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 말씀 드립니다. 현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하철 타기 선전전은 4호선 충무로역 하선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4호선 열차 운행에 지연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서울교통공사의 공식 SNS 계정에 올라온 안내 사항이다. 이어진 문장은 열차 이용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른 말. ‘사실을 이어 붙인 문장은 찜찜한 분위기를 풍긴다. 마치 열차 운행 지연의 책임이 전부 저 시위에 있다는 듯 한 이 안내사항은 그렇지 않은 진실을 호도한다. 아마 무심코 안내사항을 읽은 시민들도 퇴근길 눈살을 찌푸렸을 것이다. 내가 집에 가지 못하는 이유는 애꿎은 시위 때문이라 생각하면서.

2005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이 제정됐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은 멀다. 당장 부산시만 해도 1호선에는 40개의 역이 있지만 휠체어 리프트는 0개이다. 3호선은 17개의 역이, 4호선은 14개의 역이 운영 중인데 리프트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버스도 별반 다르지 않다. 145개의 노선 중에서 80개에만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 저상버스가 운영 중인데, 2,157(예비차량 포함) 682대만 저상버스이다. 장애인들은 전체 버스의 31%만 이용 가능한 것이다. 장애인들은 집을 나설 때 일반인 보다 69%의 불편을 생각하고 이동을 시도해야 한다는 말과 같다.

우리는 장애인의 날을 기념하고, 장애인들에게 동정과 연민은 보내지만 이해와 공감을 보내지는 못한다. 장애인으로서 살아가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비장애인들이 만든 세상에 억지로 끼워 맞춰진 채 도움을 구하기만 해야 하는 그 세상에서 장애인이 정상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혼자서는 집에 가지도, 차에 오르지도, 여행을 할 수도 없다. 동행자가 있다고 해서 남들만큼쉽게 이동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은 내 삶이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의해 통제 당하게 되는 것이다. 자주 제약을 계산하고, 쉽게 한계를 단정 짓게 된다. 그런 일상을 살아가며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존중받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 와중에 우리는 인질’, ‘볼모같은 단어들로 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이기적인 행동으로 호도하는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의 말에 부딪힌다. 그들은 아주 평범한 얼굴로, 또 자연스럽게 혐오가 아닌 척 우리라는 공동체 안에서 장애인들을 배제한다. 한 집단을 대표하는 사람이자 시민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한 사람이 불특정 수단과 불특정 다수 일반 시민에게 피해를 그만 끼치라고 말하는 것을 듣자면, 당신도 처음에는 이 시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을지 몰라도, 인질과 볼모라는 단어를 오랫동안 마주하다보면 시위가 부당하다는 생각까지 들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막상 개개인으로 만났을 때 우리는 너의 내일은 모르겠고, 내 오늘이 좀 불편하니 너는 집에 가라는 말을 쉽게 꺼낼 수는 있는 사람은 드물다. 오늘도 내 하루를 온전히 살아보자는 투쟁 앞에서 우리는 약간의 불편만 감수하면 되지만, 평생의 불편을 안고 살아가야 할 사람들에게는 감수할 수 없는 앞으로의 내일을 바꾸는 일이다. 69%의 불편, 그 불편이 아주 약간으로 줄어들 내일을 위해 조금만 멈춰 서서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채널 PNU 취재팀(부대신문) 이채현 편집국장
                             채널 PNU 취재팀(부대신문) 이채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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