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 교정에 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으면 좋겠다.’ 다소 유치한 로망으로 시작한 나의 부대방송국PUBS 생활은 생각했던 것처럼 낭만적이지 만은 않았다.

교내 구석구석까지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한 스피커는 배터리 문제로 내가 입학하기도 전인 2019년부터 정상적인 방송 송출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나마 학우들에게 도달하기 쉬운 콘텐츠였던 오디오 콘텐츠는 애써 만들어 놔도 아무도 듣지 못하는 방송이 되어 버렸다. 나를 포함한 당시 국원들은 아무도 소비하지 ‘못’하는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왔다. 이에 회의감이나 허탈함을 느끼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지난 2020년 79대 부대방송국PUBS 방송국장으로 취임한 뒤에도 꽤 오랜 기간 동안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보았지만 이미 약해진 대학 언론에게는 어떠한 지원도 허락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덮친 방송국 내 인력난 탓에 우리에게 새로운 시도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기존의 것을 이어가는 것조차 버거웠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남아야만 했고 과감하게 통합 미디어로의 출범을 결심했다. 

지난 3월 그렇게 탄생한 채널PNU로 우리는 기존의 문제들을 조금씩 해결해나갔다. 대학언론 3사가 함께 콘텐츠를 생산하니 만성적인 인력난은 조금 해결됐다. 학교의 지원도 우리가 캠퍼스 저널리즘을 회복하고 다시 부흥하는 노력과 함께했다. 상징적으로 2년여 만에 교내 일부에 다시 스피커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멀고도 멀다. 채널PNU의 스튜디오(전 부대방송국PUBS)를 들여다보면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열악하고 노후하다. 내용 연수가 이미 훌쩍 지나 사용할 수조차 없는 장비는 먼지가 가득 쌓인 채 스튜디오를 차지하고 있으며, 스튜디오 천장의 조명 프레임에는 언제 취득했는지도 모를 백열등 조명이 아직도 자리하고 있다. 언제 불이 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위험한 상황이다. 

우리 스튜디오는 2005년 문창회관으로 옮겨온 뒤 17년째 방치되어 있다. 쉽게 말해 20년 전 장비로 21세기 트렌드에 맞는 대학 방송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양질의 영상·오디오 콘텐츠가 만들어지려면 필수적으로 스튜디오 리뉴얼, 기본 장비 구축 등이 동반돼야 한다. 부산대언론사 채널PNU가 지향하는 캠퍼스 저널리즘의 회복, 학생과 교원의 관심 도모, 미래 중대형 언론인 양성은 기본 시설·장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새로운 해결 방안을 고민하고 발전할 것이다. 학생 저널리즘을 실현하기 위한 발걸음을 계속 내딛겠다. 어떤 시련에도 우리는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아니, 멈출 수 없다. 유치한 로망 때문에 무언가를 시작하기도 하는 청춘들이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미성숙한 우리기에 낼 수 있는 목소리들이 담겨있기 때문에.

이나윤 부대방송국 방송국장
이나윤 부대방송국 방송국장

키워드

#부대방송국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