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전 1동 담당하는, 금정우체국 정민기 집배원

언제부턴가 뜸해진 편지, 하지만 지금도 누군가는 편지를 쓰고 누군가는 배달을 한다. 그 과정엔 우리의 소식을 묵묵히 전달해주는 소식통, 집배원이 있다. 장전 1동에 거주하는 주민들과 학생들의 편지 배달을 담당하는 금정우체국 정민기 집배원을 만나봤다.

 

그의 일과는 주로 아침 7~8시, 그 전날 분류해 놓은 편지 배달로 시작된다. 보통 오후 5시 쯤 배달이 끝난다 하더라도 그의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우체국으로 돌아가 그 다음날 배달할 편지를 미리 분류하는 것도 그의 업무 중 하나다. 정민기 씨는 “미리미리 해 놓아야 그 다음날 밀리지 않고 배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전 1동은 주민 대부분이 자취하는 학생들이다보니 다른 지역보다 손편지가 많은 편이다. 물론 과거에 비해 손편지의 수는 줄었다. 하지만 군대로 떠난 남자친구의 편지나 친구들끼리 보내는 편지문화는 아직까지 남아있다. 그는 “인터넷 쇼핑으로 택배가 눈에 띄게 늘었다지만 아직까지 전체적인 물량은 손편지가더 많다”며 “학생들끼리 주고받는 편지가 전체 편지의 삼분의 일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아직 손편지를 보내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일하면서 그가 경험한 사람 중 소위 말하는 ‘진상 손님’은 없었다. 물론 학교 주위라 특히 힘든 적은 있었다. 그가 주로 배달하는 시간대인 오전과 이른 오후에는 학생들이 부재중인 경우가 많다. 정민기 씨는 “대부분 학생들이 수업 때문에 집에 없을 때가 많다”며 “거기에다 전화까지 받지 않을 때면 정말 곤란하다”고 전했다. 당일 배달되지 못한 우편물은 다음날 재배송해야 하기 때문에 집배원은 그 집을 다시 발걸음 해야 한다.

요즘 그가 새삼 느끼는 것은 ‘세상의 각박함’이다. 편지를 배달하다보면 과거에 비해 사람들 간의 소통이 줄었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옛날엔 대문에 ‘~씨 안계시냐’고 부르면 이웃사람이 ‘어디에 갔는지’나‘ 언제 돌아오는지’에 대해 자세히 말해주곤 했다. 하지만 요즘엔 그런 것이 없다는 것이다. 정민기 씨는 “아무래도 옆집끼리 교류가 없다보니 서로를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집배원으로서 그가 제일 뿌듯할 때는 받는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이다. 또한 자신이 힘들더라도 받는 이가 기뻐하면 그 행복은 배가 된다. 가끔 급한 서류 때문에 편지를 빨리 배달해야 할 때가 있다. 그는 “길을 돌아서라도 먼저 가져다 줄 때 그 분들이 굉장히 고마워한다”며 “받는 사람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힘들더라도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전했다. 한 번은 군대 간 아들의 첫 편지를 받은 어머니의 모습을 본적이 있다. 그는 “어버이날이라 조그마한 카네이션과 편지를 함께 보낸 모습이 보기 좋았다”며 “전달하는 나도 괜히 기분이 좋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언제나 즐거운 편지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법원에서 오는 채무 편지 때문에 수령자가 힘들어할 때는 마음이 안 좋다”며 씁쓸함을 표했다.

정민기 씨는 편지를 받고 활짝 웃으면서 고마워할 때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가 가장 즐거운 순간이라 한다. “가끔은 힘들고 고단할 때도 있지만 받는 사람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미루지 않고 열심히 일한다"고 말하는 정민기 씨는 오늘도 우리의 소통의 끈을 이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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