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SNS에 운동 인증 물결
-"성공하니 인간 승리한 기분"
-다이어트 강박증 등 건강문제도

20대 김 모 씨는 새해 목표로 바디프로필(body profile)’ 촬영을 잡았다. 인생에서 가장 젊고 아름다운 시기에 인생 샷을 남기고 싶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요즘은 바디프로필이 포트폴리오처럼 자기관리의 증거물이 될 것 같단 생각도 들었다. 바디프로필 준비는 쉽지만은 않았다. 아침 8시부터 체지방량을 덜기 위해 공복에 30분가량 뛰고, 먹는 양을 줄이고 먹고 싶은 걸 참아가며 근육을 만들기란 그야말로 고역이었다. 포기할까 생각했지만, 바디프로필의 날짜가 정해져 있고 환불도 쉽지 않아 일단 해보자는 식으로 했다. 하루하루 인내하고 바디프로필 촬영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나니 다른 어떤 일도 잘 해낼 수 있단 자신감이 커졌다.

MZ세대에 바디프로필(body profile)’ 촬영의 열풍이 불어 닥쳤다. 바디프로필이란 수개월에 걸친 고강도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몸의 체지방률을 낮추어 근육의 형태를 또렷하게 만든 후 모델처럼 찍는 사진이다. 약자로 바프라 부르기도 한다. MZ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SNS인 인스타그램에는 바디프로필을 태그한 게시물이 315만 개가 넘는다.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바프  # 운동스타그램 #식단 #헬스'가 주요 해시태그다. 우리 대학 인근 헬스장인 밀론 필리테스 라운지의 김동근 트레이너는 지난해부터 회원 등록이 눈에 띠게 늘었는데 바디프로필 촬영이 가능하냐는 문의도 늘었다회원 10명 중 1명이 바디프로필을 찍는다고 말했다.

오승훈(21)의 바디프로필 [오승훈 제공]
오승훈(21)의 바디프로필 [오승훈 제공]

지난 324일 우리 대학 인근 C헬스장을 방문하니 바프를 찍기 위한 운동이 한창이었다. 해당 헬스장 대표는 증명사진보다는 바디프로필을 많이 찍는 시대가 온 거 같다예전에는 운동하다가 몸이 만들어져 찍는 사람이 많았는데 요즘은 바디프로필로 자체를 목적으로 운동을 하시는 분이 많다고 말했다.

바디프로필에 성공한 이들은 이를 긍정적으로 여겼다. 김재희(16, 경영학과) 씨는 바프를 준비하며 느낀 가장 좋은 점이 매일 꾸준히 쌓은 노력이 결과물로 나타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오승훈(21) 씨는 몸무게가 130kg 달할 정도로 육중했는데 다이어트와 운동을 악착같이 하며 바디프로필에 도전했다성공하고 나니 인간 승리를 한 것 같다며 만족해했다.

MZ세대가 바프에 열광하는 이유

MZ세대의 바디프로필 열풍의 배경에는 MZ세대의 자기표현 욕구가 강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SNS에 자신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사진으로 전시하는 시대에 바디프로필도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 된 것이다. 심재희(16, 경영학과) 씨는 운동을 한다는 말보다 운동한 몸을 사진으로 남기는게 훨씬 효과적일 것 같아 바디프로필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건강한 몸만들기는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몸이 개조가 가능한 자신과 싸움을 의미하며 바디프로필 열풍으로 이어졌다. 마음을 갈고 닦는 것처럼 몸 닦기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현지(20) 씨는 건강한 몸을 만들면 자기 관리는 물론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확장된다고 생각한다내 한계를 넘으면 성취감도 생기고 자존감도 높아질 것 같아 바디프로필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것도 바디프로필 열풍에 한몫했다. 직장인 1266명을 대상으로 사람인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시대에 모임 대신 자기계발을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64.5%로 응답자 중 65.8%는 코로나19 영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바디프로필 유행으로 관련 식품 업계도 상승세다. 지난해 10월에 보도된 매일경제에 따르면, 단백질 식품 시장은 2018890억 원에서 20202460억 원으로 크게 올랐다. 샐러드 인기로 채소 농산물 시장 규모는 지난해 6월 처음으로 1조 원을 넘겼다.

뷰티 의류 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바디프로필 촬영을 위해 태닝을 예약하고, 운동 복장으로 스포츠 언더웨어 구매량이 증가했다. 젝시믹스가 발표한 공시자료에 따르면, 20대가 선호하는 애슬레저 의류 브랜드 젝시믹스2020년 연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해 1397억 원을 기록했고, 그 외 안드르와 뮬라웨어 의류 브랜드는 각각 5.3%, 53.1% 증가하여 연 매출 759억 원, 453억 원을 남겼다.

바디프로필 할 때 사용하는 식단표.
바디프로필 할 때 사용하는 식단표.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아

하지만 바디프로필을 잘 못 준비해 폭식과 거식증과 같은 건강 문제도 드러나고 있다. 식이조절을 하고 먹는 양을 줄여가며 바디프로필을 준비하다 나중엔 식욕을 참기 힘들어 폭식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유튜버 솜찌(Somzzi)는 지난해 4솔직히 바디프로필 찍은 거 후회합니다는 제목의 영상에서 “43kg 몸무게를 만들고 닭가슴살, 고구마를 먹고 두 달을 버티다 보니 식욕이 미쳐갔다. 바디프로필 끝나고 뭐 먹을지 메모에 적고 먹고 싶었던 과자와 음식을 주문했다고 토로했다. 바디프로필을 준비 중인 A씨는 하루에 2번 정도 몸무게를 재고 만약 조금이라도 몸무게가 늘었을 때는 밥을 안 먹겠다고 다짐할 정도로 강박증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바디프로필 준비를 장기적으로 진행하고 운동의 목적을 건강한 삶에 둬야한다고 조언한다. 김 트레이너는 바디프로필 준비 기간을 짧게 잡으면 부작용이 크다급하게 살을 빼고 강하게 운동 폭식증이나 강박증 거식증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6~7개월 또는 1년간 준비하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경훈상훈한의원 김상훈 원장은 바디프로필을 찍을 당시 몸 상태가 본인이 생각하는 건강한 몸, 원하는 몸일 가능성이 높다. 그 몸을 유지하려면 식단과 운동량 조절이 필수적이어서 강박증으로 귀결될 수 있다. 그래서 바디프로필 몸 상태를 장기적으로 유지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데 대다수 인식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어 가장 중요한 건 운동의 목적이라며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삶을 영위하기 위한 방법으로 인식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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