안을 두고 2480명이 실습 한번 안 한 학부생에게 심리 상담을 맡길 수는 없습니다. 누구를 위한 심리상담사입니까?’의 제목으로 청원에 참여했다. ‘제대로 훈련받은 전문가들이 제대로 된 질 높은 심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심리상담사 법' '국민 마음건강증진 및 심리상담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입법되어서는 절대 안 됩니다가 청원의 주요 내용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발의된 법안이 현실적으로 적용되기 위해선 경력기간 동안 어떤 업무를 수행했는지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발의된 법안은 어떤 기관에서의 어떤 5년간의 업무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재 법안에 전문성을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 대학 김비아(심리학) 교수는 경력 5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5년간 어떤 업무를 통해 전문성을 갖추었는지가 중요하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담자만 피해... 악법 제정 막아야

이번에 발의된 법안이 통과되면 자질을 갖추지 못한 심리상담 전문가들이 난립해 상담자의 책임성이 하락할거라는 우려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우리 대학 심리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해진(심리학 박사과정, 18) 씨는 심리상담사법안이 통과되어 상담가로서 자질을 검토하는 과정이 생략된다면, 상담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감시하고 책임 질 사람이 없어진다결국 그 피해는 내담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임정현(심리학, 20) 씨는 상담자의 작은 언행도 내담자에게는 크게 작용하기에 말과 행동을 신중해야 한다제대로 된 훈련을 받고 전문성을 갖춘 상담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적으로 교육받지 않은 상담자를 믿을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내담자는 상담자에게 강하게 의존하기 때문에 가스라이팅 등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만약 상담자가 내담자의 이러한 심리상태를 악용한다면 어떤 피해가 발생할지 알 수 없다. 김 씨는 상담자가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내담자를 대상으로 가스라이팅을 하거나 2차 가해를 할 위험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심리학 학위를 따고 심리상담사가 되기 위해 준비 중인 최나영(시각디자인학 17, 졸업) 씨는오랜 수련과 공부, 슈퍼바이저와의 상담을 통해 상담자가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자신의 감정에 휩쓸리는 일이 발생하면 되려 내담자가 위험해질 수 있지 않나고 말했다.

한편 심리상담사 법안이 발의된 후, ‘국민 마음건강증진 및 심리상담지원에 관한 법률안31일에 잇따라 제안되고, 두 법안 모두 현재(51일 기준) 위원회 심사 단계에 걸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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