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 보면 길가에 놓인 주인 없는 쓰레기들이 눈에 참 많이 띈다. 과자봉지, 음료수 빈 병, 그리고 새로운 메뉴에 도전했다가 그 맛이 취향에 맞지 않아 버리지 않았을까 상상하게 되는 먹다 남긴 삼단토스트까지. 여러 종류의 쓰레기들이 분리되지 않은 채 땅바닥에 혹은 설치물 위에 안착해 있다. 특히 카페에서 테이크아웃 한 음료들이 다 마셔지지 않은 채 한데 모여, 몇 개는 서서 햇살에 데워지고 있고 몇 개는 내용물이 쏟아져 있는 광경을 보는 것은 정말 고역이다. 대체 왜 이렇게 자신의 것만이 아닌 모두가 공유하는 길에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것일까.

일단 한 사람이 구석진 곳에 쓰레기를 슬쩍 놔두고 가면 모두들 분별없이 따라 버린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이다. 마치 그곳이 공인된 쓰레기통인 양 너도나도 쓰레기 모으기에 동참한다. 이 감동적인(?) 광경은 굳이 사진을 넣지 않아도 모두가 쉽게 회상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것은 일종의 군중심리라고 할 수 있다. 군중심리란 사회심리 현상의 하나로, 여러 사람들이 집단으로 모였을 때 개별 주체의 일상적인 사고와 다르거나 혹은 같더라도 그 범위를 뛰어넘는 행동을 하게 되는 심리 상태를 말한다. 길가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에이, 다들 여기 버리네 뭐.’ 하면서 죄책감 없이 버리게 되는 것이다. 남이 먼저 했다고 해서 자신의 잘못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어떤 사람은 우리나라는 인도에 쓰레기통이 통 보이지가 않아 쓰레기를 버릴 곳이 없지 않느냐는 주장을 한다. 우리나라도 처음부터 쓰레기통의 수가 적었던 것은 아니다. 이 사태의 원인은 쓰레기 종량제이다. 1995년 시행된 이 제도는 지정된 규격의 쓰레기봉투를 판매하고, 그 봉투에만 쓰레기를 담아 버리도록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종량제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하여 쓰레기를 아무 봉지에 담아 길 위의 쓰레기통에 버리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이것은 매우 후진적인 시민의식이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전국 지자체들은 길가의 쓰레기통을 없애는 지경까지 이르렀고, 그 결과 행인들의 쓰레기가 갈 곳이 없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핑계일 뿐이다. 평소에 필자는 내가 만들지 않은 쓰레기, 예를 들면 가게를 홍보하는 사람이 주는 광고지도 버릴 곳이 나올 때까지 손에 계속 들고 있거나 가방 안에 넣는다. 그것은 그리 큰 불편함은 아니다. 홍보지를 받는 것도 나의 선택이었으니, 그 결과를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서이다. 그리고 길거리에서 생기는 쓰레기란 그리 무겁지도 않은데 쓰레기통이 보일 때까지 가져가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그저 ‘귀찮아서’라는 이유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는 비겁한 변명일 뿐이다.

길을 가다 길가에 모여 버려져 있는 쓰레기 더미를 본다면 우리 모두 그리 유쾌한 기분은 아닐 것이다. 내가 무심코 버린 쓰레기 때문에 새롭게 생길 수도 있는 광경이라는 것을 생각하자. 그리고 더 이상 길거리의 수많은 쓰레기들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말고, 나부터 조금만 더 내 쓰레기를 책임지고 그들의 자리인 쓰레기통에 넣어주자. 그렇게 되면 나의 공간이자 우리의 공간인 길은 아름다워 질 것이다. 그리고 가끔은 다른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들을 주워서 쓰레기통에 넣는 작은 용기를 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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