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에서 이론적으로 추측하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은 큰 차이를 가진다. 하지만 대상이 작아짐에 따라 정확한 관찰은 더욱 힘들어지게 되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비가 바로 현미경이다. 우리가 흔하게 알고 있는 현미경은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하얀 몸체에 까만 쌍안경이 달린 형태이다. 이 형태는 대부분 빛을 이용하는 광학 현미경인데, 카메라 렌즈와 대상물 사이의 거리를 조절하여 초점을 맞춘다. 빛으로 관찰하기 때문에 조작법도 간단해서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사용하기도 쉽다. 최대 관찰 배율은 약 1000배로 이는 식물의 세포를 관찰할 수 있는 배율이다. 이처럼 우수한 성능을 가진 광학 현미경은 금속, 광물, 생물 등 다양한 샘플을 관찰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그런데 현대 사회는 유래 없이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이전까지는 충분했던 현미경이 산업과 기술의 발전에 따라 한계에 부딪히게 된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반도체, 세포 등 각종 미세물질들의 구조를 볼 때 더 세밀하게 보기가 힘들어졌는데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까? 

역사 속에서 연구자들은 아이디어를 냈다. ‘빛으로 보는 현미경이 한계라면, 빛 말고 다른걸 사용하면 어떨까?’ 빛이 없으면 눈으로 봐도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하물며 빛을 사용하지 않는 현미경이란 것을 만들 수 있었을까? 이 문제의 열쇠는 빛의 파장에 있다. 지금까지 말한 빛은 가시광선이다. 가시광선은 약 400nm ~ 700nm 사이의 파장을 가진 빛이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가시광선 이외의 빛을 활용해보고자 했다. 

20세기 중반 독일의 물리학자 에른스트 러스카 등은 이 호기심을 가지고 현미경을 바라보았다. 이들은 가시광선 대신 전자빔(Electron beam)을 이용한 연구를 진행했고, 오늘날 주사 전자 현미경(Scanning Electron Microscope, SEM)의 기반을 마련했다. 그럼 가시광선과 전자빔은 무슨 차이가 있기에 더 높은 배율로 볼 수 있는 걸까? 빛 대신 전자를 사용하는 현미경이 주목을 받게 된 이유는 분해능이라는 지표 때문이다. 

분해능은 쉽게 얘기하면 작은 물질을 얼마나 선명하게 볼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수치이다. 분해능이 작을수록 작은 물질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쉽다. 일반적으로는 빛의 파장이 짧아질수록 분해능은 작아진다. 광학현미경에 사용되는 가시광선의 파장은 최소 400nm이지만, 전자현미경의 전자빔은 가시광선에 비해 훨씬 짧은 파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광학 현미경에 비해 약 100배 ~ 1000배 높은 배율로 대상을 관찰할 수 있다. 

다만 전자빔은 직접 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전용 수집기를 사용하고 이를 컴퓨터 신호로 전달하여 모니터에서 관찰하게 된다. 그래서 전자 현미경의 분석 사진들은 전자가 검출된 양에 따라 밝기가 달라지고, 광학 현미경과 달리 흑백 사진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광학 현미경과 달리 매우 높은 해상도를 가지고 있으며 전자만 잘 통한다면 수 나노미터 이하의 크기도 관찰 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산업 및 각종 연구 분야의 전반에 걸쳐 널리 사용되고 있다.

제일 흔하고 친숙한 분석기기이지만, 현미경은 대상을 직접 관찰하는 것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우리의 일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세계들로 이루어져 있다. 흔한 분석장비지만 현미경은 여태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세계를 열 수 있는 창문이 될 수 있다. 오늘도 이 흔한 창문은 우리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줄 준비를 하고 있다. 

 

                                           권진욱(나노메카트로닉스공학 박사과정 22) 연구원
                                           권진욱(나노메카트로닉스공학 박사과정 22)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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